종부세 인상 해 넘긴다…고가주택 보유자 세부담 소폭 줄 듯

종부세법 개정안 상임위 관문조차 못 넘어
21대 국회서 처리해도 올해 소급 적용 불가능
사진은 3일 오전 서울 잠실 5단지 주공 아파트 단지 모습. 2020.5.3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2020년 납부분부터 인상된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적용하려던 계획이 사실상 무산됐다. 이달 말 회기가 끝나는 제20대 국회에서 '12·16 부동산 대책'에 담긴 종부세율 강화 법안을 처리하는 것이 물 건너갔기 때문이다. 정부는 7~8월께 세율 인상을 다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정부에 따르면 여야는 지난달 29일 열린 기재위 조세소위에서 종부세법 개정안 등 '12·16 대책' 후속 입법을 논의했으나 평행선만 달린 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이날 회의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1주택자, 조정대상지역 외 2주택 보유자에 대한 종부세율을 기존보다 0.1~0.3%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또 3주택 이상 다주택자, 조정대상지역 2주택 보유자에 대한 세율은 0.2~0.8%포인트 높이고,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 종부세 세 부담 상한은 200%에서 300%로 올리는 등 정부 대책을 담아 김정우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을 처리할 것을 주장했다.

특히 당정청은 조세소위에 앞서 정부가 발표한 대책 '원안'대로 종부세법 개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야당인 미래통합당은 12·16 대책의 종부세 강화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고수하며 1주택자에 대한 세 부담 상한 비율을 150%에서 130%로 낮추고, 만 60세 이상 고령자와 장기보유자에 대한 공제율을 보다 확대하는 내용 등으로 종부세법을 개정할 것을 요구했다. 종부세법 개정안은 여야 이견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여야는 새 원내지도부를 선출한 이후 11~12일에 '잔여 법안' 처리를 위해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여는 방안을 논의할 전망이지만, 종부세법 개정안은 상임위 첫 관문조차 넘지 못한 상황인 만큼 20대 국회 처리는 이미 물 건너 갔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달 종료되는 20대 국회에서 종부세법 개정안 처리가 불발되면서 정부가 2020년 납부분부터 강화된 종부세율을 적용하려던 계획에는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종부세 과세 기준일은 6월 1일로 그 전에 법 개정이 되지 않으면 하반기에 뒤늦게 개정안을 처리하더라도 연말 종부세 부과 때 '소급 적용'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정부는 21대 국회가 열린 후 7월 '2020년도 세법 개정안'을 발표할 때 종부세 인상안을 다시 발의한다는 계획이다. 범여권이 국회 의석 5분의 3 이상을 차지한 것을 고려하면 내년 인상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범여권 의석으론 모든 국회 상임위에서 과반을 차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패스트트랙을 활용해 야당 반대도 무력화할 수 있다. 정가 안팎에선 21대 국회가 열리면 여권이 압도적 다수 의석을 바탕으로 종부세 인상과 주택 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분양가상한제 강화 등 부동산 규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종부세 세율 인상이 1년 늦어지면서 고가 주택 보유자가 져야 하는 세금 부담을 소폭 줄어들게 됐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정부ㆍ여당 안대로 종부세 세율을 올리면 종부세 세수가 4217억~4895억 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다만 부동산 시장에선 세율 인상이 늦어진 것은 다행이지만 여전히 세금 부담이 크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정부가 올해 부동산 보유세 과세 기준인 공시가격을 크게 올리면서 사실상 증세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또 야당인 통합당은 21대 국회에서도 '당론'으로 종부세 강화안 통과를 막겠다는 입장이어서 법안 심의 과정에서 여야 대치가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강남권 3구(강남·서초·송파구)의 아파트값이 8년 만에 월간 최대 폭으로 하락했다는 부동산 114의 조사가 나온 1일 오후 서울 송파구 부동산 사무실 문이 열려 있다. 2020.5.1 [사진=연합뉴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