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대 집에 사는 한국 보통가정…月 453만원 벌어 100만원 저축

신한은행 보통사람 보고서

소득 대비 투자 적고 소비 많아
식비·교통비 등 月 238만원 써
대출은 전세자금 등 8000만원
‘월 453만원을 벌어 100만원을 저금하고, 40만원을 빚 갚는 데 쓴다.’

신한은행이 최근 발표한 2019년 ‘보통 한국사람’의 경제생활 모습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9월부터 두 달간 지역과 성별, 연령별 인구 구성비를 고려해 1만 명을 선정한 뒤 이들에게 소득과 소비, 투자 등에 관한 설문을 돌렸다. 응답한 사람을 가구소득 기준으로 줄 세웠다. 그런 다음 5단계로 분류해 ‘하위 40~60%’에 속하는 3구간의 답변을 모아 평균치를 구했다. 엄밀하게 말하면 ‘보통 사람’보다는 ‘보통 가정’의 주머니 사정인 셈이다.조사결과 ‘보통 가정’을 이루는 각종 지표들은 평균을 밑돌았다. 월 소득 대비 저축 및 투자 비중이 전 계층 가운데 가장 낮았고, 보유 부동산 가격도 전체 평균에 못 미쳤다.

○평균 소득 대비 32만원 적어

지난해 기준 국내 경제활동참가 인구는 2789만 명이며 가구수로는 2016만 개다. 가구당 1.38명이 경제활동을 하는 것이다. 소득 3분위(하위 40~60%)인 557만명, 약 403만 가구의 지난해 월소득은 2018년 442만원보다 11만원 늘어난 453만원이었다. 하위 20%(1구간)의 월 소득 189만원의 두 배가 넘고, 상위 20%(5구간) 월소득(902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이들은 ‘평균의 함정’에 빠져 있는 계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의 ‘2019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가구당 평균 소득은 5828만원이었다. 월 소득 기준 485만원. 고소득 계층의 소득이 많이 반영된 평균 소득에 비해 실제 40~60% 가구의 소득 평균치가 32만원가량 낮았다.

‘보통 가구’는 소득에 비해 지출이 많은 편이었다. 소득 대비 저축 및 투자 비중(22.1%)이 전 계층 중 가장 낮았다. 상위 20%는 소득 중 저축 비중이 23.8%, 20~40%는 23.2%였다. 하위 20%는 저축 및 투자액 비중이 30.2%, 20~40%까지는 25.4%였다.소득 중에선 월 238만원을 대출 상환, 저축 및 투자 등을 제외한 ‘소비’에 지출했다. 규모로는 하위 20%(99만원)의 두 배가량이고, 상위 20%(410만원)의 절반을 약간 웃돌았다. 소비액 중에선 식비로 매달 52만원, 교통·통신비로 36만원을 썼다. 교육비(27만원), 월세 및 관리비(26만원) 지출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도 ‘평균 이하’

보통 가정의 총 자산은 3억7480만원으로 집계됐다. 금융, 기타자산을 제외한 부동산 자산이 전체의 75.1%인 2억8162만원을 차지했다. 보유 주택 가격이 3억원을 조금 밑도는 셈이다. 지난해 하반기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인 8억2376만원의 3분의 1 수준이고, 상위 20%의 보유 부동산 자산 규모 6억9433만원의 절반이 채 안 됐다.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 평균인 3억6728만원에도 못 미쳤다.이들은 매달 100만원을 저축하고 40만원을 빚 갚는 데 썼다. 42만원을 적금과 청약저축 등에 넣었고, 34만원은 금융투자상품에, 19만원은 정기예금과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투자했다. 전체 금융자산도 부채 규모에 미치지 못했다.

평균적으로 6206만원의 금융자산을 갖고 있는 데 비해 부채는 이보다 많은 8080만원이었다. 부채 중에선 부동산담보, 전세자금대출 등 부동산대출 비중이 77.4%로 전 계층 가운데 가장 높았다.

다행스러운 건 ‘보통 가정’ 대부분이 시중은행 대출을 쓰고 있었다는 점이다. 시중은행 부채 보유비율은 83.1%로, 상위 20%의 87.7% 및 20~40%의 83.9%와 비슷한 형태를 보였다. 카드사와 저축은행 등 2금융 대출 보유 비중도 하위 20%, 20~40%보다는 상위 40%까지와 비슷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