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 악한 아이 아니다"…'아동포르노' 아버지 청원 공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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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성착취물' 손정우 아버지 주장 청원 글 논란세계 최대 규모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운영자 손정우(24)의 아버지라고 주장한 인물이 "아들을 미국에 보내지 말아 달라"는 청원을 청와대에 올려 네티즌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IMF 시절 힘들게 자라…자기 용돈 벌어보자고 시작한 일"
"강도·살인·강간도 아냐…여죄의 형 한국서 받게 해 달라"
손정우는 유아·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착취 영상 20만건을 유통한 다크웹 사이트 '월컴투비디오'를 운영한 혐의로 국내에서 징역형을 마쳤지만, 미국이 그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우리 정부에 요구한 상태다.손 씨의 아버지라고 주장한 A 씨는 지난 4일 청와대 청원에서 "다크웹 운영자 손정우 아빠"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그동안 아들이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고 국내외 피해를 본 분들께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밝혔다.
그는 "아들은 4살이 되는 IMF때 경제적인 이유로 이혼을 한 뒤 아픈 할머니 밑에서 키워졌다"면서 "읍내와 떨어진 낯선 곳에서 살다보니 친구도 없고 외로울 것 같아 컴퓨터를 사주게 됐다"고 말했다.
또 "아빠는 일터에 매달려 돌보는 시간이 많지 않았고, 크면서 학교를 간 날 보다 안 간 날이 많았다"면서 "IMF 이후 빚이 있고 돈으로 살 것들은 많은데 돈이 없다면 그것만큼 비참한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A 씨는 "그렇게 살아보지 않은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그런 생활 속에 커오다가 자기 용돈을 자기가 벌어보자고 시작한 것이었고, 나중엔 가족이 좁은 전세 사는 것이 안타까워 큰 집으로 이사하려 돈을 모으는 과정에 범죄를 저지르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빠 입장에서 아들이 어떻게 되리라는 것을 뻔히 다 알고 있는데 사지인 미국으로 보낼 수 있겠느냐"면서 "중학교 중퇴에 학교 다닌 날보다 안 다는 날이 많은 아들이 음식·문화와 언어가 다른 미국에서 교도소 생활을 하는 것은 본인이나 가족에게 너무 가혹하다"고 말했다.
또 "국가로 보면 국민은 자식과도 같은데 어떻게 뻔히 알고 사지로 보내야 되겠나. 주권을 포기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느냐"면서 "우리나라에서 재판까지 받고 형을 다 살았고, 가족들의 고통이 지금까지 왔는데 다시 구속해 미국으로 인도한다면 어떤 부모라도 참담해 질 것"이라고도 했다. A 씨는 "아무리 어렵고 불우한 환경이라도 죄에 대한 면죄부를 줄 수는 없다"면서 "죄에 대한 선처를 해달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자국민이니 미국과 협상해 자금세탁이나 음란물 소지죄 등의 여죄를 한국에서 형을 받게 하자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아들 나이가 이제 24살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은 아이"라면서 "원래 천성이 악한 아이는 아니다. 그렇다고 강도, 살인, 강간미수 등의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다. 다 키워놓은 아들을 가진 부모들은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마음을 이해해 달라"고 덧붙였다. 해당 청원은 아직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공개되지 않았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30일 이내 100명의 사전 동의를 받은 청원에 한해서만 관리자 검토 하에 청원글을 올리고 있다. 그 전까지는 '사전동의 링크(URL)'로만 해당 글을 확인할 수 있다.
5일 오후 3시 기준 해당 청원에 동의한 사람은 14명 뿐인 가운데 인터넷 상에는 해당 링크가 퍼지고 있다.
손정우는 2015년 6월부터 2018년 3월까지 특정 브라우저로만 접속 가능한 비밀 웹사이트인 '다크웹'에서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를 운영한 혐의로 검거돼 지난해 5월 2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 받고 복역했다.
손 씨는 지난달 27일 자정 구속기간 만료로 출소 예정이었으나, 법원은 지난해 4월 '미국에도 피해자가 있으니 미국 법으로 처리하겠다'는 미국 법무부 요청에 따라 그의 신병을 확보했고, 손 씨를 미국으로 인도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웰컴 투 비디오'를 통해 전 세계 4000여명이 7300여회에 걸쳐 총 37만달러(약 4억원) 상당의 가상 화폐를 손정우에게 지불했고, 성착취 영상물 중에는 생후 6개월 된 영아가 나오는 것도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