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방에서 대전경제 허브로…공정·생태관광 통해 '제2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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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도시 이야기 - '20만 중추도시' 꿈꾸는 대전 대덕구대전시 동북쪽에 있는 대덕구는 전체 면적이 68.68㎢(그린벨트가 전체의 60.7%)로 대전시 전체 면적(539.5㎢)의 12.7%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경부·호남선 철도와 경부·호남고속도로가 교차하는 광역교통의 요충지여서 일찌감치 개발됐다. 대전시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계족산과 충청권 시민의 젖줄인 대청호가 있어 관광산업도 발전했다. 대덕구는 1988년 말까지 충남 대덕군이었다가 1989년 대전 대덕구로 편입됐다. 사통팔달의 지리적 요건으로 1969년 대전의 첫 산업단지가 조성되는 등 제조업을 중심으로 대전 경제를 지탱해왔다. 박정현 대덕구청장은 “산업단지 재정비와 신도심 조성 등으로 2030년까지 인구 20만 명의 중부권 중추도시로 도약할 것”이라며 “대청호를 기반으로 공정·생태 관광산업도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4개 産團 들어서며 중추적 역할
입주社 664개, 생산액 10兆 달해
대전 4개 산업단지 모두 대덕구에 입지대덕구는 1970년대부터 대전의 경제뿐만 아니라 국가 산업의 중추 역할을 해왔다. 1962년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따라 1965년 우리나라 최초의 공단(산업단지)인 구로공단이 조성됐다. 5년 후인 1969년 대전 대덕구에 첫 대전공업단지(대전1산업단지)가 33만578㎡ 규모로 들어섰다. 10년 후에는 76만330㎡ 규모의 대전2산업단지가 조성됐다. 1992년과 1993년 각각 대전3, 4산업단지가 차례로 입지하면서 대전의 모든 산업단지(총면적 542만6000㎡)가 대덕구에 들어서게 됐다. 구 관계자는 “대화·읍내·목상동 일원의 황무지를 개간해 산업단지들이 자리잡았다”며 “수도권 공장이 이전하면서 대덕구가 농경사회에서 기계와 화학공업이 발달한 도시로 변모했다”고 설명했다. 대전 4개 산업단지에선 664개 업체, 1만6000여 명의 근로자가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총생산액은 10조8000억원, 총수출액은 29억7000만달러 규모다.
대덕구는 대전1산업단지 활성화를 위해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함께 재생사업을 벌이고 있다. 민간개발을 유도해 노후 산업단지를 친환경 산업단지로 바꾸는 중이다. 내년까지 대전1산업단지 중 9만9514㎡를 대상으로 전면매수구역으로 개발할 예정이다.연축지구 개발로 도시 발전 기대연축도시개발사업은 대덕구의 숙원사업이다. 연축동 249 일원 24만8651㎡를 복합단지로 개발하는 신도시 조성사업이다. LH가 1346억원을 투입해 개발한다. 이곳에는 첨단산업단지, 지식산업센터, 유통시설 등을 갖춘 일자리창출단지와 공공·임대주택 건설, 구청사 신축 이전 등이 계획돼 있다. 대덕구는 연축지구가 개발되면 그동안 분절됐던 북부 신탄진권역과 남부 오정·송촌권역을 이어 지역 균형 발전을 이끄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업은 2009년 민선 4기 때부터 가시화됐다. 하지만 과다한 사업비용과 경기침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당위성 부족 등으로 공전을 거듭해왔다. 최근 개발사업을 위한 그린벨트 해제가 마무리돼 실시계획 인가를 앞두고 있다. 구는 내년 상반기께 착공할 것으로 전망했다. 구 관계자는 “신청사와 함께 1500가구 이상의 공동주택과 각종 물류시설, 첨단산업단지 등이 조성된다”고 소개했다.
연축지구는 회덕나들목 개통(2023년), 대덕특구 동측진입로 개설(2024년), 충청권광역철도 회덕역 개통(2024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차량기지 건설(2025년)과 맞물려 대덕구 인구 유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1509가구의 3000여 명 인구를 수용할 아파트 공급까지 계획돼 있다. 구 관계자는 “첨단산업단지 조성으로 기업을 유치해 인구를 늘리고 도시도 발전시킬 것”이라며 “지역경제 성장과 함께 분절된 북부, 남부를 잇는 지역균형 발전을 목표로 조성하겠다”고 말했다.전국에서 주목받는 공정·생태관광
대덕구는 2018년 7월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대덕구 공정·생태관광 육성 및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대덕구 행정지원센터 내에 ‘공정·생태관광지원센터’를 열고 운영에 들어갔다. 센터는 민간 전문가, 관광 관련 업체, 주민공동체, 공무원이 참여하는 공정생태관광 플랫폼이다.
대덕구는 센터를 기반으로 천혜의 관광자원인 대청호와 계족산을 중심으로 관광산업을 재편하고 있다. 공정·생태관광은 관광 프로그램 기획, 운영, 판매, 사후관리 등에 지역 주민이 참여하고 관광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지역사회에 분배하는 것이다. 구 관계자는 “여행사 주도로 이뤄지던 기존 패키지 관광은 오버투어리즘 등을 비롯한 수많은 문제를 야기했다”며 “지역과의 소통, 여유와 힐링을 통한 여행으로의 변화 요구가 커지면서 ‘공정관광’ 상품을 찾는 소비자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대덕구는 지난해 공정·생태관광 프로그램을 공모해 ‘달빛 품은 계족산 낭만 산책’ 등 4개 프로그램을 선정, 총 29회(727명 참가)를 진행했다. 공정·생태관광 여행가 양성과정 프로그램을 운영해 20여 명의 대덕구민이 총 14회의 교육을 받았다. 제1기 공정·생태관광 청년 서포터즈도 발족해 32명의 단원이 오는 8월까지 대덕구 구석구석을 돌며 관광 명소를 알린다.
대덕구는 올해 생태음악캠핑과 대덕피플살롱 등의 특별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생태음악캠핑은 대청호, 계족산에서 캠핑을 연계한 음악힐링 프로그램이다. 대덕피플살롱은 토크콘서트, 숙박, 공정·생태관광을 결합하고 인플루언서 등 유명인과 함께 추억을 쌓을 수 있는 내용으로 마련했다. 박 구청장은 “지속가능한 관광이 되려면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고, 여행지 경제에 도움이 되며, 지역주민의 문화를 해치지 않아야 한다”며 “공정·생태관광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프로그램이 보편화되면 공정·생태관광이 관광 트렌드의 하나로 정착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대전=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