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교사 없는 초·중학교 2300곳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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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 개학에 학교 '비상'오는 13일부터 시작하는 전국 초·중·고교의 등교개학을 앞두고 학교엔 비상이 걸렸다. 당장 다음주부터 학생들을 받아야 하지만 ‘학생 간 1m 거리 띄우기’ ‘에어컨 사용 금지’ 등의 방역 지침을 적용하기가 어렵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보건교사가 단 한 명도 없는 초·중등학교가 전국 2000여 개에 달해 현장에서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찜통 교실에 마스크 쓰고
에어컨 끈 채 수업하라니"
“방역지침 현장과 안 맞아”지난 4일 교육부가 내놓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예방 안내’의 핵심은 ‘학생 간 거리 띄우기’와 ‘학생 분산시키기’다. 학생들이 등교개학을 하면 책상을 1~2m씩 띄우고 앞뒤 간격을 최대한 벌려 앉아야 한다. 급식시간에는 칸막이를 설치해 접촉을 막고, 교실도 자주 환기해야 한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선 이런 수칙을 지키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교육부에 따르면 한 개 학급당 학생 수는 작년 기준 초등학교 23.1명, 중학교 27.4명, 고등학교 25.2명이다. 교실 면적은 대다수 학교가 학교시설·설비기준령 기준인 66㎡(약 20평)다. 학생 25명이 1m씩만 서로 띄어 앉으려고 해도 불필요한 기자재를 최대한 치워야 겨우 가능하다. 과밀학급은 이마저도 불가능하다.
교육부는 학급 단위 오전·오후반 운영, 원격수업과 등교수업 병행 등의 대안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학습량이 많고 선택과목 수업도 병행하는 고교생들에겐 적용하기 어렵다.더위도 문제다. 교육부는 공기순환식 에어컨·공기청정기의 사용을 금지했다. 코로나19 전파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날씨가 더워지고 있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5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날씨에 맞는 에어컨 사용 지침을 만들기 위해 감염병 전문가, 환기 전문가들과 논의를 시작했다”며 “에어컨을 사용하면서도 일부 창문을 열어놓는 등 여러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보건교사 없는 학교도 수두룩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제1담당자’가 될 보건교사도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달 1일 기준 학교에 재직 중인 보건교사는 초등학교 5348명(6148개교), 중학교 2480명(3231개교), 고교 2192명(2377개교)이다. 보건교사가 한 명도 없는 초등·중학교(작년 말 기준)는 각각 1189개교, 863개교, 고교는 230개교에 달한다.교육부는 보건교사가 없는 학교엔 간호사 면허 소지자를 임시로 채용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그러나 대부분 충북, 제주, 경남, 충남, 경북, 전북, 강원, 전남 등 지방에 집중돼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
세부 방역 대책이 세워지기 전에는 등교개학을 미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온라인에선 ‘저학년에게 생활방역이 가능하다고 보고 내린 결정인가’ ‘20도를 웃도는 초여름 날씨에 실내에서 마스크를 쓰고 수업할 수 있을까’라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등교개학을 미뤄달라는 청원이 10개 올라왔다. 이 중 1만4000건 이상의 동의를 받은 청원도 등장했다.
교육계에서는 교육부가 구체적인 방역 지침을 마련해 학생·학부모·교사들의 불안을 종식시켜야 한다고 요구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은 성명을 통해 “유증상자 판단과 단계별 조치가 명료하지 않을 경우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며 “교육부가 명확한 증상 기준과 대응 매뉴얼을 하루빨리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