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서 변질된 기간산업지원法, '디테일 악마' 없어야 한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 산업은행법에 대한 경제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개정 법률은 항공·자동차 등 위기의 기간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40조원 규모로 조성될 ‘기간산업안정기금’의 조성 및 운용에 관한 근거를 담았다. 그런데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당 의원 13명이 발의한 개정원안에 없던 내용이 국회 논의과정에서 다수 들어간 것이다.

가장 문제 소지가 있는 조항은 기간산업안정기금 운영에 국회 추천 인사를 참여케 해 ‘정치’가 개입될 소지를 열어놓은 부분이다. 원안에는 ‘기금운용심의위원회 구성과 운영, 그 밖의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만 돼 있었다. 그러나 최종 통과된 법 조항은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정무위) 추천인 2명을 포함한 7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하고 그 밖의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로 바뀌었다.기간산업안정기금이 자금 지원 시 취득한 주식의 의결권 행사 요건을 추가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원안에는 의결권 행사 조항이 없었는데 ‘지원 조건을 현저하게 위반해 자금회수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라는 예외 조항이 추가된 것이다. 이렇게 바뀐 데 대해 정부·여당은 이 기금이 산은의 채권발행과 한국은행 차입 등으로 조성되는 만큼 이행점검과 사후관리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이유로 든다. 과거 공적자금관리위원회에 국회 추천인 2명이 포함된 것처럼 이번 기금운용심의위에도 국회 추천인을 넣어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국회가 기금 운용을 관리·점검하는 차원을 넘어 지원대상 기업을 결정하는 데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길을 터줬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게다가 ‘코로나 쇼크’로 자금지원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당초 7개 업종으로 한정된 지원대상이 방위산업, 필수공익 업종 등으로 대폭 늘어난 것도 문제다. 기금 운영 과정에서 정치적 판단이 개입되면 정작 지원이 절실한 기간산업이 뒤로 밀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취득 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가능케 한 것도 “정부·여당이 지원을 빌미로 민간기업 경영에 개입하려 할 것”이라는 의구심을 키워, 기업들이 지원 요청을 주저하게 만들지 모른다.

정치적 판단이 개입돼 기금 운영에 문제가 생긴다면 기간산업을 살린다는 취지를 훼손함은 물론 국민 부담을 키우는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디테일 속에 악마를 숨기는 일이 있어선 결코 안 된다. 경제위기 때마다 정치논리가 끼어들어 위기를 증폭시킨 사례를 무수히 보지 않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