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아침] 레바논의 모녀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어머니와 딸이 정장을 차려입었다. 귀걸이와 목걸이로 외출 준비를 마친 어머니는 숙녀가 돼가는 딸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딸은 어머니와 함께 가는 자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굳은 표정이다. 두 인물 뒤로 중동의 전통 복장인 부르카를 입은 여성과 수영복 차림의 여성을 그린 벽화가 있다.

묘한 상황을 보여주는 이 사진은 레바논계 미국 사진가 라니아 마타르의 ‘레일라와 수라야’란 작품으로 레바논에 살고 있는 한 모녀를 담았다. 두 여인의 모습은 다른 문화권의 보통 가정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장면이며 부모와 청소년 자녀의 갈등을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배경의 그림들이 더해져 전통과 서구 문화가 혼재한 레바논의 현실을 암시한다.미국에 이민 간 중동 출신 여성인 마타르는 중동 지역 여성의 정체성을 탐구하는 작업을 30년 넘게 해왔다. 다양한 상황 속 중동 여성들의 모습을 통해 문화권 사이에서 드러나는 차이보다는 근본적인 유사성을 강조하고, 다른 점을 이해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대한민국국제포토페스티벌 조직위원회 제공)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