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테르테에 밉보인 필리핀 최대 방송사, 결국 방송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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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최대 방송사인 ABS-CBN이 5일부터 방송을 중단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눈엣가시처럼 여겼던 방송사가 당국의 명령으로 방송을 중단하게 되자 비판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필리핀 통신위원회는 5일 ABS-CBN에 TV와 라디오 방송을 모두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이 방송사는 의회에 방송사업권 갱신을 요청한 상태이며, 기존 25년짜리 사업권은 지난 4일 만료됐다.
카를로 카티그박 ABS-CBN 최고경영자(CEO)는 방송 중단 직전 내보낸 생방송을 통해 "우리는 면허 갱신에 필요한 조치를 다 했으며 어떤 범법 행위를 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에 대한 공격"이라며 서비스를 계속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ABS-CBN은 2016년 대선에서 두테르테 당시 후보의 선거 광고 방영을 거부하면서 대립각을 세웠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자신이 펼치는 마약과의 전쟁에 비판적인 보도를 한다는 이유 등으로 ABS-CBN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출하며 사업권을 연장해주지 않겠다고 공언해왔다.지난 2월 두테르테 대통령은 ABS-CBN의 사과를 받았으며 의회의 사업권 경신 재심의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필리핀 상·하원은 지난해 5월 중간선거를 거치며 두테르테 대통령의 지지 세력이 장악했기 때문에 의회의 갱신 불허 조치는 대통령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현지에선 보고 있다. 필리핀에서는 의회가 방송사업권 허가와 갱신 등의 권한을 갖고 있다.
현지에선 방송 중단 명령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아시아 전문가 카를로스 콘데는 "언론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타격"이라며 "두테르테 대통령이 이번 결정과 무관하다고 생각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의 부치 올라노 필리핀 사무소장도 "독재국가가 뉴스 매체를 장악하는 계엄령을 연상시킨다"면서 "지금은 필리핀 언론의 자유에 있어서 암흑기"라고 지적했다.야당 소속인 리사 혼디베로스 상원의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있어서 정확한 정보는 필수적인데 이번 결정은 공공복리에 역행한다"고 날을 세웠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필리핀 통신위원회는 5일 ABS-CBN에 TV와 라디오 방송을 모두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이 방송사는 의회에 방송사업권 갱신을 요청한 상태이며, 기존 25년짜리 사업권은 지난 4일 만료됐다.
카를로 카티그박 ABS-CBN 최고경영자(CEO)는 방송 중단 직전 내보낸 생방송을 통해 "우리는 면허 갱신에 필요한 조치를 다 했으며 어떤 범법 행위를 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에 대한 공격"이라며 서비스를 계속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ABS-CBN은 2016년 대선에서 두테르테 당시 후보의 선거 광고 방영을 거부하면서 대립각을 세웠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자신이 펼치는 마약과의 전쟁에 비판적인 보도를 한다는 이유 등으로 ABS-CBN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출하며 사업권을 연장해주지 않겠다고 공언해왔다.지난 2월 두테르테 대통령은 ABS-CBN의 사과를 받았으며 의회의 사업권 경신 재심의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필리핀 상·하원은 지난해 5월 중간선거를 거치며 두테르테 대통령의 지지 세력이 장악했기 때문에 의회의 갱신 불허 조치는 대통령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현지에선 보고 있다. 필리핀에서는 의회가 방송사업권 허가와 갱신 등의 권한을 갖고 있다.
현지에선 방송 중단 명령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아시아 전문가 카를로스 콘데는 "언론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타격"이라며 "두테르테 대통령이 이번 결정과 무관하다고 생각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의 부치 올라노 필리핀 사무소장도 "독재국가가 뉴스 매체를 장악하는 계엄령을 연상시킨다"면서 "지금은 필리핀 언론의 자유에 있어서 암흑기"라고 지적했다.야당 소속인 리사 혼디베로스 상원의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있어서 정확한 정보는 필수적인데 이번 결정은 공공복리에 역행한다"고 날을 세웠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