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of the week] 경제활동 재개…코로나 이전의 일상 기대말라

윌리엄 갤스턴 월스트리트저널 칼럼니스트

단계별 모니터링 통해
지역별·업종별 차이 고려
조심스런 경제활동 재개 필요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대하는 미국의 무게중심이 바뀌었다. 문제는 ‘경제 활동을 재개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재개할 것인가’다.

일부 전략은 선택하기 어려울 것이다. 호주, 뉴질랜드, 한국, 대만 등은 바이러스가 빠르게 확산되기 전에 이를 억제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며 신속하게 대응했다. 미국은 바이러스를 종식시킬 수 있는 많은 기회를 날려 버렸다. 우리는 지난 2월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가 시작할 수 없다.감염병 전문가들이 선호하는 ‘검사와 추적, 격리’라는 전략도 따를 수 없다. 개선되긴 했지만 미국의 코로나19 테스트 역량은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 코로나19를 추적하는 미국의 능력은 아직 높지 않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시행된 테스트는 신뢰할 수 없었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테스트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말한다. 모든 것이 제대로 진행된다고 해도 코로나19 방역을 제대로 하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것이란 전망도 있다.

만약 우리가 사회를 3~6개월 더 폐쇄할 수 있다면 감염병 전문가들의 기준을 충족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의 사치를 부릴 수 없다. 우리는 봉쇄 정책을 무한정 이어갈 수 없다. 미국인들이 자가 격리에 인내심이 약해지고 있다는 신호도 나오고 있다.

스웨덴 같은 나라는 규제를 최소화하고 시민들이 코로나19 대처에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했다. 미국 자유주의자들 역시 “나를 울타리에 가두지 말라”며 이 같은 방식을 요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사실 그것은 스웨덴에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스웨덴의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인구 100만 명당 233명꼴이다. 이웃 나라인 노르웨이는 100만 명당 38명의 사망률을 보였다. 핀란드는 100만 명당 사망자가 36명, 덴마크는 75명, 독일은 73명이었다. 미국은 인구 대비 사망률이 독일보다 두 배 이상 높다. 미국이 스웨덴식 접근법을 따랐다면 결과는 더 나빴을 것이다.

최근 조사들은 미국인들이 상반된 심리를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무도 코로나19에 걸리고 싶지 않겠지만 많은 사람은 다시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고 싶어 한다. 대부분 사람은 코로나19 이후가 이전과는 다르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9·11 테러 이후 거의 2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공항 검색대의 긴 줄을 견디고 있다. 우리는 이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얼굴 마스크는 성가실지 모르지만 견딜 수 있다.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는 모르지만 몇 가지 생각해 볼 수 있다. 규제가 완화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공무원들은 단계별로 결과를 모니터링하면서 조심스럽게 움직여야 한다. 미국은 크고 다양한 사회다. 어떤 지역은 다른 지역보다 더 빨리 움직일 수 있다. 사망자가 2만 명을 훌쩍 넘고 있는 뉴욕에서 필요한 조치들이 사망자가 7명에 불과한 와이오밍주와 같아선 안 된다.또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할 사안이 있다. 45세 이하의 사람들은 코로나19를 견딜 가능성이 높지만 고령의 노인과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코로나19 감염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 점이다. 고령층에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요구하면서 코로나19에 취약하지 않은 계층만 학교 및 직장으로 나가 정상적인 활동을 하라는 요구는 민감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코로나19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는 한 이런 논란은 지속될 것이다. 우리는 경제 활동을 재개하면 요양원이나 대가족 가정에서 코로나19 감염을 막을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우리 경제와 사회의 특정 부문은 다른 부문보다 더 빨리 재개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건설업과 제조업이 서비스업보다 더 빨리 시작할 수 있다. 식당들은 문을 여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많은 근로자가 한꺼번에 생산라인에서 일하는 식품 가공 공장들도 주의해야 한다. 근로자들은 건강 및 안전보다 이익과 효율성을 우선시하는 고용주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 모든 사안을 올바르게 처리하는 고용주는 코로나19 발병과 관련한 각종 소송으로부터 구제받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다양한 규제를 없앤다고 해서 마법처럼 경제가 회복되지는 않을 것이다. 가게와 식당들이 다시 문을 연다고 해도 손님이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코로나19에 덜 취약한 사람들이 먼저 움직이게 될 것이다. 이후 우리는 이전의 규칙들을 바꾸는 단계를 넘어 자신감을 회복하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원제=After Coronavirus Lockdowns, Don’t Expect ‘Normal’
정리=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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