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확진 남성, 1시간 단위로 이태원 클럽 다섯 군데 방문(종합)

강원도 여행·서울 클럽· 수원과 성남 음식점·병원 등 돌아다녀…여행·클럽 함께간 친구도 확진
클럽 이용자 총 2천명 규모…"신원 제대로 파악 안 될 경우 '깜깜이 환자' 대거 나올 수도"

전국에서 사흘 만에 첫 지역사회 감염자로 판정된 경기 용인시 거주 29세 남성 A씨가 지난 연휴 기간에 하룻밤 사이 5시간 동안 이태원에 있는 5개 클럽을 전전한 것으로 조사돼 집단감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5개 클럽을 합하면 2천명 가량의 사람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서울시와 질병관리본부가 해당 클럽들에 대한 역학조사에 나섰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한 유명 소프트웨어 업체에 다니는 A씨는 전날 용인시에서 한 달 만에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다.
7일 용인시의 역학조사 결과와 방역 당국 등에 따르면 A씨는 증상발현 이틀 전인 지난달 30일부터 확진 판정을 받은 6일까지 서울 송파구와 용산구, 경기 성남시와 수원시, 강원도 춘천시와 홍천군 등 서울·경기·강원 등 6개 지역을 돌아다닌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연휴가 시작된 지난달 30일 친구 3명과 함께 서울 송파, 경기 가평, 강원 춘천·홍천으로 놀러 갔다.

다음날인 1일 오후 5시 30분 자택으로 귀가한 A씨는 같은날 오후 용인시 수지구 황재코다리냉면과 기흥구 레스프리드분당 주류점을 방문하고 집에서 쉬었다가 오후 11시 안양 확진자(31세 남성)와 둘이 이태원의 클럽에 갔다.

안양의 확진자는 전날 함께 여행도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1시간이 안 되는 시간 단위로 클럽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는 방식으로 다음날인 2일 새벽 4시까지 총 5시간 동안 이태원에 있는 클럽 5곳을 섭렵했다.

당시 클럽 안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있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클럽당 300∼500명씩 2천명 가량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시와 질병관리본부는 7일 오전과 오후 A씨 일행이 방문한 이태원의 클럽에 역학조사관을 보내 역학조사를 진행중이다. 용산구 관계자는 "역학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아직 정확한 클럽내 접촉자는 모른다.

역학조사관들이 CCTV를 보고 파악하고 있다"면서 "언론 등을 통해 이름이 알려진 곳은 킹클럽인데, 어제 방역 소독을 했다.

역학조사 결과가 나오면 이름을 공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킹 클럽을 포함해 A씨가 전전한 이태원의 클럽은 성소수자들이 주로 다니는 '게이 클럽'으로 잘 알려져있다.

킹 클럽은 6일 SNS에 "지역사회 확진자가 2일 방문한 사실을 확인해 알려드린다.

입장시 발열체크 및 방명록 작성, 재입장시 필수 손소독 절차 및 마스크 착용 확인 등의 절차를 거쳤으나 확진자 동선에 노출돼 있어 해당 사실을 있는 그대로 알려드린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보건전문가는 "코로나 사태 초기 신천지 신도들의 집단감염 때와 마찬가지로, 이 클럽을 이용한 사람들도 자신들의 신원공개를 꺼릴 가능성이 있다"면서 "제대로된 역학조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대규모 감염 사태로 발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A씨는 2일 새벽 4시 40분 택시를 타고 용인 집으로 돌아와 쉬었다가 당일 오후 4시 성남시 분당구의 막내쌈밥 정자점과 세븐일레븐 분당한솔마을점을 방문한 뒤 친구 차량으로 노브랜드 용인청덕점에 들렀다가 귀가했다.

2일은 A씨에게 발열(39도)과 설사 증상이 나타난 날이어서 서울 여러 클럽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3일 정오께에는 수원시 연무동의 조은이비인후과와 대학약국을 방문한 뒤 귀가했고, 4일에는 자택에 기거했다.

5일 오전 10시 30분 수원의 조은이비인후과를 재방문했으나 휴진으로 진료를 받지 못했고, 곧이어 오전 11시 용인시 기흥구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아가 검체채취를 받았다.

이어 기흥구보건소 앞에서 차량 접촉사고가 발생해 보험사 직원을 만났고, 약국을 방문했다가 귀가했다.

A씨는 6일 오전 7시 55분 양성판정을 받고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으로 이송됐다.

용인시 역학조사에서 A씨의 밀접접촉자로 분류된 사람은 식당종업원, 주류점 사장, 친구, 보험사 직원, 택시기사 등 총 5명이다.

이들은 모두 음성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A씨와 함께 클럽에 간 경기 안양시 거주 30대 남성은 7일 무증상 상태에서 검사를 받은 뒤 확진판정을 받았다.

보건당국은 A씨가 서울과 분당 등지를 방문했을때 얼마나 많은 사람과 접촉했는지를 파악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이동경로가 정확하게 나오지 않을 경우 '깜깜이 환자'가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A씨가 다니는 분당 소재 회사의 접촉자 43명(성남시 16명 포함)도 자가격리 및 전수검사를 받을 예정이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이 남성은 해외 여행 이력이 없고, 기존 방역망에 잡히지 않은 지역사회 감염자로 분류된다"면서 "이처럼 감염경로가 불분명한 환자의 경우 오랫동안 무방비 상태로 사회생활을 하기 때문에 집단감염으로 확산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A씨에 대한 논란과 비난이 커지자 A씨라고 밝힌 남성(닉네임 애교뿜뿜)이 SNS에 "이태원 클럽에 호기심에 갔다.

내 잘못이다"라는 사과 및 해명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한편,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서 A씨의 사례 같은 클럽 등을 통한 감염 우려와 관련, "유흥주점 운영중단 등 행정명령은 해당 지자체장 재량으로 내려질 수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