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 ETF 발달한 美·日선 문제없는데…

한국선 하루 거래 70% 차지

금융위, 뾰족한 대책 없어 고민
美·日 전체 비중 20~30% 그쳐
"ETF, 자산배분 장기보유 상품"
레버리지·인버스 등 투기성 상장지수펀드(ETF)가 증시를 좌지우지하는 건 해외에서는 보기 힘든 현상이다. 금융당국도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하고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서 레버리지·인버스 ETF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지난 3월 기준 약 5조6000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주식시장 하루 평균 거래대금(약 8조원)의 70%를 레버리지·인버스 ETF가 차지했다는 얘기다.
반면 미국 증시에서 같은 기간 레버리지·인버스 ETF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약 22조7000억원으로 전체 거래대금(90조원)의 25.2% 수준에 그쳤다. 일본의 레버리지·인버스 ETF 하루 평균 거래대금 비중은 30% 정도다. 전체 시가총액 대비 레버리지·인버스 ETF의 시가총액(운용자산) 비중도 한국이 0.9%로 미국(0.1%) 일본(0.3%)에 비해 3~9배가량 높다.

업계에서는 ETF에 대한 투자자 인식 차이가 이런 결과를 불러온 것으로 해석한다. 미국 투자자들은 ETF를 주로 자산배분 전략 차원에서 장기 보유하는 상품으로 이해하고 있다. 대표적인 ‘패시브 상품’으로 꼽힌다. 지난해 미국 투자자의 ETF 평균 보유 기간은 278일이었다. 반면 한국 투자자들은 ETF를 레버리지·인버스 등 ‘단타매매’에 활용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미국에서 ETF가 자산배분 수단으로 편입되면서 레버리지·인버스 상품 비중과 거래량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미국 등 선진 시장에서 일찌감치 레버리지·인버스 ETF에 대해 적절한 통제 방안을 마련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10년부터 기존에 인버스·레버리지 ETF 상품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자산운용사의 신규 상품 출시를 금지했다. 블랙록, 뱅가드, 스테이트스트리트 등 3대 운용사는 레버리지·인버스 ETF 신규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디렉시온과 프로셰어즈 등 일부 회사가 헤지(위험 회피) 등 목적을 가진 특정 수요층을 대상으로 판매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도 원유 상장지수증권(ETN)과 ETF 등을 아우르는 상장지수상품(ETP) 전반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원유 ETN에 대해 투자자 사전교육을 의무화하는 등 진입 규제를 설정하는 것 외에 ETF와 관련해선 아직까지 뾰족한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