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 중동발 코로나 재유행 조짐에 현장관리 '비상'

쿠웨이트 공사장서 입국한 직원들 잇달아 확진 판정
중동 18개국 파견 근로자 5천600여명 달해…감염 확산 예의주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중동발 재유행 조짐에 건설사들의 해외 현장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국내는 코로나19 확진자가 감소하고 생활방역체제로 전환한 반면 해외 파견 근로자들의 확진 사례가 늘기 시작하면서 건설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7일 외교부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최근 4일간 쿠웨이트발 입국자 가운데 6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가운데 확진자의 다수가 쿠웨이트 건설현장 파견 근로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계의 취재를 종합하면 이 중 2개 대형 건설사의 쿠웨이트 플랜트 공사 현장에서 근무한 직원 2명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고, 또다른 대형 건설사의 자회사인 플랜트 운영사 소속 직원 한 명도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아 공항에서 이송, 격리됐다. 한 건설사의 경우 최근 총 3명의 직원이 입국한 가운데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나머지 2명은 음성 판정이 내려져 현재 자가격리 중이다.

건설업계는 지난달 초부터 쿠웨이트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국가에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현장 방역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이날 현재 쿠웨이트 내 코로나19 확진자는 6천289명, 누적 사망자는 42명으로 집계됐다. UAE에서도 확진자 1만5천738명, 사망자 157명이 나왔다.
이에 따라 우리 방역당국은 쿠웨이트를 비롯한 중동 국가 입국자에 대한 검역을 강화하고, 쿠웨이트 확진자와 동일 사업장에서 근무한 입국자를 상대로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번에 쿠웨이트 현장 근로자 가운데 확진자가 나온 건설회사들은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들을 분류해 자가 격리하고, 현장 직원을 대상으로 코로나 전수 검사에 착수했다. A건설사 관계자는 "현장의 경우 확진자 발생시 공사 중단 등의 문제가 있을 수 있어 매일 근로자의 발열 등 건강상태를 체크해왔는데 확진자가 나와 회사가 비상이 걸렸다"며 "전수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확진자가 나온 현장 가운데 일부는 발주처의 지시에 따라 폐쇄 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부 현장은 여전히 공사를 진행 중이다.

정부와 건설업계는 국내 건설사가 가장 많이 진출해있는 중동 현장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나자 초비상에 걸렸다.

국토교통부와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중동 18개국에서 국내 건설사가 공사를 진행 중인 현장은 총 313곳이며, 파견 근로자는 5천625명에 달한다.

이번에 확진자가 나온 쿠웨이트는 전체 29곳의 현장에서 1천257명이 근무 중이다.

앞서 UAE 두바이에서는 50대 중반의 한 건설사 주재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다가 숨진 일도 발생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 파견 근로자의 확진사례가 없는 현장에서도 이미 다른 외국인 근로자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아 격리조치되는 등 방역망이 뚫린 곳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형 건설사의 관계자는 "공사 발주처의 의사에 따라 해외 현장관리가 제각각이고 확진자 발생시 셧다운(현장 폐쇄) 여부도 발주처 결정에 따라 달라진다"며 "중동발로 코로나19가 재유행할 조짐을 보이면서 중동 지역 해외건설 현장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동 뿐만 아니라 국내 건설사들이 대거 진출해있는 동남아시아에서도 코로나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는 앞서 국가 차원에서 현장 셧다운 명령을 내린 가운데, 이달 12일과 내달 1일까지 공사 중단 상태가 이어지면서 이들 국가에 진출한 건설사들의 공기지연에 따른 손실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삼성물산은 KLCC 포디움 빌딩(복합몰), 스타 레지던스, 유엠 시티(UM City), 메르데카 PNB 118(Merdeka PNB 118), KLCC Lot 91 등 말레이시아에서 진행 중인 5개 현장의 공사가 지난 3월 18일부터 2개월 가까이 중단된 상태다.

대림산업도 같은 기간 말레이시아에서 울사도 정유공장 건설 공사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2만명을 넘어선 싱가포르에서는 이달 내 누적 확진자가 4만명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공사 현장에 대한 셧다운 연장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물산은 싱가포르에 지하철과 지하도로 건설 공사 등 다수의 현장을 운영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