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업자 불법촬영물 삭제·접속차단 의무화…과방위 통과(종합)

의도적 미이행 시 매출 최대 3% 과징금…투명성 보고서도 제출해야
국내 대리인 지정·역외규정 도입…해외 사업자 대상 집행력 높여
넷플릭스 등에 '서비스 안정수단' 의무화…'망 사용료' 분쟁 해결 단초될까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7일 전체회의를 열고 정보통신사업자들에게 디지털 성범죄물 등 불법 촬영물의 유통방지 조치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성착취물의 유통·판매 사건인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한 이른바 'n번방 방지' 법안이다.

이날 통과된 정보통신망법(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사업자가 불법 촬영물 등 유통방지 책임자를 지정하고 방송통신위원회에 매년 투명성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이들 조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1천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개정안에는 '국외에서 이뤄진 행위도 국내 시장 또는 이용자에게 영향을 미칠 경우 이 법을 적용한다'는 '역외규정'도 포함됐다.

정보통신망법을 해외 사업자에게도 적용할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부가통신사업자들에게 불법 촬영물이나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의 삭제나 접속차단과 같은 유통방지 조치 의무를 부과한 정보통신사업법 개정안도 함께 의결됐다. 이런 조치를 의도적으로 하지 않을 경우 매출액의 최대 3%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도록 했다.
개정안에는 국내에 주소나 영업소가 없는 부가통신사업자로서 이용자 수나 트래픽 양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할 경우 이용자 보호 업무 등을 대리하는 '국내 대리인'을 지정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넷플릭스나 유튜브, 아마존 같은 해외 사업자들이 국내 대리인을 따로 두지 않아 발생하는 국내 이용자들의 불편을 해소하고 관련법의 집행력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은 또 이용자 수, 트래픽 양 등에 있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부가통신사업자가 편리하고 안정적인 전기통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서비스 안정수단의 확보, 이용자 요구사항 처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조치를 하도록 했다.

이 조항은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콘텐츠사업자(CP)와 SK브로드밴드 같은 국내 인터넷서비스사업자(망 사업자) 간의 '망 사용료' 분쟁을 우회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조항이다.

그간 국내 콘텐츠사업자는 네트워크 트래픽(망 사용량)을 기준으로 인터넷서비스사업자에게 망 사용료를 지급해왔지만, 글로벌 콘텐츠사업자는 트래픽이 더 많음에도 비용을 훨씬 적게 내고 있어 '역차별' 문제가 제기돼왔다.

개정안은 '망 사용료'에 대한 규정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안정적인 서비스'를 명분으로 넷플릭스 같은 콘텐츠사업자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구체적인 조치는 법 통과 후 대통령령으로 정해질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해외 콘텐츠 사업자의 '국내 캐시 서버 도입 의무화'도 조치의 하나로 거론된다.

캐시 서버는 자주 보는 콘텐츠를 서버에 저장해 망 부담을 줄이는 수단이다.

이날 통과된 법안들은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거쳐 본회의까지 통과해야 입법화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야당과 의사일정 협의를 통해 오는 11∼12일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개최를 추진할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