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혁신산업 도약대' 청주 방사광가속기는

'타미플루'·'비아그라' 신약 개발에 기여·반도체 산업에도 필수
신규 방사광가속기로 일자리 13만7천개·6조7천억 생산효과 창출 기대

충북 청주시에 새로 건설될 다목적 방사광가속기는 일반 현미경으로 볼 수 없는 미세한 구조와 살아있는 세포의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는 연구 장비다.
방사광가속기는 전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해 태양 빛 밝기의 100억 배에 달하는 밝은 빛을 만들어낸다.

이 '특별한' 빛으로 아주 작은 나노세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이에 방사광가속기는 흔히 '초고성능 거대 현미경'으로 불린다.과거엔 물리학 기초연구에 주로 쓰였지만, 최근에는 생명과학 연구와 신약 개발을 비롯해 소재·부품 등 산업계에서도 널리 활용된다.

방사광가속기로 생명의 기본물질인 단백질 구조나 신소재 등의 나노수준 구조를 분석할 수 있다.

특히 신약 개발 분야에서 방사광가속기는 '숨은 공신'이란 평가를 받는다.신종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는 미국 스탠퍼드대 방사광가속기(SSRL)로 단백질의 구조를 분석하는 연구를 통해 개발됐다.

남성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 구제역 백신 등도 마찬가지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소재·부품 산업 현장에서 가속기는 '비밀 병기'다.일본은 방사광가속기를 이용해 반도체 소재인 극자외선(EUV) 포토레지스트(감광액) 품질을 꾸준히 높여 왔다.

대만 반도체 기업 TSMC는 연간 1천 시간 이상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하고 있다.

고효율의 태양광 패널을 개발할 때도 패널의 구조를 분석하는 데 이런 가속기가 유용하다.
2028년께 청주에 구축될 다목적 방사광가속기도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며 과학기술과 산업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곳에는 최첨단 방사광가속기인 4세대 가속기(원형)가 들어서게 된다.

전 세대인 3세대 원형 가속기보다 빔의 집중도를 100배 높여 더 작은 물질 구조를 관찰할 수 있다.

이번 가속기 유치로 연구 인력과 산업계 투자가 이어지면서 청주가 얻을 경제적 이익도 상당할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에 따르면 이번 방사광가속기 사업은 고용 13만7천명, 생산 6조7천억원, 부가가치 2조4천억원의 효과를 낼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국내에는 경북 포항시에 4세대 방사광가속기(선형)가 2015년 구축돼 운영되고 있다.

당시 이 가속기는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세 번째로 구축돼 기대를 모았다.

포항 4세대 가속기에서는 지난해 기준 332명이 53건의 실험을 진행했다.

2017년에는 물이 다른 물질과 달리 고체(얼음)가 될 때 부피가 늘어나는 이유를 밝혀,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하기도 했다.

3세대 방사광가속기도 1994년 포항에 구축됐다.4세대 가속기는 살아있는 세포의 움직임을 볼 수 있지만, 3세대는 얼어있는 상태의 죽은 세포만 관찰할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