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가나 했더니…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 '비상'

박원순 시장 "클럽 등 집합금지 행정명령도 검토중"
성소수자·외국인 등 파악 쉽지 않아…접촉자·감염경로 확인 주력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방역'으로 전환한 지 사흘째인 8일 이태원 클럽 관련 신규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하면서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서울시에 따르면 이태원 클럽·주점 5곳을 최근 다녀간 경기 용인시 66번 확진자와 안양시 23번 확진자와 접촉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 114명이 서울 자치구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아 이 중 11명이 확진됐고 97명은 음성 판정이 나왔으며 6명은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 밖에 경기도에서도 용인 67번 환자(31세 남성, 용인 66번의 직장 동료)와 성남 127번 환자(26세 남성, 성남시의료원 간호사) 등 2명이 추가로 확진돼, 관련 확진자는 용인 66번과 안양 23번을 포함해 15명에 이른다.

이에 앞서 용인시 66번 환자는 1일 밤부터 2일 새벽까지 용산구 이태원 일대 클럽과 주점 5곳에 다녀간 후 2일께 발열·오한·설사 등 증상이 나타났으며 5일 검사를 받아 6일 확진됐다.이 환자와 함께 이태원 클럽에 놀러간 경기 안양시 23번 환자는 무증상 상태로 7일에 확진됐다.

방역당국은 이번 집단전파가 드러나기 직전에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고 있었으나,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집단발병이 서울 한복판에서 발생함에 따라 방역 대응을 더욱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8일 브리핑에서 "수습단계임에도 언제든지 이런 집단감염 사태 벌어질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 달라"며 "저희 방역당국은 물론이고 시민 여러분도 이 부분을 특별히 명심하셔서 방역수칙을 좀 더 철저히 지켜주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그는 "만약 이 사태가 좀 더 악화하거나 좀 더 추가확인되면 클럽과 같은 다중밀접접촉 업소에 대해서는 집합금지 명령과 같은 행정명령을 내리는 것도 검토중"이라고 강조했다.

방역당국은 일단 클럽과 주점 등 해당 업소들에서 확보한 명단을 바탕으로 접촉자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으나, 명단이 정확치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금까지 이번 집단발병과 관련해 검사받은 인원 중 일부는 업소 명단에 없었으나 본인이 지자체 안내문자와 언론보도 등을 접하고 검사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지금까지 업소의 고객 명단으로 파악된 인원은 약 1천500명이다.

이에 따라 방역당국은 업소의 고객 명단뿐만 아니라 카드전표 내역도 대조해 접촉 의심자를 추가로 파악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러나 손님 중 결제를 본인이 하지 않은 경우는 이런 방법으로도 파악되지 않을 수 있어 다른 방법도 강구하고 있다.

해당 업소 고객 중 성정체성 등 이유로 신원 노출이나 동선 확인을 꺼리는 이들이 있을 가능성도 방역당국의 접촉자 파악 노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게다가 업소의 특성상 '나는 괜찮겠지'라고 본인 건강에 대해 잘못된 자신감을 가진 젊은이들이 많이 드나들고, 이태원이라는 지역의 특성상 연락이 쉽지 않은 외국인이 많이 끼어 있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지금까지 이번 집단발병과 관련된 확진자 15명은 용인시 66번과 안양시 23번을 포함해 모두 20∼30대 남성이다.

이 중 프랑스인인 서울 용산구 21번과 23번, 미국인인 용산구 22번을 포함해 3명이 이태원2동에 사는 외국인이다.

또 군인 1명도 포함돼 있다.

방역당국은 아울러 감염 경로와 시점을 파악하는 데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추가 확산을 차단하는 데 필수적인 정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용인시 66번 환자와 안양시 23번 환자가 1일 밤과 2일 새벽 이태원에서 시간을 보내기 전에 감염됐는지, 아니면 당시 이태원 업소에서 감염됐는지에 따라 추가로 파악하고 조치를 취해야 할 접촉자 규모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방역당국은 아직까지는 전자의 개연성을 높게 보고 있지만 후자도 배제하지는 못하고 있다.

만약 전자라면 이 두 사람의 생활반경과 동선을 중심으로 접촉자를 파악하면 되지만, 후자라면 조사 범위가 엄청나게 넓어지고 막연해진다.방역당국은 이와 관련해 4월 30일부터 5월 1일까지 용인 66번 환자와 안양 23번 환자가 서울 송파구를 거쳐 경기 가평시, 강원 춘천·홍천시 등으로 놀러갔을 때 동행했던 친구 2명의 감염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