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털기] 포르쉐 신형 911, 도로 위를 질주하는 명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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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성 기자의 [신차털기] 46회
△ 포르쉐 911 카레라S 시승기
▽ 신형 992, 444마력 성능에도 운전은 쉬워
▽ 기계적 변속감 줄었지만 승차감은 쾌적
▽ 강렬하던 배기음은 다소 줄어…환경규제 영향
포르쉐가 최근 국내 출시한 911 카레라 S 쿠페를 지난달 시승했다. 911은 포르쉐의 대표 스포츠카로, 과거 디자인을 유지하면서 성능 등에서 개선을 이어오고 있다. 코드명 992인 이번 신형도 기존 디자인과 큰 차이를 갖지 않는다. 번호판 아래 달린 센서와 단정해진 공기흡입구, 깔끔하게 매립되는 도어 손잡이 정도의 변화가 이뤄졌다.뒷모습에는 한 가지 특징이 더해졌다. 엔진룸 냉각 핀이 코드명 992에 맞춰 2개만 빨간 색으로 자리잡았다. 차를 잘 모르는 일반인도 신형 911을 알아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디자인 요소다. 911은 1963년 첫 모델이 출시된 이래 반세기를 넘는 기간 원형 디자인을 유지하는 동시에 다듬어왔다. 그만큼 높아진 완성도는 다른 차들을 못생겨 보이게 만드는 효과도 낳는다. 포르쉐 911의 별명 중 하나가 '오징어 제조기'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좌석은 제법 편안했다. 스포츠카인 특성 탓에 시트 포지션이 매우 낮았는데, 일단 앉은 후에는 몸을 잘 잡아줬고 공간이 부족하지도 않았다. 뒷좌석도 마련되어 있지만, 성인이 타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이다. 운전석과 조수석에만 탑승하고 뒷좌석에는 짐을 두는 편이 나을 정도다.다만 신형 911을 본 구형 모델 오너는 "공간이 넓어졌다"고 놀라워했다. 그는 구형 모델의 경우 사람이 앉을 수 없는 수준이었지만, 이번 신형은 앞좌석을 잘 당기면 뒤에 사람이 앉을 수도 있겠다고 평했다.
스포츠 모드로 전환하자 낮고 굵은 배기음이 그릉대며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도로 위 다른 운전자들이 흘낏대며 쳐다볼 정도였는데, 저녁시간 도심에서 사용하면 민폐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포츠 플러스에서는 완충장치가 딱딱해지며 말 그대로 도로를 훑는 느낌이 들었다. 배기음과 엔진음이 한층 커졌고 페달을 밟으면 즉시 RPM이 치솟았다. 911 카레라 S 쿠페는 최고출력 444마력에 최대 토크 54.1kg.m의 주행 성능을 자랑한다. 뛰어난 주행 성능에 차체마저 낮은 탓에 도로에 딱 붙어 발사되는 듯한 느낌을 몸이 받게 됐다. 911 카레라 S 쿠페의 전고는 1300mm이고 운전자의 눈높이는 일반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헤드램프 정도였다. 국도에서 50~60km/h 속도로 달리면 80km/h 이상을 내고 있는 느낌이 들었고 고속도로에서 속도를 더 높이면 체감 속도는 더욱 높아졌다. 이따금 가속 페달을 깊이 밟으면 우렁찬 배기음과 함께 시트에 파묻혔지만, 매우 안정적으로 주행하고 있다는 느낌도 동시에 받을 수 있었다.
일상 주행 환경에서 다시 만난 911은 주행 모드에 따라 큰 차이를 보여주며 운전자를 안심시켰다. 노말 모드에서는 스포츠카가 아닌 것 같은 승차감을 제공하고 스포츠부터는 보다 공격적인 주행 성능을 드러내면서도 노말 모드에서 느꼈던 안정감이 유지되고 있음을 각인시켜준다. 덕분에 이번 시승에서는 긴장을 풀고 딱 맞는 옷을 입은 것 처럼 911을 다룰 수 있었다.구형 911 오너들은 신형에서 포르쉐 특유의 기계적 변속감이 사라진 점을 아쉬운 점으로 꼽는다. 이전 모델은 변속할 때 금속의 철컥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지만, 신형은 부드러운 변속이 이뤄진다는 의미다. 이번 911은 이전에 비해 배기음도 다소 작아졌다. 세계적으로 강화되는 환경 규제에 맞추면서 연비를 낮추는 요소들을 덜어낸 탓이다.
단점을 꼽자면 유리지갑 월급쟁이들이 살 수 없는 가격대의 차란 점이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신형 포르쉐 911 카레라 S 쿠페 가격은 1억6090만원부터 시작한다. 이번에 시승한 모델은 여러 옵션이 더해지며 가격이 2억1030만원까지 올랐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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