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 진용 갖춘 제1야당, 치열한 '정책정당'으로 거듭나야

미래통합당의 새 원내대표로 5선의 주호영 의원이 뽑혔다. 정책위 의장에는 이종배 의원이 선출됐다. 4·15 총선 참패와 지도부 공백으로 난파선과 같은 통합당의 처지를 감안하면 이들의 앞날은 첩첩산중이다. 무엇보다 당 지도체제 정비부터 서둘러야 한다. 177석 ‘슈퍼 여당’의 독주를 막기 위한 원내 전략 수립도 당 정비 못지않게 시급하다.

그렇지만 지금 통합당에 가장 중요하고도 근본적인 과제는 당의 정체성부터 찾는 것이다. 통합당은 21대 총선을 앞두고 지난 2월 자유한국당을 비롯, 몇몇 보수 정당이 합당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보수’와 ‘정권 심판’이라는 것 말고는 뚜렷하게 내세우는 이념도, 뾰족한 정책도 없었다.총선공약집을 봐도 경제 운용 등에서 뚜렷한 차별성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신 정부 정책을 뒤집는 ‘뒷다리 잡기’식 공약과 적당히 듣기 좋은 말을 섞어 놓은 듯했다. 그나마 당 지도부는 총선을 앞두고 우왕좌왕했고 공천을 둘러싼 잡음도 끊이지 않았다. 20대 국회 활동 역시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기득권 지켜주기’라는 비판을 받아온 ‘타다 금지법’ 통과에 일조했고, 사유재산권 침해 논란이 큰 ‘유치원 3법’ 통과도 막지 못했다. 총선 직전에는 여당보다 앞서 긴급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주자는 포퓰리즘성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한마디로 정책 정당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 적이 없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진 유권자들은 적잖이 실망할 수밖에 없었고, 굳이 통합당에 표를 줄 이유를 찾기 힘들어졌다. 마침 여당이 들고나온 ‘야당 심판론’까지 겹치면서 총선 참패로 이어진 것이다.

통합당은 이제부터라도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비록 103석으로 의석이 줄었지만 거대 여당을 견제하는 제1야당으로서의 역할은 더 중요해졌다. 그런 점에서 새 원내 지도부는 당의 정체성과 이념 지향성을 분명히 하고 정책 수립과 원내 투쟁에서 그 원칙을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가야 할 것이다.

“강한 야당으로 다시 태어나겠다”는 주 신임 원내대표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도 치열하게 대안을 제시하는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래야 집권의 길이 열리고 여당과 차별화도 할 수 있다. 국가와 국민은 물론 통합당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막연한 ‘보수’의 간판 아래 영남 고정표에 기대어 선수(選數)나 더 쌓으려는 ‘웰빙 정당’ 방식은 더 이상 통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