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재건축 강자' 삼성물산…대우건설과 반포서 한판 승부

불붙는 정비사업 수주전

반포3주구에 단속반 뜬다
규제에 코로나 덮쳐 일감절벽
재건축 시공권을 놓고 맞붙은 삼성물산(사진 뒤쪽)과 대우건설(오른쪽)이 반포3주구에서 각각 홍보관을 짓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서울시가 시공사 선정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반포3주구) 재건축 사업에 대한 현장 점검에 들어간다. 서울시와 서초구는 오는 11일부터 시청과 구청 직원 및 변호사 등 전문가로 구성된 지원단을 반포1단지 3주구에 파견하기로 했다. 지원단은 조합원 개별 접촉 등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과 시 조례에서 금지한 홍보 행위가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지난해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 과열 수주전 이후 얼어붙었던 정비사업 시공권 쟁탈전이 다시 달아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해외 수주가 많이 끊긴 영향이 크다. 왕년의 ‘재건축 강자’ 삼성물산이 5년 만에 수주전에 복귀했을 정도다.건설사 5월 수주 대전

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총회를 미루던 주요 정비사업 조합들이 다음달 속속 시공사 선정에 나선다. 역대 최대 재개발 사업인 용산구 한남3구역(공사비 약 2조원)을 비롯해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반포3주구), 신반포21차 등 알짜 사업장들이다.가장 분위기가 뜨거운 곳은 올해 강남 최대어인 반포3주구다. 반포3주구는 반포동 1109 일대의 노후 단지를 지하 3층~지상 35층 아파트 17개 동, 총 2091가구로 재건축한다. 공사비가 8087억원에 달하는 이곳을 따내기 위해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이 사활을 건 대결을 펼치고 있다.

2015년 신반포·경남아파트(반포래미안원베일리) 통합 재건축 사업을 따낸 이후 수주전에서 사라졌던 삼성물산은 지난달 23일 신반포15차 재건축 사업을 압도적 지지로 따내며 5년 만에 컴백했다.

총 108가구인 인근 신반포21차도 GS건설과 포스코건설 2파전으로 수주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해 12월 입찰은 큰 관심을 받지 못해 유찰됐지만 최근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조합 측이 당초 850억원(3.3㎡당 560만원) 수준이던 공사비를 1020억원(3.3㎡당 670만원)으로 올리면서 사업성이 높아졌다”며 “건설사들의 먹거리가 줄어든 것도 경쟁이 치열해진 이유”라고 말했다.한남3구역도 시공사 선정을 다시 진행하면서 현대건설·GS건설·대림산업 3개사가 경쟁하고 있다. 재개발을 통해 지하 6층~지상 22층, 197개 동, 총 5816가구를 짓는 초대형 사업이다.

후분양에 리츠 매각 ‘파격 제안’

건설사들은 조합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파격적인 제안을 쏟아내고 있다. 오는 7월 28일 시행되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에 따른 손실을 만회할 수 있는 대안이 많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지금보다 일반 분양가가 10~20%가량 낮아질 전망이다.대우건설은 반포3주구에 ‘재건축 리츠(부동산투자신탁)’를 제안했다. 재건축 사업의 일반 분양분을 리츠가 사들여 임대주택으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일정 기간 임대 운영을 마친 뒤 조합이 원하는 시세 수준으로 팔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삼성물산은 준공 후 분양으로 맞불을 놨다. 업계 1위의 재무건전성을 바탕으로 공사비를 조달해 준공을 마친 다음 분양하면 상한제 시행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서울시 1호 ‘클린사업장’으로 선정됐지만 반포3주구에서는 과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우건설은 “삼성물산이 스타 조합장과 공모해 대우건설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수주 업무를 방해했다”며 삼성물산과 해당 조합장을 고소·고발했다. 삼성물산은 공식 대응을 자제하면서도 대우건설이 홍보요원을 통해 조합원 개별 접촉 등으로 과열을 부추긴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동안 협조 공문 등을 통해 수주전을 관리해오던 서울시와 서초구가 직접 현장점검에 나선 이유다.

신반포21차를 통해 강남 입성을 노리는 포스코건설은 후분양에 따른 이자비용까지 자체 부담하기로 했다. 자체 보유 자금으로 골조공사 완료 때까지 공사를 수행하고, 일반 분양 이후 공사비를 받겠다고 제안했다. GS건설은 일대를 7370여 가구의 자이 브랜드 타운으로 조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코로나와 규제로 먹거리 사라져

수주전이 달아오르는 것은 대내외 사업 여건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로 해외 건설사업 현장 102곳 중 약 36%가 중단되거나 축소 운영 중이다. 나머지 현장도 자재 및 인력 수급 문제를 겪고 있다.

시공권이 나올 사업장이 줄어드는 것도 경쟁을 심화시켰다. 서울시가 주요 정비사업장의 인허가를 보류하고 있는 데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에 분양가 상한제까지 시행되면서 아예 사업을 접겠다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반포3주구와 신반포15차도 기존 시공사를 교체하면서 새로 수주전이 펼쳐진 곳이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주택도시연구실장은 “불황이나 위기 시에는 건설사들도 리스크가 큰 사업을 줄여야 한다”며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도심 정비사업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수주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자 호반건설 등 중견사까지 정비사업 수주전에 뛰어들고 있다”며 “후분양 제안이 잇따라 예비 청약자들이 청약할 곳이 앞으로 계속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