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손혁 감독의 선언 "올해 불펜투수 3연투는 없다"

명확한 마운드 운영 철학 공개…4·5선발엔 적극적인 정면 대결 주문
'투수 전문가'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의 손혁 감독은 마운드 운영 철학이 명확한 지도자다. 선수 시절부터 꼼꼼하게 공부하기로 유명했던 손 감독은 미국 연수와 해설위원, 투수 코치 활동을 거치면서 자신의 이론을 정립했다.

2020시즌을 앞두고 키움 감독으로 부임한 손 감독은 시즌 초반부터 초보 감독답지 않은 노련한 마운드 운영으로 팀을 이끌고 있다.

손 감독은 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한화 이글스와 홈 경기를 앞두고 올 시즌 마운드 운영 계획안 하나를 밝혔다. 바로 '어떤 일이 있어도' 불펜 투수의 3연투는 막겠다는 것이다.

손 감독은 "투수 코치로 활동하면서 딱 두 번 투수에게 3연투를 맡겼는데 모두 실패했다"며 "불펜의 3연투는 팀에 해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올 시즌은 개막이 늦은 데다 (더블헤더가 빈번하게 열리는 등) 특수한 환경에 처해있다"며 "불펜의 3연투는 펼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한 경기 승리를 위해 무리하게 불펜진을 운영할 경우 시즌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다.

손 감독은 전투에서 승리하려고 전쟁을 망치지 않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전날 경기에서도 그랬다. 키움은 한화전에서 6회까지 3점 차 근소한 리드를 했지만, 필승 계투조를 투입하지 않았다.

연투한 김상수는 물론, 3일에 걸쳐 두 차례 등판한 양현에게도 휴식을 줬다.

손혁 감독은 "아무리 치열한 경기가 펼쳐지더라도 욕심을 부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 감독의 마운드 운영 철학은 비단 불펜 투수들에게 국한하지 않는다.

손 감독은 4·5선발 투수에게도 명확한 지향점을 제시했다.

타자와 적극적으로 정면 대결해 내줄 점수는 주라는 점이다.

손 감독은 "4·5선발은 너무 잘 던지려고 하면 안 된다"며 "욕심을 내면 (볼넷을 남발해) 힘든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그러면 불펜을 다수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불펜을 많이 투입하면 여파는 1·2선발 등판 경기까지 이어진다.

손 감독은 "4·5선발 투수에겐 그저 많은 이닝을 책임지는 데 집중해달라고 주문했다"며 "투수들이 이런 의식을 갖고 마운드에 올라야 팀이 성공한다"고 말했다.

이어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SK 와이번스에서 뛰었던) 메릴 켈리(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을 영입한 건 이들이 이닝이터였기 때문"이라며 "켈리와 김광현이 4·5선발 자리에서 많은 이닝을 소화해주면 팀에 큰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에 영입을 추진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 감독의 명확한 마운드 운영 철학이 올 시즌 키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