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2번째 유흥업소 집합금지명령…4월 강남업소 때보다 엄중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거센 확산…'사실상 영업정지'
서울시가 이태원 클럽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를 맞아 유흥시설에 사실상 영업정지와 같은 '집합금지 명령' 카드를 두 번째로 꺼내 들었다.박원순 서울시장은 9일 오후 예정에 없던 긴급 브리핑을 열어 "지금 즉시 클럽, 감성주점, 콜라텍, 룸살롱 등 모든 유흥시설에 대해 집합금지 명령을 발령한다"고 밝혔다.

집합금지 명령은 말 그대로 '여러 사람의 집합을 금지하는 것'으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시도지사가 감염병 예방을 위해 내릴 수 있다.

영업을 유지한다면 필연적으로 여러 사람이 모이게 되는 유흥시설의 특성상 집합금지 명령은 영업정지 명령과 같은 효과를 낸다.서울시가 코로나19 사태로 유흥시설 집합금지 명령을 내린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시는 강남 대형 유흥업소 'ㅋㅋ&트렌드' 방문자, 업소 종업원, 종업원의 룸메이트 등이 잇따라 확진되자 지난달 8일 처음으로 시내 유흥업소 2천146곳에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다.

당시는 거의 1개월 전인 3월 10일부터 유흥업소가 방역수칙을 준수하는지 공무원들이 현장 조사를 벌이면서 휴업을 강력히 권고해 유흥업소 상당수가 휴업 중인 상태였다.그럼에도 서울시는 밀접 접촉이 쉽게 일어날 수 있고 고객 정보 확인이 쉽지 않다는 유흥업소 특성을 고려해 강제력을 띤 명령을 내렸다.
이번에 내려진 2번째 집합금지 명령은 1차 명령과 형식이나 내용은 같지만, 조건과 상황을 감안하면 더욱 강한 조치로 볼 수 있다.

박 시장은 이번 집합금지 명령의 기한을 따로 설정하지 않겠다면서 별도 명령이 있을 때까지 이 명령을 유지하겠다고 했다.1차 명령은 4월 8∼19일로 기한이 정해져 있었다.

4월 당시는 지금의 '생활 속 거리 두기'보다 수위가 높은 '사회적 거리 두기'가 유지되던 시점이었다.

현 시점은 그보다 약간 완화된 '생활방역'으로 전환된 상황임에도 서울시가 기한 없는 집합금지 명령을 내린 것은 이번 이태원 클럽 사태를 4월 강남 업소 사태보다 더 엄중하게 본다는 방증이다.

강남 업소 사태 당시 초기 우려에 비해 추가 감염이 많지 않았던 것과 달리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 사태는 첫 확진자(경기 용인 66번)가 발생한지 사흘만인 9일 정오까지 관련 확진자가 서울에서만 27명 발생했고 전국적으로는 40명에 달했다.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확진자가 39명으로 대다수이기는 하나 서울에서 가장 먼 대도시인 부산에서마저 관련 확진자 1명이 나와 우려를 더욱 키운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5일까지 이른바 '황금연휴' 기간에 전국에서 유흥을 즐기려는 이들이 이태원으로 몰려들었다가 다시 흩어져서 지금도 '소리 없는 전파자들'이 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

용산구 이태원2동 거주 외국인 확진자 3명이 황금연휴 기간에 집 근처 이태원의 클럽 '킹', '퀸'뿐만 아니라 서대문구 신촌동 '다모토리5' 등 다른 업소에도 여러 차례 방문했던 사례가 있다.

더욱이 초발 환자인 용인 66번 환자가 이번 집단 감염을 일으켰으리라는 초기 추정과 달리 감염원 추적이 어려운 산발적 전파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는 쪽으로 방역당국의 판단이 기울고 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9일 브리핑에서 이런 견해를 밝히면서 "초발 환자의 증상 발현일이자 클럽 방문일인 2일에 증상이 나타난 다른 사례들도 있고, 초발 환자가 방문하지 않은 날에도 증상이 나타난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감염원 추적이 어렵고 많은 경우 규명이 불가능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일선 방역을 맡은 서울시로서는 대응 강도를 더욱 높일 수밖에 없다.
사회적으로 코로나19 경계 분위기가 느슨해지는 와중에 이태원 클럽 사태가 터진 점도 서울시가 집합금지 명령을 발동한 배경으로 꼽힌다.

해외 관련 확진자가 속출하고 소비 성향이 급랭했던 4월과 달리 지금은 황금연휴를 지나 날씨마저 풀리면서 사람들의 활동 욕구가 높아진 때다.

또 클럽 등 유흥업소에 출입자 명부 작성과 같은 방역수칙 준수를 당부했건만 문제가 된 클럽들이 제출한 명부상의 1천946명 중 637명만 통화가 된 점에서 보듯 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점 역시 강제 조치를 동원할 명분이 된다.박 시장은 "시민 한 분 한 분이 방역 주체로서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생활해야 한다"며 "이는 클럽과 관련한 한 두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그동안 철저하게 수칙을 지킨 시민 모두를 위험에 빠뜨리게 하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