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9시인데 손님 0명"…코로나에 인적 끊긴 '이태원 클라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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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왁자지껄

8일 밤 9시 서울 이태원동의 최대 번화가인 해밀턴호텔 뒷골목. 이날 찾은 한 포장마차는 ‘불금’에도 손님 한 명조차 없었다. 빼곡히 모인 16개 테이블에는 직원 3명만 앉아 있었다. 가게를 운영하는 윤모씨는 핸드폰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기사를 보며 한숨만 내쉬었다. 윤씨는 “평소 같으면 테이블이 절반 넘게 차 있을 시간”이라며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서 매출이 복귀되나 했는데 다시 가게 운영시간이라도 단축해야 할지 막막한 심정”이라고 했다.

대규모 확진자가 쏟아진 이태원 ‘킹클럽’ 일대는 어두컴컴했다. 밤 10시 킹클럽과 같은 골목에 있는 클럽과 주점은 아홉곳 전부 문을 닫아서였다. 입구에는 ‘임시휴업 안내’라고 적힌 안내문만 붙어 있었다.
클럽 건너편 일반 음식점도 일부 휴업 중이었다. 주변 66㎡ 규모의 케밥 가게에는 손님의 발길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인근에서 주차장을 운영하는 김모씨(55)는 "10년 동안 금요일 밤에 이렇게 사람이 없는 건 처음 본다"며 "새벽 2~3시까지 사람이 넘치던 곳인데 언제까지 잠잠할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대규모 식당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태원의 한 중식당은 전체 200석 중 식당을 찾은 사람이 서너팀밖에 없었다. 배달을 위한 포장음식만 입구 주변 테이블에 4~5개씩 쌓여 있었다. 이곳 직원은 “지난주 금요일 저녁 예약이 2~3팀이었다가 오늘 어버이날이어서 12팀 정도로 다소 많다"면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나오면서 다음주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오후 8시부터 클럽, 유흥주점, 감성주점, 콜라텍 등 유흥시설에 운영 자제를 권고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하지만 이태원 대부분 클럽과 펍 등 유흥시설은 대부분 영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운영 자제는 운영 중단보다 한 단계 강도가 낮은 조치다. 정기석 한림대 의대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클럽 같은 유흥시설 등은 아예 통제를 하고 감염 위험이 높은 곳에 대해선 보다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방역당국은 9일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가 전날 0시보다 18명 늘어 총 1만840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신규 확진자 18명 중 17명은 지역 사회 감염 사례로 용인 66번 확진자 A씨와 관련된 이들이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서 "용인시 확진환자 관련 이태원 방문자 15명을 포함해 어제까지 총 20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방역당국은 2일 집단 감염지로 꼽힌 이태원 주점과 클럽 등을 방문한 사람이 1500명에 달하는 만큼 추가 감염 경로를 파악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