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점 찍고 반등시도하는 뮤지컬…일각선 '거리두기 좌석제' 반발

5월 들어 9일만에 30억원 매출, 이달 매출 4월 매출의 두배 넘을 듯
내달 하반기 대작 잇달아…일각선 "거리두기좌석제로 공연할수록 손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로 최악의 '보릿고개'를 경험한 뮤지컬 분야가 이달 들어 조심스럽게 공연을 재개하고 있다.그러나 기대 매출이 크게 줄어든 가운데 소비 심리는 여전히 위축된 데다 거리두기 좌석제를 적용할 경우 수익 악화가 예상돼 정상화로 가기까지는 여전히 험로가 예상된다.
◇ 기지개 켜는 뮤지컬 분야
10일 공연계에 따르면 창작 뮤지컬 '로빈'이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KT&G 상상마당 대치아트홀에서 개막했다.

애초 3월 10일 개막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19사태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개막이 두 달이나 늦춰진 작품이다.고립된 환경에서 아빠와 딸이 가족의 의미와 진정한 사랑을 찾아간다는 내용을 담았으며 우수한 창작극이 지속적으로 공연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KT&G 상상마당 창작극 지원사업에서 최종 선정된 작품이다.

'오페라의 유령'은 지난달 23일 재개했다.

7년 만의 대작이어서 뮤지컬 팬들의 기대가 높았던 작품이었으나 출연 배우가 코로나 19에 걸리면서 일시 중단됐다.재개 후 객석 점유율을 조금씩 높여가는 분위기다.

공연 주관사 클립서비스 관계자는 "지난해 개막 후 매진 사례가 잇달았으나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2월 말 후부터는 예매 취소가 이어졌다"며 "현재는 좌석 점유율 50% 수준을 유지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창작 뮤지컬 '차미'는 지난달 14일 공연을 시작했다.아직 코로나 여파로 정상화한 상황은 아니다.

금요일인 지난 8일 공연장에는 객석의 절반 정도가 비어있었다.

뮤지컬계는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지난달 뮤지컬 매출액은 40억507만원에 불과했다.

코로나 영향이 거의 없던 지난 1월(338억3천만원)에 견줘 8분의 1토막이 났다.

이달 들어서는 뮤지컬 작품들이 잇달아 상연되면서 시장 전체가 저점을 찍고 반등하는 분위기다.

5월 매출은 9일 만에 약 30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지난달 매출의 75% 수준이다.

현재와 같은 속도라면 이달 매출은 4월의 2배를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내달 상황은 더욱 고무적이다.

대형 제작사들이 제작하는 하반기 기대작들이 잇달아 무대에 오르기 때문이다.

9년 만에 관객들과 다시 만나는 '렌트'(신시컴퍼니), 10주년 공연에 돌입하는 '모차르트!'(EMK뮤지컬컴퍼니), 지난 24년간 사랑받은 쇼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CJ ENM)가 승부를 펼친다.

소극장 작품인 '미아 파밀리아'(9일), 뮤지컬 '빨래'(3일) 등도 관객들을 찾는다.
◇ 거리두기 좌석제 반발 움직임도
정부와 지자체 산하에 있는 국공립 극장은 생활 방역의 일환으로 거리두기 좌석제를 상당수 도입하고 있다.

정부의 강제 사항이 아니라 권고 사항이지만 규모 있는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경기아트센터, 성남아트센터 등은 대부분 도입해 시행 중이다.

그러나 공연 제작사들은 마뜩잖은 분위기다.

사회적 분위기상 대놓고 반발하지는 못하지만,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일부 지역에선 공연장과 제작·기획사 간 갈등이 빚어지기도 한다.

성남아트센터에서 8~10일 공연될 예정이던 뮤지컬 '레베카'는 최근 취소됐다.

정부의 생활 방역 지침에 따라 성남아트센터 측이 레베카 지방 기획사에 '거리두기 좌석제'를 요청했지만, 기획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다.

성남 공연을 주관하는 기획사 에이플레이트프로젝트 관계자는 "이미 2월부터 표를 판매해 매진된 공연"이라며 "거리두기 좌석제를 시행할 경우, 누구는 취소하고, 누구는 공연을 보게 할 권리가 우리에게 없다.

좌석 조정은 불가한 일"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민간극장 작품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오페라의 유령'이나 '드라큘라' 등 민간극장에서 공연되는 작품은 거리두기 좌석제를 적용받지 않기 때문이다.

에이플레이트프로젝트 측은 공연이 일방적으로 취소될 경우 소송까지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연계에서는 코로나 여파로 수익성이 악화한 상황에서 거리두기 좌석제를 유지할 경우 손익분기점을 넘기 어려워 정부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공연계 관계자는 "매진된 경우를 비교할 경우, 거리두기 좌석제를 도입하면 그렇지 않을 경우에 견줘 수익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며 "이는 손해를 보면서 공연을 올리라는 말과 다름없다.거리두기 좌석제를 도입해 손해가 난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