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전망] 정치 세대교체, 인재 양성에 달렸다

로스쿨에서 법조인 양성하듯이
정당 등에서 정치아카데미 운영
철학·경륜 쌓은 인재 공급해야

이근면 < 前 인사혁신처장 >
21대 총선에서 새로운 국회의원 151명이 탄생했다. 절반이 넘는 초선의원이 국회 운영 전반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여의도 정치의 혁신을 이뤄낼지 주목된다. 이쯤에서 한 번 생각해 볼 것은 과연 청년 정치인, 정치 신인은 무엇을 기준으로 나누는가 하는 점이다. 단순히 국회의원 배지를 처음 단 사람을 일컫는 것인가 아니면 2030세대가 정계에 입문하는 것을 일컫는 것인가? 정치적 세대교체는 또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런 의문을 제기하는 이유는 우리 사회가 참신한 정치 세력의 등장에 대한 기대는 높지만 정작 이런 기대를 충족시키는 움직임은 미미했기 때문이다. 경제는 세계 10위권 수준에 올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모범적 대처를 통해 의료 또한 세계적 수준임을 입증했다. 봉준호 감독, 방탄소년단 등으로 문화적 역량도 꾸준히 커지고 있지만 유독 정치 분야는 뒤처진다는 게 국민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정치의 일신이 없이는 위대한 대한민국의 꿈은 발목 잡힐 것이다.선거 때마다 각 정당은 인재영입을 통해 정치 신인을 공급했지만 국회는 늘 발목 잡기와 계파 이익을 위한 정쟁에 사활을 거는 모습을 반복해 왔다. 이런 구태에서 벗어나 정치 역시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서기 위해선 진정한 정치적 세대교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부터 새롭게 해야 한다. 지금처럼 거대정당이 보여주기식으로 정치와 아무 상관없이 생업에 종사하던 이들을 인재영입 이벤트로 몇 명 끌어오는 것으로는 안 된다.

이쯤에서 개념을 짚어 봐야 한다. ‘청년(靑年)’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한창 무르익은 시기에 있는 사람을 가리키는 단어다(유엔은 청년을 18~65세로 정의). 고로 청년 정치인은 나이가 아니라 용기, 살신성인 등 시대가 요구하는 공익적 가치가 투철한 이를 일컫는 것이다. 진짜 정치적 세대교체는 교육, 경제, 노동, 환경, 문화 등 각 분야에서 경험과 경륜을 쌓은 이들 중 공익적 가치를 위해 헌신할 준비가 돼 있는 사람을 적재적소에 공급하는 것을 뜻한다. 세대와 지역을 아우를 수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세대교체의 성패는 어떤 인물을 어떻게 양성해 얼마나 정치권에 공급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직결된다. 결국 관건은 획기적인 정치 인재 양성 시스템에 달려 있다. 나와 세계와의 관계를 이해하는 균형감각, 시대정신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통찰력, 공익에 대한 책임감을 키워 줄 수 있는 전문 아카데미를 국회나 정당에서 운영해야 한다. 이 정치전문 아카데미에서 우리 사회가 어떤 경로를 거쳐 지금의 위치에 와 있고 앞으로는 어떻게 나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저마다의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도와주고 철학과 경륜을 쌓은 인재가 정치권에 뛰어들어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인력 공급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선진국에서는 정치 지도자의 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핀란드 총리 35세, 오스트리아 총리 34세, 뉴질랜드 총리 40세 등 한국에선 상상하기 힘든 연령의 정치인들이 국가 운영을 책임지고 있다. 이들 나라의 특징은 각 정당이 체계적인 인재양성 시스템을 운영해 세대별, 지역별, 직역별 갈등을 종합적으로 다룰 능력을 갖춘 정치 인재를 꾸준히 정치계로 공급하고 미래 지도자군으로 성장할 수 있는 풍부한 인력풀을 가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정치 발전의 핵심도 결국 경제 발전 모델과 마찬가지로 양질의 인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데 달려 있다.

연령이 낮은 세대가 ‘갑짠튀’ 한다 한들 준비와 경륜, 공익적 사명감이 채워지는 것은 아니다. 철저히 검증된 양질의 정치 인재가 어떻게 양성되고 공급되느냐가 관건이다. 일등국가의 꿈은 단시간이 아니라 계승 발전에 의해 구현된다. 우리는 메시아가 아니라 시스템에서 그 답을 찾아야 한다. 나이가 아니라 생각의 젊음과 늙음에서 그 길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