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클럽 감염자 30%는 무증상…숨지 말아야"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 연합뉴스
서울 이태원 일대 클럽발(發) 확산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에서 확진자의 3분의 1가량은 무증상 상태에서 확진된 것으로 조사됐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0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이날 낮 12시 기준 서울 이태원 클럽 관련 코로나19 관련 확진자가 총 54명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클럽이라는 특성 때문에 20∼30대 젊은 층이 확진자 대다수다. 정은경 방대본 본부장은 54명의 환자 가운데 무증상 상태에서 코로나19 진단을 받은 경우가 30% 정도라고 설명했다. 증상 발병 여부와 관계없이 클럽 관련 접촉력이나 노출력만으로 코로나19 검사를 할 수 있게끔 조치하고 있다.

클럽 방문 사실을 공개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방역 당국의 애로다. 해당 클럽 가운데 성소수자들이 자주 가는 시설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신변 노출을 꺼려 역학조사에 협조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 본부장은 "최대한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 조사를 진행하겠다"며 "신중하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고민하면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도 중대본 브리핑에서 "개인의 신상 정보가 드러나거나 특정화되지 않는 범위로 동선을 공개해서 동선을 거쳐 간 분들이 조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 본부장은 "신속하게 검사를 받아야 본인의 건강뿐 아니라 가족과 동료, 사회, 공동체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유념해주시기를 간곡하게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정부가 우려하는 또 하나의 사각지대는 바로 불법 체류 외국인들이다. 박 1차장은 "방역 사각지대의 대부분은 신분 노출을 꺼리는 집단들"이라며 "불법 체류자 등 사회적으로 낙인이 찍힌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집단은 신분 노출을 꺼려 증상이 있어도 검사와 치료를 받으려고 하지 않는다"고 걱정했다.

이태원 클럽 관련 집단감염이 신천지대구교회 사례처럼 크게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 본부장은 "신천지 교회는 여러 번의 예배와 소규모 학습·모임으로 굉장히 밀접한 접촉이 발생해 양성률이 상당히 높았다"며 "이번 클럽 건도 밀폐된 공간에서 밀접한 노출이 있었고 다들 면역이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양성률은 높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지난달 중순 코로나19 확진자가 방문했던 부산의 한 클럽의 경우 감염이 크게 전파되지 않은 것을 두고 정 본부장은 확진자들의 방문 당시 전염력 차이가 집단감염 확산 여부를 가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용인 66번 환자는 5월 2일 이태원 클럽 방문 당일 발병한것으로 보고됐지만 부산 클럽을 방문한 확진자는 발병 이틀 전에 방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산 클럽을 방문한 확진자는 발병 이틀 전에 방문했기 때문에 전염력이 더 낮았을 수 있다고 정 본부장은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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