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 효과음·'덕분에' 세리머니…코로나 시대 K리그의 일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완전히 종식되지 않은 채 무관중으로 문을 연 프로축구 K리그 그라운드에선 평소에 보기 어려운 장면이 일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10일 포항 스틸러스와 부산 아이파크의 K리그1 1라운드가 열린 포항스틸야드에는 경기 내내 다양한 응원 음성이 울려 퍼졌다.가상의 관중 소리로 휑한 경기장을 채우는 건 연습경기와 개막 라운드에서 여러 팀이 시도해 온 아이디어인데, 포항의 준비는 좀 더 세밀했다.

'위 아 스틸러스(We are Steelers)' 등 대표적인 구호와 응원가, 박수, 야유, 탄식 등 10가지 효과음을 마련했고, 선수단이 직접 참여한 가운데 리허설을 거쳐 개막전에 가동했다.

새벽잠을 아껴가며 음성 편집 등에 힘을 쏟은 구단 홍보 담당자는 경기 당일엔 본연의 업무 외에 '음향 감독' 역할까지 하며 경기 전개에 적합한 소리를 내보내고자 노력했다.포항이나 상대의 공격, 세트피스 등 상황에 따라 다른 음향이 재생됐다.

김기동 포항 감독은 "예행연습을 거친 결과 선수들한테 도움 된다고 생각했다"면서 "실제 경기와 비교하면 100%라고 할 수는 없지만, 확실히 좋았다.

조용하게 경기하는 것보다 훨씬 선수들에게 도움이 됐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싸우는 의료진을 향한 응원과 감사의 뜻을 전하고자 왼손 위로 오른손 엄지를 드는 자세를 취하는 '덕분에' 세리머니도 트렌드가 됐다.

각 경기 시작 전 기념사진 촬영 때 선수들이 함께하는 것은 물론,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을 상대로 이번 시즌 전체 1호 골을 넣은 이동국(전북)을 시작으로 '단골 골 세리머니'가 됐다.이날 포항의 일류첸코도 부산 아이파크와의 경기에서 2-0 승리를 이끄는 결승 골을 터뜨리고 동료들과 이 포즈를 취했다.

강원FC로 이적한 뒤 첫 경기에서 FC서울을 상대로 득점포를 가동한 김승대도 엄지를 세웠다.

포항의 김기동 감독은 부산과의 시즌 첫 경기를 마치고 공식 기자회견을 시작하며 경기 총평을 하기 전에 "코로나19 사태의 최일선에서 노력하는 의료진에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언급하는 등 경기장 곳곳에 '덕분에' 물결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