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의 집]③ 숙소 평가 '불량' 1.3%뿐이라는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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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조사에서 불량숙소 안 걸러져…주거기준 충족을 고용허가 요건으로"
선진국, 필수 주거기준 미달 땐 이주노동자 고용허가 '박탈'
탐사보도팀 =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을 계기로 '지옥고(반지하·옥탑방·고시원)' 등 열악한 주거 환경을 개선, 안전하고 쾌적한 곳에서 살 권리, 즉 '주거권'을 모든 국민에게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그러나 이런 논의에서조차 이주노동자의 숙소 문제는 빠져 있다.
정부가 초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생산인구 감소 대응책의 하나로 적극적인 외국 인력 수급 정책을 내놓은 마당에 우리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이주와인권연구소의 이한숙 소장은 "이주노동자 인권을 끌어올리지 않으면 한국 사회의 최저 인권 실태 또한 개선되기 어렵다"는 말로 이주노동자의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주노동자들의 거주 실태 개선을 위해 우리 정부도 부단히 노력했지만, 현장에선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개정된 근로기준법 시행령에 따르면, 이주노동자 숙소의 방 크기는 1인당 2.5㎡ 이상(제58조)이어야 하고 한 방에 거주하는 인원은 15명을 초과할 수 없다.
또, 화장실과 세면‧목욕, 냉난방, 채광과 환기, 화재 예방 등을 위한 시설을 반드시 설치(제55조)해야 한다.
침실, 화장실, 욕실에는 잠금장치를 필수(제58조의 2) 사항으로 명시했다. 하지만 시행령의 규정을 다 지켜도 반드시 '살 만한' 주거시설이 되지는 않으며, 특히 현장 조사에서도 불량 숙박시설은 걸러지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구인의 정류장' 김이찬 대표는 정부의 이주노동자 주거실태 조사 결과가 대부분 양호한 것으로 나왔지만 조사 과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지난해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숙소 환경 항목에서 '불량'과 '매우불량'을 받은 사업장 기숙사는 전체 1천 380개 중 18개뿐이었다. '불량'과 '매우 불량' 혹평을 받은 숙소 비율이 전체의 1.3%에 불과한 것을 보면 현장 조사를 제대로 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단비뉴스 취재팀이 전국 48개 고용노동지청에 2019년 외국인고용 사업장 지도점검 실태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한 결과, 주거환경 실태조사 대상 이주노동자 숙소 2천494개 중 단독, 연립, 아파트 등 일반 주택은 933개로 38%였다.
나머지는 ▲사업장 건물 583개 ▲샌드위치 패널(스티로폼을 넣고 양쪽에 철판을 붙여 만든 판재) 등 기타 566개 ▲컨테이너 개조 348개 등이었고 오피스텔과 여관 등 숙박시설, 비닐하우스가 각각 그 뒤를 이었다. 현행 노동법에는 이주노동자가 숙소를 고쳐달라고 하더라도 사업주는 응할 의무가 없다.
이를 견디지 못하는 노동자가 노동부에 '사업장 변경'을 신청할 수는 있다.
노동부는 사업장 변경을 허가하기 전에 숙소를 확인하고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는 2019년 2월 노동부가 개정 고시한 '외국인 근로자 책임이 아닌 사업장변경 사유'에 따른 것이다.
시정명령의 이행 기간은 6개월이다.
하지만 이런 규정에도 불구하고 불량 숙소 문제가 끊이지 않는 만큼 이주노동자 고용허가 요건에 숙소 기준을 넣자는 제안도 나온다.
비정부기구(NGO) '감사와 동행'의 이현서 변호사는 "현재 외국인고용법상 고용허가 요건이 너무 단순해 몇 가지만 지키면 누구나 외국인력을 고용할 수 있게 돼 있다"며 "숙소 기준을 허가 요건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에서도 이주노동자의 주거 실태 개선을 위한 입법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7년 9월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 등은 근로기준법·외국인고용법 개정안(일명 '비닐하우스 주거 방지법')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본회의 통과 후 시행령 등을 통해 1개 침실 수용인원 15명 제한, 화장실과 세면·목욕시설, 채광과 환기를 위한 적절한 설비 등 구체적 주거 기준을 명시했다.
그러나 이주노동자의 주거환경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려면 추가적인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게 활동가들의 지적이다.
이한숙 소장은 "강제노동을 강요하는 '사업장 변경 제한'은 당연히 없어져야 하지만 그게 핵심은 아니다"며 "구체적인 (주거기준) 조건을 충족하는 사업장에만 고용허가를 내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캐나다는 내국인이 기피하는 농업 분야에 이주노동자를 최장 8개월까지 고용할 수 있는 계절근로자제도(SAWP)를 운영한다.
고용주는 이주노동자에게 캐나다 연방정부주택청(CMHC)의 기준에 맞는 숙소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침실은 다른 생활 시설과 반드시 분리돼야 하고, 화장실과 세면대 등 개인위생 시설은 실내에 있어야 한다.
필수 주거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사업주는 외국인 고용허가 대상에서 자동 탈락한다.
사업주는 또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할 자격을 2년 동안 상실한다.
이현서 변호사는 캐나다의 이주노동자 정책에 대해 "한시적으로 일하는 노동자라 할지라도 그들의 사생활 보호를 위한 공간의 기준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은 이주 및 계절 농업 노동자 보호법(MSPA)을 통해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한다.
이 법은 임금, 주거, 교통 등에 관한 기준을 규정하는데, 이주노동자의 숙소에 대해서는 연방 및 주 정부의 보건안전 기준에 부합하는지 인증을 받도록 하고 있다.
연방 산업안전보건법(OSH Act)은 부지, 주거지, 수도시설, 화장실, 세탁-목욕시설, 조명, 쓰레기 처리 등 12개 항목의 필수사항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다.
이들 기준을 충족해 최종 허가를 받은 사업주만이 '농가 근로자 계약(FLC)'을 할 수 있다.
이주노동자는 주거문화의 차이로 인해 취업국 거주지의 조건을 잘 모를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 미국은 이주노동자의 권리와 보호 사항을 명시한 포스터를 사업장에 부착하도록 하고 있다. 포스터는 주거권을 비롯해 노동자가 가진 권리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으며, 사업장 내 차별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당국에 이의 제기를 하도록 권고한다. /연합뉴스
선진국, 필수 주거기준 미달 땐 이주노동자 고용허가 '박탈'
탐사보도팀 =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을 계기로 '지옥고(반지하·옥탑방·고시원)' 등 열악한 주거 환경을 개선, 안전하고 쾌적한 곳에서 살 권리, 즉 '주거권'을 모든 국민에게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그러나 이런 논의에서조차 이주노동자의 숙소 문제는 빠져 있다.
정부가 초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생산인구 감소 대응책의 하나로 적극적인 외국 인력 수급 정책을 내놓은 마당에 우리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이주와인권연구소의 이한숙 소장은 "이주노동자 인권을 끌어올리지 않으면 한국 사회의 최저 인권 실태 또한 개선되기 어렵다"는 말로 이주노동자의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주노동자들의 거주 실태 개선을 위해 우리 정부도 부단히 노력했지만, 현장에선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개정된 근로기준법 시행령에 따르면, 이주노동자 숙소의 방 크기는 1인당 2.5㎡ 이상(제58조)이어야 하고 한 방에 거주하는 인원은 15명을 초과할 수 없다.
또, 화장실과 세면‧목욕, 냉난방, 채광과 환기, 화재 예방 등을 위한 시설을 반드시 설치(제55조)해야 한다.
침실, 화장실, 욕실에는 잠금장치를 필수(제58조의 2) 사항으로 명시했다. 하지만 시행령의 규정을 다 지켜도 반드시 '살 만한' 주거시설이 되지는 않으며, 특히 현장 조사에서도 불량 숙박시설은 걸러지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구인의 정류장' 김이찬 대표는 정부의 이주노동자 주거실태 조사 결과가 대부분 양호한 것으로 나왔지만 조사 과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지난해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숙소 환경 항목에서 '불량'과 '매우불량'을 받은 사업장 기숙사는 전체 1천 380개 중 18개뿐이었다. '불량'과 '매우 불량' 혹평을 받은 숙소 비율이 전체의 1.3%에 불과한 것을 보면 현장 조사를 제대로 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단비뉴스 취재팀이 전국 48개 고용노동지청에 2019년 외국인고용 사업장 지도점검 실태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한 결과, 주거환경 실태조사 대상 이주노동자 숙소 2천494개 중 단독, 연립, 아파트 등 일반 주택은 933개로 38%였다.
나머지는 ▲사업장 건물 583개 ▲샌드위치 패널(스티로폼을 넣고 양쪽에 철판을 붙여 만든 판재) 등 기타 566개 ▲컨테이너 개조 348개 등이었고 오피스텔과 여관 등 숙박시설, 비닐하우스가 각각 그 뒤를 이었다. 현행 노동법에는 이주노동자가 숙소를 고쳐달라고 하더라도 사업주는 응할 의무가 없다.
이를 견디지 못하는 노동자가 노동부에 '사업장 변경'을 신청할 수는 있다.
노동부는 사업장 변경을 허가하기 전에 숙소를 확인하고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는 2019년 2월 노동부가 개정 고시한 '외국인 근로자 책임이 아닌 사업장변경 사유'에 따른 것이다.
시정명령의 이행 기간은 6개월이다.
하지만 이런 규정에도 불구하고 불량 숙소 문제가 끊이지 않는 만큼 이주노동자 고용허가 요건에 숙소 기준을 넣자는 제안도 나온다.
비정부기구(NGO) '감사와 동행'의 이현서 변호사는 "현재 외국인고용법상 고용허가 요건이 너무 단순해 몇 가지만 지키면 누구나 외국인력을 고용할 수 있게 돼 있다"며 "숙소 기준을 허가 요건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에서도 이주노동자의 주거 실태 개선을 위한 입법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7년 9월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 등은 근로기준법·외국인고용법 개정안(일명 '비닐하우스 주거 방지법')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본회의 통과 후 시행령 등을 통해 1개 침실 수용인원 15명 제한, 화장실과 세면·목욕시설, 채광과 환기를 위한 적절한 설비 등 구체적 주거 기준을 명시했다.
그러나 이주노동자의 주거환경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려면 추가적인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게 활동가들의 지적이다.
이한숙 소장은 "강제노동을 강요하는 '사업장 변경 제한'은 당연히 없어져야 하지만 그게 핵심은 아니다"며 "구체적인 (주거기준) 조건을 충족하는 사업장에만 고용허가를 내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캐나다는 내국인이 기피하는 농업 분야에 이주노동자를 최장 8개월까지 고용할 수 있는 계절근로자제도(SAWP)를 운영한다.
고용주는 이주노동자에게 캐나다 연방정부주택청(CMHC)의 기준에 맞는 숙소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침실은 다른 생활 시설과 반드시 분리돼야 하고, 화장실과 세면대 등 개인위생 시설은 실내에 있어야 한다.
필수 주거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사업주는 외국인 고용허가 대상에서 자동 탈락한다.
사업주는 또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할 자격을 2년 동안 상실한다.
이현서 변호사는 캐나다의 이주노동자 정책에 대해 "한시적으로 일하는 노동자라 할지라도 그들의 사생활 보호를 위한 공간의 기준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은 이주 및 계절 농업 노동자 보호법(MSPA)을 통해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한다.
이 법은 임금, 주거, 교통 등에 관한 기준을 규정하는데, 이주노동자의 숙소에 대해서는 연방 및 주 정부의 보건안전 기준에 부합하는지 인증을 받도록 하고 있다.
연방 산업안전보건법(OSH Act)은 부지, 주거지, 수도시설, 화장실, 세탁-목욕시설, 조명, 쓰레기 처리 등 12개 항목의 필수사항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다.
이들 기준을 충족해 최종 허가를 받은 사업주만이 '농가 근로자 계약(FLC)'을 할 수 있다.
이주노동자는 주거문화의 차이로 인해 취업국 거주지의 조건을 잘 모를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 미국은 이주노동자의 권리와 보호 사항을 명시한 포스터를 사업장에 부착하도록 하고 있다. 포스터는 주거권을 비롯해 노동자가 가진 권리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으며, 사업장 내 차별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당국에 이의 제기를 하도록 권고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