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부실' 지적받는 일본…10년 전 전문가 경고 무시

"아베 정권 뒤늦은 대응…일본 정부 설명은 '대본영 발표'"
일본이 유전자 증폭(PCR) 검사 능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10년 전 경고를 제대로 수용하지 않았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에 검사 능력 부족으로 애를 먹은 것으로 보인다. 일본 후생노동성 전문가 회의는 2010년 6월 보고서에서 PCR 검사를 확대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라고 권고했다고 마이니치(每日)신문이 11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당시 보고서에는 "특히, 지방위생연구소의 PCR을 포함한 검사 체제 등을 강화함과 더불어 지방위생연구소의 법적인 지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기재돼 있다.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의 첫 유행이 종식됐을 때 '신종인플루엔자 대책 총괄회의'는 보고서에서 이처럼 대량 검사 체제를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드러난 상황을 보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은 전문가들의 이런 권고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일선 의사가 검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음에도 보건소가 거절하는 사례가 있다고 올해 2월 일본의사회가 폭로하기도 하는 등 코로나19가 확산한 가운데 PCR 검사 부족이 심각한 문제로 부상했다.

후생노동성이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2월 18일∼3월 31일 하루 평균 PCR 검사 실적은 약 1천520건에 그쳤다. 10년 전 전문가들의 경고를 귀담아듣고 시스템을 정비했다면 대량 검사를 할 수 있었겠지만 제대로 대비하지 않았기 때문에 검사의 대부분을 담당한 지방위생연구소와 보건소 등의 수용 능력이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코로나19 확산 문제에 대응하는 일본 정부 전문가 회의는 이달 4일 발표한 문서에서 "제도적으로 새로운 병원체의 대량 검사를 전제로 한 체제가 정비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2010년 보고서에 따라 민주당이 집권하던 2012년에 '신형인플루엔자 등 대책특별조치법'이 제정됐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재집권한 이후인 2013년 6월에 감염병 발생을 5단계로 구분한 행동 계획이 마련됐다. 이 계획에 따르면 전염병이 발생하지 않은 시기(1단계)에 지방자치단체에 PCR 검사 등의 실시 체제를 정비하도록 요청하고 기술적으로 지원해야 하며, 해외에서 전염병이 발생한 시기(2단계)에 검사 체제를 신속히 강화해야 하지만 아베 정권의 대응은 늦었다고 마이니치는 평가했다.
아베 총리가 2단계에서 해야 할 지시를 공개적으로 내놓은 것은 일본 내에서의 전염이 확인되는 등 3단계에 접어든 직후인 2월 1일이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검사 부족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아베 총리는 지난달 6일 하루 검사 능력을 2만 건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달 7일부터 이달 6일까지 한 달 동안의 하루 평균 검사 실적은 7천38건(잠정치)에 그쳤다.

정권의 중추인 총리관저의 지시·요청에 대해 현장에서 대응에 쫓기는 후생노동성이나 확진자 수가 가장 많은 광역자치단체인 도쿄도(東京都)의 반응은 둔한 상황이라고 마이니치는 평가했다.

야마다 다카오(山田孝男) 마이니치신문 특별편집위원은 아베 총리가 최근 기자회견에서 PCR 검사 실적이 좀처럼 늘지 않은 이유에 관해 "막힘이 있다"고 설명한 것에 빗대 11일 칼럼에서 "정권 내부의 막힘, 정권과 국민 사이의 막힘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 정부가 내놓는 수긍하기 어려운 설명을 '대본영(大本營, 다이혼에이) 발표'라고 비꼬기도 했다. 태평양전쟁 당시 일왕 직속 최고기관으로 육해공군을 지휘하던 대본영은 전황이 일본에 불리한 상황인 것을 감추고 거짓 발표를 일삼았다는 비판을 받았는데 대본영 발표 못지않게 코로나19와 관련한 아베 정권의 설명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꼬집은 셈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