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섬, 클린젠 인수하고 화장품 사업에 도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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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젠 지분 51% 약 100억원에 인수패션 전문기업 한섬이 11일 코스메슈티컬(의약 성분을 더한 기능성 화장품) 전문기업 클린젠코스메슈티칼의 지분 51%를 인수하며 화장품 시장에 진출했다. 인수 규모는 약 100억원. 한섬은 화장품 사업을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키운다는 포부여서 이미 같은 시장에 진출한 다른 패션 기업들과의 정면 충돌이 예상된다.
“피부재생 특허기술 보유한 것이 강점”
내년 초 스킨케어 브랜드 첫선
색조화장품·향수·남성용으로 확장
○기능성 프리미엄 화장품에 도전한섬은 ‘타임’ ‘마인’ ‘시스템’ 등 국내 유명 여성복을 만드는 패션 전문기업이다. 한섬은 지난해 사업 목적에 화장품사업을 추가하고 1년 동안 ‘타임옴므’ 브랜드로 증정용 화장품을 제조하는 등 여러 테스트를 거쳤다. 기존 화장품 브랜드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고기능성 프리미엄 스킨케어 브랜드’로 콘셉트를 잡았다. 11일 클린젠을 인수키로 한 것은 시장 본격진출을 의미한다. 클린젠은 서울 청담동의 클린피부과와 신약개발 전문기업 프로젠이 공동 설립한 회사다. 미백, 주름개선, 탄력 등 기능성 화장품 브랜드 ‘gb20’을 피부과용으로 판매하고 있다. 한섬 관계자는 “클린젠이 보유한 특허 기술의 확장성과 성장성이 높다고 판단해 인수한 것”이라며 “프리미엄 스킨케어 브랜드를 먼저 내놓고 시장 반응을 본 뒤 색조화장품, 향수, 남성용 화장품 등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클린젠이 보유한 특허기술은 피부재생효과가 탁월한 ‘Super EGF’다. 국내 특허를 출원했고 해외도 출원 중이다. 기존 EGF 성분보다 피부 흡수성을 크게 개선시킨 단백질 물질로 알려져있다. 한섬은 이 특허기술을 활용해 미백, 피부재생, 노화방지 등의 기능을 갖춘 고기능성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브랜드명과 제품군 등은 미정이다. 가격대는 최소 30만원대를 넘을 것으로 알려졌다.○신성장동력 확보 위해 다각화
한섬이 패션 이 외의 사업에 진출한 건 1987년 창사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화장품 사업에 뛰어든 것은 패션에 치중된 사업구조를 다각화하기 위해서다. 또 패션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한섬은 최근 패션 업황이 좋지 않아 실적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었다. 지난해 매출은 1조2598억원. 2017년 매출(1조2286억원)과 다를바 없다. 이익률이 높고 성장 가능성이 큰 화장품쪽으로 발을 넓혔다는 설명이다.
현대백화점과 현대백화점면세점 등 계열사의 유통 채널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신사업 진출을 추진한 배경으로 꼽힌다. 내년 초 내놓는 신규 화장품 브랜드는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과 무역센터점, 여의도점(가칭) 등에서 우선 판매할 계획이다.○경쟁 치열해 차별화가 관건
한섬은 신규 브랜드 외에 기존 브랜드를 인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한섬을 인수한 뒤 SK네트웍스 패션부문을 사들이는 등 패션사업 강화에 공을 들였다. 클린젠 인수로 화장품 사업에 진출한 만큼 향후 화장품기업을 추가로 인수·합병(M&A)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섬 관계자는 “패션과 화장품은 트렌드를 선도하는 제품 개발, 차별화된 콘셉트, 고도의 생산 노하우 등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많다”며 “패션 전문기업의 프리미엄 브랜드 육성 역량을 활용하고 백화점, 면세점 등 핵심 유통채널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한섬보다 먼저 화장품 사업에 진출한 패션기업은 신세계인터내셔날, LF, 바바그룹 등이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12년 ‘비디비치’를 인수해 연매출 2000억원대 브랜드로 키웠다. LF는 2018년 남성화장품 브랜드 ‘헤지스 맨 룰429’를 선보였고 바바그룹은 지난해 스킨케어 브랜드 ‘더뷰티풀팩터’를 시장에 내놨다.화장품업계 관계자는 “국내 프리미엄 스킨케어 시장은 1조5000억원 규모로 매년 10% 이상 성장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면서도 “한국콜마,코스맥스 등 제조에 특화된 기업에 생산을 맡기면 누구나 신규 브랜드를 쉽게 내놓는다는 점에선 경쟁이 너무 치열한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