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매제한 소식에 지방광역시 수요자들 "갈수록 집 사기 힘들겠네"
입력
수정
수도권·광역시 대부분 지역 분양권 전매제한“갈수록 집 사기 힘들겠네요. 청약 떨어지면 ‘초피’(계약금 내기 전 분양권에 붇는 웃돈) 주고라도 사서 입주하려 했는데.”
실수요자들 "새 집 사기 더 어려워질 것" 우려
전문가들 "투자수요 또 다른 비규제 지역으로 몰릴 수도"
12일 대전 둔산동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박모 씨(38)는 “전매 제한을 하면 분양을 못받은 실수요자들은 새 아파트에 살지 말라는 것이냐“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기존의 분양권이라도 알아봐야하는 게 아닌가 고민이다"라고 말했다.지방광역시 부동산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이르면 오는 8월부터 수도권과 광역시 대부분 지역의 민간택지에서 공급되는 주택 분양권 전매를 제한하겠다고 발표하면서다. 정부는 전매제한을 통해 앞으로 청약 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계약금만 넣고 전매를 통해 단기 수익을 얻으려는 투자 수요가 억제될 것으로 봐서다.
◆"기존 분양권 몸 값 뜰 것"
하지만 시장의 판단은 다르다. 전문가들은 8월 이전 입주자 공고와 계약을 마친 단지 분양권의 경우 오히려 전매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프리미엄이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한다. 실제 이러한 분위기는 감지되고 있다. 대전 도마동에 위치한 K부동산에는 발표가 나온 전날 오후부터 집주인들의 문의가 쏟아졌다. 이 부동산 대표 이모 씨는 ”한시간 만에 전화가 세 통이나 걸려왔다“며 ”분양권을 가진 집주인들이 값이 오를까 해 분위기를 살피려 연락해 온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부동산 투자 관련 카페에선 “기존 분양권 값은 오를까요”, “신축으로 수요가 쏠릴까요” 등과 같은 문의글이 올라왔다. 대구역 인근 D부동산중개업소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분양권 매매가 힘들어지니 기존 분양권이나 오히려 재건축 아파트로 투자자들이 쏠리지 않겠느냐는 얘기들을 한다”며 “초피에 사서 막피에 팔겠다는 심리처럼 아예 분양 전 재건축 막바지 단계의 아파트를 사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실수요자들은 ‘내 집 마련’이 한층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불안감도 있다. 대전 탄방동에 거주하는 윤모 씨(37)는 “분양은 경쟁률이 세자릿 수를 넘어가 어지간한 가점이 아니면 당첨되기 어렵다”며 “기존 분양권은 비싸서 못사고 새로 나오는 분양권은 규제 때문에 또 못사개 됐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이어 "최근 정부의 부동산규제를 볼수록 무주택 실수요자들은 오래된 아파트에만 살라는 건가 싶다”고 덧붙였다.부산에서 분양을 계획하고 있는 정모 씨(34)도 “다주택자들의 투기 수요가 문제라면 다주택자들의 전매만 제한해도 된다"며 "왜 실수요자나 1주택자들의 매매까지 묶어 새 아파트 구입을 어렵게 만드는 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풍선효과 또 생길 수도"
시장에서는 정부의 입장과 마찬가지로 투기 수요가 줄어 청약 과열 분위기가 다소 진정될 것으로 보는 입장도 있다. 국토부 조사 결과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수도권과 광역시 민간택지 분양 사업장 당첨자 중 25%가량이 전매제한 종료 후 6개월 이내에 분양권을 매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분양권에 웃돈을 붙여 팔려는 수요가 줄면서 청약 경쟁률에 실수요자들의 수요가 주로 반영될 것이라는 예상이다.한 분양권 관계자는 “비규제지역의 청약은 재당첨 제한이 없고 전매까지 가능해 투자자들이 많이 뛰어들었다”면서 “이제는 계약금만 치루고 6개월 뒤에 분양권 전매로 단기차익을 보는 것이 어려워지고, 잔금까지 치뤄 최소 2~3년은 투자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차익만 보고 뛰어들기에는 위험하다고 여길 것”이라고 분석했다.
투자자들이 결국 또 다른 비규제 지역으로 몰려가는 풍선 효과가 생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투자 수요가 대거 몰려들면서 집값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대전 인근 지역이 새로운 투자 지역으로 거론되고 있다. 청주나 천안 등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세자릿수에 달하던 비규제지역의 청약 경쟁률이 한자릿수까지 내려올 수 있다"면서도 "투기 자금이 결국 또 청주나 천안 등 규제가 없는 도시로 옮겨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