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발 지역감염에 또 일주일 미뤄진 등교…다음주도 불투명

"감염병 번지는데" 여론에 연기…애초 연휴 고려 안 한 섣부른 등교 결정 지적도
사진=연합뉴스
교육부가 11일 등교수업 일정을 1주일씩 연기한 이유는 이태원 클럽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이날까지 나흘 만에 이태원 클럽 관련 감염자가 최소 90명에 이르는 상황에서 등교 수업을 시작했을 때 학교뿐 아니라 지역사회에 추가 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클럽 발 지역감염이 앞으로 얼마나 확산할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서 다음 주 20일로 미뤄진 고3 등교수업도 예정대로 진행될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본부장은 이날 교육부의 등교수업 연기 발표에 앞서 "고3의 등교수업이 이번 주 수요일(13일)로 예정돼 있어서 교육 당국과 방역 당국의 걱정이 큰 상황"이라면서 등교 수업 시 추가 감염 확산에 대한 우려를 밝혔다.애초 이달 13일 고3을 시작으로 20일에는 고2·중3·초1∼2·유치원, 27일에는 고1·중2·초3∼4, 6월 1일에는 중1과 초5∼6이 등교할 예정이었다.

교육부는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고려해 등교 일정을 1주일씩 뒤로 미뤘다.

이달 20일 고3을 시작으로 27일에는 고2, 중3, 초1∼2, 유치원, 6월 3일에는 고1, 중2, 초3∼4, 6월 8일에는 중1, 초5∼6이 등교하게 됐다.교원단체와 일부 감염병 전문가들은 13일 고3 등교도 섣부른 결정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들은 4월 말에서 5월 초 연휴 이후 2주 동안 더 거리두기를 한 뒤 첫 등교 수업을 5월 19일∼20일 이후로 미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달 30일 "현재 국내 (확진자가) 줄어든 건 맞지만, 등교 수업을 결정하려면 최근 거리두기가 많이 느슨해진 만큼 5월 연휴가 끝난 뒤 상황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그러나 교육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6일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를 '생활 속 거리 두기'(생활방역)로 전환하는 데 맞춰 지난 4일 등교수업 계획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특히 대입 준비 등 특수 상황을 고려해 고3 등교 수업 개시일은 이달 13일로 정했다.

교육부 발표 사흘 뒤인 7일 '용인 66번 확진자'가 연휴 때 이태원 클럽을 여러 곳 방문했던 사실이 확인되고 이후 집단감염이 현실로 나타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정부가 고3 등교수업을 이틀 앞둔 이날 부랴부랴 일정을 1주일씩 연기한 데는 등교수업에 대한 여론이 급속히 나빠진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등교를 미뤄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동의한 인원은 이날 오후 2시 기준으로 17만명을 돌파했다.

맘카페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는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 사태를 보니 아직 등교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는 내용의 글이 많았다.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된 지역감염이 초중고 학생이나 교직원을 통해 학교와 지역사회로 걷잡을 수 없이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교육부도 "감염병의 통제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며, 확진자가 거주하는 지역이 17개 시도 중 6∼8개에 달해 감염증의 지역적 파급도 광범위하다"고 등교 연기 배경을 설명했다.

교육계 주요 인사들도 등교를 연기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김병우 충북도교육감은 이날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우려하며 "고3 등교 수업을 일주일 미루자"고 정부에 제안했다.

서울시교육청 등은 이날 등교수업 운영방안을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취소했다.

클럽 발 지역감염이 얼마나 확산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20일에 고3이 등교할 수 있을지도 현재로서는 미지수라 등교 수업 시작 때까지 교육계에서 혼란이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조희연 교육감은 이날 "필요하다면 등교 일정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예정대로) 등교하기로 결정하는 경우에도 (각 학교가) 등교나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방식을 현재보다 다양하게 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한 고등학교 교사는 "13일 고3 등교를 준비해오다가 이틀 앞두고 다시 연기됐다는 소식을 들어 황당하다"면서 "연기한 배경은 이해가 되지만 등교가 자꾸 연기되니 등교수업을 준비하는데 어려움이 이만저만 큰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