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한계' 맞벌이 부모 "더는 방법 없는데…애들은 무슨 죄냐"

유치원·학교 등교 일주일 재연기…"미뤄지는 게 한 번으로 끝날까 혼란스럽다"
"문제 일으키는 사람 따로, 고생하는 사람 따로…노력해온 부모들은 화난다"
사진=연합뉴스
사건팀 = 서울 강동구에서 초등학교 2학년과 7세 자녀를 키우는 '직장맘' 박모(39)씨는 등교가 또 일주일 미뤄졌다는 소식에 분통을 터트렸다.재택근무도 해봤지만 일과 양육을 병행하기가 벅차 지난달 하순부터는 긴급돌봄의 도움을 받고 있다.

그래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세가 좀 누그러든 것처럼 보였고, 큰아이는 이달 20일부터 등교도 할 수 있다고 하니 버텨보던 중이었다.

걱정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이달 초 '황금연휴'를 앞두고 엄마들 사이에서는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보복 소비'를 하듯 대거 '보복 외출'에 나설 수도 있겠다는 이야기가 많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집단감염의 확산으로 우려는 현실이 됐다.

11일 교육 당국의 등교 재연기 방침이 나오자 박씨는 "연휴에도 혹시나 불안한 마음에 집에만 있었다"며 "마음대로 (바깥을)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문제 일으키는 사람 따로 있고 고생하는 사람 따로 있는 것 같아 화가 난다"고 말했다.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오후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과 의논한 뒤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등교를 다시 일주일 미루기로 했다.

20일 고3을 시작으로 27일에는 고2·중3·초1∼2·유치원, 6월 3일에는 고1·중2·초3∼4, 6월 8일에는 중1과 초5∼6이 등교하게 된다.

지난 3월부터 돌봄 공백을 메우느라 온갖 방법을 다 쓴 맞벌이 부모는 한계에 부딪힌 상황이다.취학 전이거나 초등학교 저학년인 자녀를 둔 사람들 가운데는 두 달이 넘게 흐르는 동안 유급휴가를 다 써버리는 등 더는 방법이 없다는 경우도 있다.

5살 아들을 둔 직장인 김모(37)씨는 "죄송하지만 부모님 손에 일주일만 더 아이를 맡겨야 할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연로한 부모님에게 무리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갑자기 시간을 낼 수도 없는 상황이 답답하다고도 했다.

이미 개학이 거듭 연기된 과정을 지켜본 학부모들로서는 앞으로의 계획이 서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클럽발 집단감염은 아직 감염 규모도 완전히 드러나지 않았는데 일주일을 미룬다고 해서 정말 등교가 가능할 것인지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관악구에 사는 김모(34)씨는 "한 달 전부터 5살 딸을 긴급보육으로 등원시키고 있는데 곧 정식 등원이 될 것이라고 해서 이제 한시름 더나 했었다"며 "그런데 요즘 같아서는 미뤄지는 게 한 번으로 끝날까 혼란스럽다"고 했다.

혼자서 일과 돌봄을 동시에 해야 하는 부모 역시 고민이 많다.

이혼 후 10살 딸을 키우고 있는 직장인 손모(37)씨는 "친정어머니가 틈틈이 도와주시지만 학교도 학원도 못 가고 있는 아이는 혼자 있는 시간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손씨는 "전 배우자가 양육비를 잘 주는 것도 아니라서 혼자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며 "한부모 가족은 다른 집처럼 양가의 도움을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경제적인 면뿐만 아니라 인적 지원도 반절이라 더 힘겹다"고 말했다.

지역별 맘카페 등에서는 등교 연기 소식에 무분별하게 다중시설에 드나든 사람들을 성토하는 반응이 이어졌다.

김포 지역의 한 맘카페에는 "부모들이 해온 그동안의 노력이 한순간에 무너진 느낌이다.애들은 무슨 죄냐"며 "무책임한 어른들에 화가 난다"고 토로한 어느 회원의 글이 큰 호응을 얻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