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그룹 임원들, 재난지원금 기부한다

삼성 계열사 사장단·임원
자발적 기부 캠페인 동참키로
他 대기업으로 공감대 확산

일각선 "관제 기부" 비판
삼성·현대차·SK·LG·롯데 등 5대 그룹 임원들이 긴급재난지원금을 기부할 것으로 11일 알려졌다. 상위 30%에 해당하는 사회 지도층은 지원금을 받지 말자는 정부 캠페인에 자발적으로 동참하자는 차원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사장단과 모든 계열사 임원들에게 재난지원금 기부를 독려하고 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기부 요청은 개별 임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동의를 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사내 게시판 등에 캠페인 내용을 올리면 SNS나 메신저를 통해 소문이 퍼질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회사 관계자는 “회사가 개별 가구에 지급하는 재난지원금까지 건드리느냐는 반발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하지만 이날 고소득자로 분류되는 삼성 임원들이 재난지원금을 받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내부 여론이 커지면서 ‘공개 캠페인’에 나서기로 했다. 대상자도 전 계열사 사장단과 임원으로 확대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각 계열사 사장단과 임원들이 자발적으로 동참을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5대 그룹을 시작으로 다른 대기업 임원들의 기부 동참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기업들은 공식 반응을 자제하면서도 내부적으론 자연스러운 기부 방안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고액 연봉을 받는 임원들은 지원금 수령을 자제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5대 그룹 협의체가 캠페인 참여 여부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복수의 대기업 고위 관계자는 “회사에서 재난지원금을 기부하라고 명시적으로 지침을 내리거나 요청한 바는 없다”면서도 “임원 사이에서 참여 분위기가 일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관제 기부 캠페인’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정부와 여당이 릴레이 기부 캠페인을 벌이면서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부하지 않는 고소득자를 ‘미성숙 시민’으로 몰아간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경제계 관계자는 “정부가 재정악화를 걱정했다면 처음부터 지급 대상을 축소했어야 했다”고 불편해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