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출규제 10개월…정부, 지지부진한 상황에 결국 시한 통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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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 등 과거사 문제 얽혀 쉽사리 결론나지 않을 듯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강화 조치가 10개월이 지나도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자 결국 정부가 일본 측에 입장을 밝히라고 공개적인 목소리를 냈다.수출관리 당국인 산업통상자원부는 12일 브리핑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국내외 경제 상황이 악화하고 있으며 기업 활동도 위축된 만큼 불필요한 갈등을 끝내고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하자고 촉구했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해 대일 수입이나 국내 생산에 차질을 빚는 상황은 아니지만,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양국 간 무역을 완전히 정상화하려면 이제는 일본이 성의를 보여줄 때라고 판단한 것이다.
일본도 문제로 제기한 사유가 모두 개선돼 더는 규제를 지속할 명분이 없는 상황이지만, 이번 조치가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시작된 만큼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두차례 회의에도 성과 미흡…"이제는 끝낼 때"
일본은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사실상의 보복 조치로 지난해 7월 4일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인 고순도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의 대한국 수출허가 방식을 포괄허가에서 개별허가로 전환했다.
이어 8월에는 한국을 자국 기업이 수출할 때 승인 절차 간소화 혜택을 인정하는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다.한국 역시 '전략물자 수출입고시'를 개정해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고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등 맞대응에 나섰다.
평행선을 그리던 양국 관계는 지난해 청와대의 11월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유예 발표 이후 전환점을 맞았다.
한일은 양국 간 수출통제제도를 논의하기 위한 고위급(국장급) 정책대화를 3년 만에 재개하기로 했고 12월 16일 일본 도쿄(東京)에서 만났다.3월에는 서울에서 후속 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가 코로나19가 확산하자 화상회의로 대체해 진행했다.
두차례의 회의에도 양국은 뚜렷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산업부는 두 번째 회의가 끝난 뒤 "현안 해결에 기여하기 위한 대화와 소통을 지속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만 밝혔을 뿐 언제 수출규제가 해제될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당시 양측은 후속 회의를 서울에서 하기로 했으나 구체적인 날짜가 잡히지 않은 채 또다시 두 달이 흘렀다.
그 사이 코로나19가 미국, 유럽 등으로 확산하면서 양국의 무역과 기업활동에 미치는 악영향은 점점 커지고 있다.
산업부가 일본 측에 5월 말까지 수출 현안에 대한 입장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도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악화와 무관하지 않다.
일본 수출규제로 인한 피해가 당장은 제한적이더라도 코로나19로 인해 기업이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는 가운데 적어도 불필요한 불확실성은 제거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일본이 문제로 제기한 사안을 한국이 모두 개선하며 현안 해결에 대한 의지를 보였으니 일본 역시 이에 호응하는 조치를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봤다.
산업부 이호현 무역정책관은 12일 브리핑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에도 수출허가가 정상적으로 나오고 있지만, 기업으로서는 상황에 따라 여러 불확실성에 직면할 수 있어 이를 해소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며 "더욱이 문제 해결을 위한 조건이 갖춰진 이상 더 늦출 수 없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외교 현안 해결 전 철회 가능성 작아
일본이 이번 요구에 답할지는 미지수다.
일본 정부가 대한국 수출규제를 단행했을 때도 산업부는 여러 차례 대화를 요구했지만, 일본 경제산업성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바 있다.
일본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의 이유로 한일 정책대화 중단, 재래식 무기 캐치올 통제 미흡, 수출관리 조직·인력 불충분 등 세 가지를 내세웠다.
세 가지 문제는 이미 개선돼 일본이 계속 수출규제를 유지할 명분은 없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인 이유이고, 사실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따른 보복 조치로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단행한 것이어서 외교적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쉽사리 철회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무역정책관은 "일본 역시 문제 해결 의지가 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답변을 하리라고 믿는다"면서도 외교 측면에서의 협상 상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 무역정책관은 "우리는 수출관리 당국자 간에만 대화하기 때문에 이를 둘러싼 배경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말하기 어렵다"며 "문제 해결 방식이라든지 속도라든지 그런 부분에 대해서 서로 나름대로 생각이 있고 그 부분은 토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 정부는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를 WTO에 제소해 분쟁 해결의 첫 번째 절차인 한일 양자협의를 진행했다.
다만 지소미아 종료를 유예하면서 WTO 제소 절차도 일시적으로 중단돼 본격적인 재판인 패널 설치는 요청하지 않았다.
만약 일본이 산업부의 요구를 외면하고 수출규제를 계속 이어갈 경우 WTO 제소를 재개할 가능성도 있다.이 무역정책관은 "현재로선 예단하기 어렵다"면서 "일본 측의 긍정적인 답변을 기대하고 있으며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해서 판단하겠다"고 답했다.
/연합뉴스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해 대일 수입이나 국내 생산에 차질을 빚는 상황은 아니지만,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양국 간 무역을 완전히 정상화하려면 이제는 일본이 성의를 보여줄 때라고 판단한 것이다.
일본도 문제로 제기한 사유가 모두 개선돼 더는 규제를 지속할 명분이 없는 상황이지만, 이번 조치가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시작된 만큼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두차례 회의에도 성과 미흡…"이제는 끝낼 때"
일본은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사실상의 보복 조치로 지난해 7월 4일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인 고순도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의 대한국 수출허가 방식을 포괄허가에서 개별허가로 전환했다.
이어 8월에는 한국을 자국 기업이 수출할 때 승인 절차 간소화 혜택을 인정하는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다.한국 역시 '전략물자 수출입고시'를 개정해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고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등 맞대응에 나섰다.
평행선을 그리던 양국 관계는 지난해 청와대의 11월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유예 발표 이후 전환점을 맞았다.
한일은 양국 간 수출통제제도를 논의하기 위한 고위급(국장급) 정책대화를 3년 만에 재개하기로 했고 12월 16일 일본 도쿄(東京)에서 만났다.3월에는 서울에서 후속 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가 코로나19가 확산하자 화상회의로 대체해 진행했다.
두차례의 회의에도 양국은 뚜렷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산업부는 두 번째 회의가 끝난 뒤 "현안 해결에 기여하기 위한 대화와 소통을 지속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만 밝혔을 뿐 언제 수출규제가 해제될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당시 양측은 후속 회의를 서울에서 하기로 했으나 구체적인 날짜가 잡히지 않은 채 또다시 두 달이 흘렀다.
그 사이 코로나19가 미국, 유럽 등으로 확산하면서 양국의 무역과 기업활동에 미치는 악영향은 점점 커지고 있다.
산업부가 일본 측에 5월 말까지 수출 현안에 대한 입장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도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악화와 무관하지 않다.
일본 수출규제로 인한 피해가 당장은 제한적이더라도 코로나19로 인해 기업이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는 가운데 적어도 불필요한 불확실성은 제거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일본이 문제로 제기한 사안을 한국이 모두 개선하며 현안 해결에 대한 의지를 보였으니 일본 역시 이에 호응하는 조치를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봤다.
산업부 이호현 무역정책관은 12일 브리핑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에도 수출허가가 정상적으로 나오고 있지만, 기업으로서는 상황에 따라 여러 불확실성에 직면할 수 있어 이를 해소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며 "더욱이 문제 해결을 위한 조건이 갖춰진 이상 더 늦출 수 없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외교 현안 해결 전 철회 가능성 작아
일본이 이번 요구에 답할지는 미지수다.
일본 정부가 대한국 수출규제를 단행했을 때도 산업부는 여러 차례 대화를 요구했지만, 일본 경제산업성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바 있다.
일본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의 이유로 한일 정책대화 중단, 재래식 무기 캐치올 통제 미흡, 수출관리 조직·인력 불충분 등 세 가지를 내세웠다.
세 가지 문제는 이미 개선돼 일본이 계속 수출규제를 유지할 명분은 없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인 이유이고, 사실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따른 보복 조치로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단행한 것이어서 외교적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쉽사리 철회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무역정책관은 "일본 역시 문제 해결 의지가 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답변을 하리라고 믿는다"면서도 외교 측면에서의 협상 상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 무역정책관은 "우리는 수출관리 당국자 간에만 대화하기 때문에 이를 둘러싼 배경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말하기 어렵다"며 "문제 해결 방식이라든지 속도라든지 그런 부분에 대해서 서로 나름대로 생각이 있고 그 부분은 토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 정부는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를 WTO에 제소해 분쟁 해결의 첫 번째 절차인 한일 양자협의를 진행했다.
다만 지소미아 종료를 유예하면서 WTO 제소 절차도 일시적으로 중단돼 본격적인 재판인 패널 설치는 요청하지 않았다.
만약 일본이 산업부의 요구를 외면하고 수출규제를 계속 이어갈 경우 WTO 제소를 재개할 가능성도 있다.이 무역정책관은 "현재로선 예단하기 어렵다"면서 "일본 측의 긍정적인 답변을 기대하고 있으며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해서 판단하겠다"고 답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