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안 간 20代, 홍대 술집서 감염…전파경로 '깜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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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클럽 다녀간 73명이이태원 클럽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12일 100명을 넘었다. 지난 6일 첫 환자가 확인된 지 6일 만이다. 단기간에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의료계에서는 훨씬 이전부터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었을지 모른다는 해석도 나왔다. 방역당국은 짧은 시간 안에 확진자를 찾기 위해 통신기록, 폐쇄회로TV(CCTV)를 동원하는 등 역량을 모으기로 했다.
가족·동료 등 29명에게 전파
10일 만에 감염자 100명 넘어
미성년 고3도 연휴때 클럽 방문
이태원 다녀온 73명이 29명에게 전파중앙방역대책본부는 12일 낮 12시 기준 서울 이태원 클럽과 연관된 코로나19 확진자가 102명이라고 발표했다. 이태원 클럽 등에서 감염된 73명이 가족, 지인, 동료 등 접촉자 29명에게 전파했다. 국내 전체 확진자는 1만945명으로 늘었다.
이날 인천에서는 7일 서울 홍익대 인근 주점을 다녀온 뒤 10일 인후통 증상을 보여 검사를 받은 A씨(22·남)가 확진판정을 받았다. A씨는 해외를 방문하거나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태원 클럽을 통한 코로나19가 수도권 등 지역사회 전반으로 확대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이태원 관련 확진자들에게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일이다. 불과 열흘 만에 확진자가 100명을 넘어서면서 의료계에서는 수도권 지역감염이 오래전부터 진행됐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백경란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은 SNS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 발견된 클러스터 규모로 봐서 이미 한 달 전이나 이전부터 시작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는 “1차 유행보다 장기전을 예상한다”고도 했다.
의료계에서 이렇게 판단하는 이유는 코로나19의 기초재생산지수(R0)와 잠복기 때문이다. 기초재생산지수는 코로나19 환자 1명이 전파하는 환자 수다. 2.5~3명에게 전파한다면 평균 잠복기인 5일 뒤 신규 확진자는 2.5~3명이 된다. 산술적으로는 10일 뒤 6~9명, 15일 뒤 15~27명, 20일 뒤 38~81명, 25일 뒤 93~243명이 추가 확진된다. 100명이 감염되려면 25일 정도 시간이 걸린다.
방역당국 “최선은 유행 초기 발견된 것”마스크 쓰기, 접촉자 격리 등을 통해 이 수치를 1 미만으로 낮추면 확산은 멈춘다. 국내에서도 이태원 집단감염 이전에는 이를 0.7까지 줄였다. 이태원 집단감염이 시작된 시기는 그 규모를 가늠하는 지표가 된다. 훨씬 이전부터 시작됐다면 확인된 확진자는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높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이태원 클럽 집단발생과 관련한 최선의 상황은 한정된 유행이 초기에 발견된 것”이라며 “최악의 상황은 지역사회에 이미 많은 전파가 이뤄진 뒤 늦게 발견된 경우”라고 했다.
관건은 확진자 빨리 찾아내는 것
집단감염이 확인된 뒤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감염자를 이른 시간 안에 찾아 격리하는 것이다. 서울 구로 콜센터 집단감염은 방역당국이 확진자 발생 상황을 확인하고 직원 등 1143명을 파악해 검사를 마치는 데 4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첫 확진자가 증상을 호소한 지 20일 만이다.이태원 상황은 이보다 좋지 않다. 첫 확진자가 증상을 호소한 지 10일이 지났지만 클럽을 다녀간 5517명 중 통화된 사람은 2405명뿐이다. 1982명은 연락처조차 불확실하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이유다.
서울의 한 예술고 3학년생은 출입이 금지된 미성년자임에도 불구하고 이태원 클럽을 방문했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서울교육청은 이날 “이 학생이 이달 초 이태원 일대 클럽을 방문한 사실을 자진 신고했다”며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고 자가격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서울교육청은 소속 전체 교원을 상대로도 이태원 클럽 방문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6일 이태원 클럽 인근 기지국에 접속한 1만905명의 명단을 확보해 코로나19 검사를 권고했다. 이날까지 유흥시설에 영업중지 명령을 내린 지자체는 서울 대구 인천 대전 울산 세종 경기 충북 충남 경남 부산 경북 등 총 12곳이다. 방역당국은 서울시에서 시행한 익명검사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검사 대상자가 요청하면 이름을 적지 않고 전화번호만 확인하는 방식이다. 익명검사 시행 후 서울 지역 이태원 관련 누적 검사는 3500여 건에서 6544건으로 하루 만에 두 배 정도로 늘었다.
이지현/박종관/수원=윤상연/인천=강준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