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여성래퍼 시대'…도자 캣-니키 미나즈 빌보드 1위

여성래퍼 협업곡 사상 처음…"여성 래퍼 결속력에 남성중심 힙합 변화"
여성 래퍼들의 노래가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서 최정상을 차지하는 등 최근 팝 시장에서 여성 힙합 뮤지션 강세가 눈에 띈다.빌보드는 11일(이하 현지시간) 예고 기사를 통해 세계 최정상급 래퍼 중 하나인 니키 미나즈가 피처링에 참여한 미국 래퍼 도자 캣의 '세이 소'(Say So)가 '핫 100' 최신 차트에서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차트에서 여성 래퍼들이 함께 부른 노래가 정상을 차지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빌보드는 전했다.

장르 구분 없이 모든 여성 가수 간 협업곡으로 범위를 넓혀도, '핫 100' 1위에 오른 것은 이 곡이 여섯번째다.아울러 '세이 소'는 도자 캣과 니키 미나즈 모두에게 데뷔 후 첫 '핫 100' 1위 곡이다.

원래 이 곡은 지난해 11월 발매된 도자 캣 정규 2집 타이틀곡 중 하나였다.

동영상 공유 앱 틱톡에서 이 노래를 틀어놓고 춤추는 동영상을 올리는 '세이소첼린지'(saysochallenge)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며 인기를 높였다.이후 니키 미나즈의 지원 사격을 받으면서 흥행에 날개를 달았고, 지난주보다 다섯 계단 뛰어올라 1위를 차지했다.
이번 주 '핫 100' 2위 또한 여성 힙합 뮤지션이 차지했다.

비욘세가 피처링에 참여한 미국 래퍼 메건 더 스탤리언의 '새비지'(Savage) 리믹스 버전이다.스탤리언이 지난 3월 발매한 이 곡은 팝스타 비욘세 목소리를 더한 버전이 히트에 가속도를 붙이며 지난주 차트에서 열계단 뛰어오른 4위를 기록했고, 이번 주 순위가 더 올라 2위에 안착했다.

최근 활약이 두드러지는 여성 래퍼들은 이들뿐만이 아니다.

래퍼 겸 리듬 앤드 블루스(R&B) 가수 리조는 '트루스 허츠'(Truth Hurts)가 발매된 지 2년 만인 지난해 SNS에서 입소문을 타, 여성 래퍼로는 최장기간인 7주간 '핫100'에서 1위를 지켰다.

그는 지난 1월 열린 그래미어워즈에서 후보자 중 가장 많은 8개 부문에서 후보에 올랐고 이 중 3개 부문 트로피를 쥐었다.

카디비 역시 미국 힙합계에서 빠질 수 없는 뮤지션이다.

2018년 데뷔 앨범 '인베이전 오브 프라이버시'(Invasion of Privacy)를 '빌보드 200' 1위에 올리며 화려하게 신고식을 했고, 여성 솔로 가수로는 최초로 그래미어워즈 베스트 랩 앨범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공격적인 플로와 솔직한 가사가 특징인 그는 힙합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가수 중 한명으로 꼽힌다.
이렇듯 여성 힙합 뮤지션들의 선전이 이어지자 미국 팝 시장에 여성 래퍼의 '황금시대'가 왔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 8일 보도에서 "다른 음악 산업들과 마찬가지로 힙합, 랩, 그라임(힙합, 댄스홀 등 다양한 장르가 혼합된 영국 음악 장르)은 전통적으로 남성 중심적인 공간이었지만 마침내 상황이 변하고 있다"면서 "지금 우리는 경쟁하기보다는 서로 지원하는 성공적 여성 래퍼들이 다수 있는 시점에 와 있다"며 여성 래퍼 간 결속력을 성공 요인으로 짚었다.

이어 "메건 더 스탤리언은 여성의 시각에서 거침없이 자신의 성적 욕망에 대해 랩을 한다"며 "여성들이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공간이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많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니키 미나즈로 시작된 여성 래퍼 흐름이 최근 몇 년 사이 더 붐으로 떠올랐다"면서 "사운드클라우드 등 음악을 낼 통로가 다양해지고, 결정적으로 틱톡 등 인기를 얻을 수 있는 발판이 많아지며 음원 강세를 띨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