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진그룹, '핫'한 우주탐사회사 지분 팔아 휘청이는 항공사에 자금 투입

버진 갤럭틱 주식 최대 5억달러어치 매각해
버진아틀란틱과 버진오스트레일리아 등 지원 예정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28일 버진 갤럭틱의 뉴욕 증시 상장 기념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영국 버진그룹이 가장 가치있는 계열사로 꼽히는 민간 우주탐사회사 버진 갤럭틱 지분을 매각하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위기에 처한 항공 계열사인 버진아틀란틱과 버진오스트레일리아에 자금을 투입하기 위해서다.

버진그룹은 11일(현지시간) 보유하고 있는 버진 갤럭틱 주식 중 최대 2500만주를 매각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최근 버진 갤럭틱의 주가를 기준으로 한 가치는 5억달러(약 6100억원)다. 버진그룹은 버진 갤럭틱 지분을 매각한 자금으로 버진아틀란틱, 버진오스트레일리아 등 재무적 난관에 처한 타 계열사를 지원할 예정이다. 버진 갤럭틱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스페이스X,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의 블루오리진과 더불어 미국의 3대 민간 우주탐사 기업으로 꼽힌다. 버진 갤럭틱은 지난해 10월 뉴욕증시에 상장했고,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며 공모가(10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까지 주가가 급등했다. 지난 8일 버진 갤럭틱의 종가는 20.18달러였다. 버진그룹이 거느린 상장사 중에서는 가장 현금화가 용이한 곳으로 꼽힌다.

버진그룹의 핵심축인 항공사업이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감소로 휘청이자, 최근 증시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는 기업 중 하나인 버진 갤럭틱 주식을 팔아서라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버진오스트레일리아는 최근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버진그룹의 또다른 사업인 호텔, 크루즈 사업도 코로나19로 충격을 받았다.

버진아틀란틱은 7억5000만유로의 투자금 유치를 목적으로 11일부터 프레젠테이션(PT)을 진행하고 있다. 사모펀드(PEF), 국부펀드, 헤지펀드 등이 버진아틀란틱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빠르면 다음주 중 결론이 날 전망이다. 버진아틀란틱은 앞서 직원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3000명 이상을 구조조정하기로 결정했다.한편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은 영국 정부로부터 버진아틀란틱이 구제금융을 받는다면, 그 대가로 본인 소유인 카리브해 섬을 담보로 제공하겠다고 지난달 발표하기도 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