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에 코로나바이러스의 세컨드 웨이브(2차 대확산) 공포가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습니다. 바이러스를 다 잡은 것 같던 한국과 독일, 중국 등에서 다시 감염자수가 증가하고 있는 탓입니다.
한국에서는 '이태원 클럽발' 집단 감염이 급증했고, 독일은 요양원 등에서 환자가 다시 늘면서 재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미국 각주가 너무 급하게 경제를 재개동하고 있다”며 “2차 대확산이 나타나면 불황에 시달리게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월가의 유명 헤지펀드 투자자인 폴 튜더 존스도 11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1년 내에 더 억제되지 않으면 경제가 (1930년대에 이어) 두 번째 공황에 빠질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2차 확산 가능성은 100%"라며 "그 확산 규모가 1차보다 더 클 것인지 적을 것인지가 관건일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1918~1919년 세계를 휩쓸었던 스페인 독감의 예를 들었습니다. 당시 5000만명 이상이 사망했고, 미국에서만 67만5000명이 죽었습니다.
스페인 독감은 1918년 3~4월 확산되기 시작했습니다. 영국에서 집계한 그래프를 보면 1차 확산 때 사망자는 1000명 당 5명에 달했습니다. 1차는 7월말부터 수그러들었습니다.
2차 대확산은 그 해 9월 말에 터졌습니다. 12월 초까지 1000명당 25명(영국 기준)까지 사망했습니다. 스페인 독감 때 가장 많은 사람이 이 때 죽었습니다. 통상 가을~겨울에 나타나는 일반적 감기나 다른 독감과 합쳐져 더 높은 사망률을 낸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3차 대확산은 1919년 2월에 시작했습니다. 1000명당 11명 가량이 사망하는 등 1차 때보다 더 많은 감염자와 사망자를 남겼습니다. 5월 날씨가 더워지면서 스페인 독감은 사그라들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2차 대확산이 발생하면 미 경제는 다시 봉쇄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 중앙은행(Fed)이 안정시켜놓은 회사채 시장에서 돈을 빌려 겨우 연명해온 미국 기업들에게 치명타가 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가을에 나타날 2차 대확산은 미국의 정치적 변화를 이끌어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월가에서는 2차 대확산이 생기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1월3일 대통령선거에서 낙선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 초기 대응에 실패해 화를 키운 탓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스페인 독감은 2차 대확산이 9월 말에 나타나 11월 말까지 기승을 부렸다"며 "코로나바이러스의 2차 대확산이 비슷하게 9월 말에 터질 경우 트럼프 대통령에겐 악몽같은 시나리오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로버트 레드필드 국장은 지난 달 21일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다가오는 겨울, 미국에 대한 바이러스의 공격이 막 겪은 것보다 실제 더 힘들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본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인 22일 코로나19 브리핑에 가장 먼저 레드필드 국장을 불러내 이 인터뷰에 대한 해명을 시켰습니다.
그런 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가 다시 찾아온다면 그것은 지금과 같지 않을 것"이라며 재발병할 수 있지만 진압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얼마나 2차 대확산을 두려워하는 지 짐작할 수 있던 일이었습니다.
지난 6일 블룸버그통신은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가 투자자 통화에서 '코로나19 여파로 법인세가 내년에 최대 29%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기업 줄도산과 수요 급감에 대처하려면 수많은 재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미 정부가 세율을 올릴 것이란 관측이었습니다.
입만 열면 '감세'를 부르짖는 트럼프 대통령이 과연 세금을 올릴까요?
트럼프 대통령과 수시로 통화하며 경제 자문 역할을 해 온 핑크 CEO 마저도 트럼프 낙선을 예상하고 있는 것이란 얘기가 퍼졌습니다.
조 바이든 후보를 내세운 민주당은 지속적으로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의 법인세 감세를 되돌리겠다고 밝혀왔지요.
이날 2차 대확산 우려가 퍼지면서 뉴욕 증시는 내림세로 힘없이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오후가 되자 또 다시 기술주로 강한 매수세가 유입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