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겨낸 美 ETF…언택트·클라우드·金 테마 '승승장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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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투자처 관심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미국에서는 다양한 상장지수펀드(ETF)가 투자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재택근무, 온라인거래, 4차 산업혁명 등 코로나19를 이겨낸 종목을 담은 ETF가 시장수익률을 뛰어넘는 성과를 냈다. 자산운용사들은 ‘포스트 코로나’ 국면을 이끌 테마에 투자하는 ETF를 새로 출시하며 미국 ETF 시장에서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아마존 등 전자상거래 종목 담은
CLIX 3개월 수익률 27% 달해
5G·재택근무 ETF 신규상장
마리화나·술 죄악주 상품도 성과
◆코로나19 승자는 인터넷인터넷 업종은 코로나19의 반사이익을 가장 많이 누렸다. 미국 자산운용사 프로셰어즈의 ‘CLIX’는 전자상거래 기업에 투자해 코로나19에서 좋은 수익을 얻은 ETF란 평가를 받고 있다. 전체 운용자산의 22%를 아마존, 11%는 알리바바그룹에 투자하고 있다. 대신 미국의 대표적 슈퍼체인 크로거 등 오프라인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은 공매도하는 전략을 취했다. 최근 한 달 수익률은 20.10%, 3개월 수익률은 27.28%에 달했다. 문종진 교보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전자상거래 비중이 11%에 그쳐 중국(35.3%) 한국(22.2%)에 비해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자 애완동물 관련 종목을 편입하는 프로셰어즈의 ‘PAWZ’도 벤치마크(6.05%)보다 높은 1개월 수익률(12.20%)을 냈다. 애완동물용품 기업들의 온라인 매출이 증가한 덕이다.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재택근무가 지속되며 소프트웨어와 클라우드 관련 종목의 1분기 실적 전망이 좋다”며 “이들을 편입한 IGV(소프트웨어), WCLD·CLOU(클라우드컴퓨팅) 등의 ETF가 유망하다”고 말했다. 5세대 이동통신(FIVG), 금광(GDX)도 주목할 만하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마리화나, 술 등 일명 ‘죄악주’를 담는 ETF의 성과도 눈에 띈다. 죄악주로 분류되는 기업들은 전통적으로 경기 불황일 때 소비가 늘면서 실적이 좋아지는 특징이 있다. 빌 커크 MKM파트너스 연구원은 “코로나19로 함께 즐기는 술자리 대신 혼자 즐기는 대마초로 수요가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마리화나뿐만 아니라 보스턴비어컴퍼니, 브라운포먼 등 주류 업체에 투자하는 ACT는 한 달 수익률이 11.71%를 기록했다.◆“새 먹거리 찾아라”…신상품 잇따라
포스트 코로나를 겨냥한 신규 ETF도 잇따라 출시됐다. 3월 말 5G 인프라 및 장비 제공 기업에 투자하는 WUGI가 뉴욕증권거래소 아카에 상장됐다. 지난달 미국 자산운용사 디렉시온은 줌(화상회의), 포티넷(사이버 보안), 박스(문서관리) 등 재택근무 관련 기업을 편입한 ETF인 ‘WFH’ 출시를 신청했다. WFH는 ‘work from home(집에서 일하다)’의 약자다.
미국의 페이서파이낸셜도 ‘VIRS’라는 ETF를 내놓기도 했다. 바이오 위협 지수를 추종하면서 전염병과 기타 질병을 치료하는 기술을 보유한 미국 상장기업에 투자한다.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바이오테크놀로지와 인터넷은 인구구조 변화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구조적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라며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미국 증시 상승의 주축이 될 것”이라고 했다. 헬스케어 분야에 투자하는 XLV에는 한 달 동안 전체 운용자산(AUM)의 13%인 약 33억달러가 유입됐다. 2302여 개 ETF 중 자산 순유입액 6위다.
◆고배당 ETF ‘울상’
올초까지만 해도 경기회복 기대에 주목받았던 배당주 ETF의 성과는 저조하다. 전통적 고배당주인 금융, 소비재, 에너지 종목이 코로나19와 유가 급락이라는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블랙록자산운용의 ‘HDV’는 경기 부양책과 높아진 배당수익률에도 투자자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3개월 동안 운용자산이 4억3000만달러(7.4%) 감소했고 같은 기간 수익률은 -16.80%다. 엑슨모빌 등 에너지 기업 비중(24.2%)이 가장 큰 탓이다. 수익률이 높은 30개 리츠에 투자하는 글로벌X의 SRET는 업황 부진으로 3개월 동안 55.75% 손실을 냈다.김영일 대신증권 장기전략리서치부장은 “기업 생산 중단 여파로 부도 위험이 커지면 은행주 실적에 악영향을 준다”며 “코로나19 이후 생활 필수 소비재 종목의 반등은 빠르겠지만 부동산 여행 항공 등은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