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ETF·ETN 변동성 워낙 큰데…개미들 한방 노리다 '훅' 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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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사도 처음 겪는 아찔한 장세국제 유가가 배럴당 20달러 선까지 떨어진 상황이 이어지면서 원유 선물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에 매수세가 집중됐다. 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 원유 지표가치와 ETF·ETN 시장가격의 차이인 괴리율이 치솟아 한국거래소는 거래 정지와 단일가 매매 방식을 무한 반복하기로 했다. 그러나 추가 거래 정지에도 유가 반등 기대가 피어오르면서 투자금은 다시 밀려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ETN 상품 중에서도 위험성이 높은 레버리지와 인버스로 개인투자자들이 쏠리는 점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간 큰 개인들 '묻고 더블'식
레버리지·인버스 과도한 '쏠림'
감당 힘든 손실 입을 수도
○괴리율 여전히 높아거래소는 지난 6일 지표가치와 시장가격의 괴리율이 여전히 정상 수준을 벗어난 원유 ETN을 재차 거래 정지시켰다.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 ‘QV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 등이 해당 종목이다.
이들 종목은 괴리율이 세 자릿수까지 치솟을 때 매매가 정지됐다가 단일가 매매 방식으로 거래가 재개됐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의 괴리율을 나타냈다. 6일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이 270.3%, ‘QV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이 265.9%에 달했다.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과 ‘미래에셋 레버리지 원유선물혼합 ETN(H)’은 이날 종가 기준 각각 187.8%, 81.1%의 괴리율을 기록했다.괴리율이 치솟으면 증권사는 증권을 추가 상장해 실제 가치 근처로 시장가격을 조정한다. 비싸게 산 투자자는 손해를 볼 우려가 있다. 추가 상장할 때는 시장가격이 아니라 실시간 지표가치 가격으로 대량 공급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개인투자자는 다시 유가 하락을 기대하며 관련 상품에 베팅하는 모습을 보였다. 6일 개인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ETN은 원유 선물 가격을 마이너스 2배로 추종하는 ‘신한 인버스 2X WTI원유 선물 ETN(H)’으로 순매수액은 94억원에 달했다. 또 개인은 ‘삼성 인버스 2X WTI원유 선물 ETN’도 9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원유 레버리지 ETN 중 일부는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여전한 매수 과열세를 보였다.
○“한 방 노리다가 한 방에 갈 수도”
증권업계에서는 유가는 일단 변동성이 높은 가운데서도 안정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관측했다. 극단적으로 확대됐던 콘탱고(근월물 선물 가격보다 원월물 가격이 비싸지는 현상)가 진정되고 있고, 보관비용도 하향 안정화될 징후가 관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유 투자가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으로 대거 쏠린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이런 상품은 장기투자에 적합하지 않고, 때를 잘못 맞추면 기초자산에 해당하는 지수가 등락을 거듭해 제자리로 복귀해도 수익률은 오히려 떨어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레버리지 상품은 기초지수가 방향성을 갖고 오르거나 떨어질 때 투자하면 유리하다. 일반 ETF·ETN은 기초지수의 등락폭에 비례해 수익률이 결정되지만 레버리지 상품은 등락폭의 두 배만큼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초지수가 횡보하거나 박스권에 빠질 땐 일반 ETP보다도 못한 성적을 낼 수 있다. 레버리지 상품은 기초지수 기간 수익률의 두 배가 아니라 일간 수익률의 두 배로 움직이기 때문이다.인버스 상품도 장기 투자에는 적합하지 않다. 장기적으로 경제는 성장을 향해 가지만 인버스 투자는 반대로 갔을 때 이익을 본다. 최근처럼 시장 상황이 악화할 줄 알았지만 예상보다 빨리 회복하면 손해를 볼 수 있다. 더구나 지수가 하락하면 두 배 수익을 내는 일명 ‘곱버스(2X)’ 상품은 리스크가 더 크다. 일별 수익률은 주가지수를 따라가지만, 누적으로는 레버리지처럼 복리 효과가 일어나서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하는 동안 수익률이 크게 낮아질 수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투자 초보들은 돈을 두 배 이상 벌 수 있다는 장점만 보지만 이런 상품은 투자 후 손실이 났을 때 기다린다고 원금이 회복된다는 보장이 없다”며 “운용사도 처음 경험하는 변동장인데 개인들이 손실 위험이 큰 상품에 뭉칫돈을 넣다가는 자칫 감당하기 힘든 결과를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