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소나기' 끝난 중국펀드…급락장서 나홀로 '선방'

글로벌 증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서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코로나19의 진원지 중국은 세계 주요국 증시 가운데 가장 타격을 덜 받았다. 외국인 지분율이 낮아 글로벌 투자자의 매도 공세에서 비켜 나 있었기 때문이다. 향후 전망도 좋다. 경제지표는 나쁘지만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이 마무리 국면에 들어섰고, 탄탄한 내수와 정부의 강력한 경기부양책 덕분에 투자 매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중국 증시가 강세를 보이면서 중국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펀드들도 뛰어난 수익률을 뽐내고 있다.

지표와 따로 노는 증시
지난 8일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0.83% 오른 2895.34에 마감했다. 중국 증시는 ‘최악’ 수준의 1분기 지표에도 견고한 모습이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년 대비 -6.8%로 집계돼 1992년 이후 처음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1분기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은 -16.1%였다.

주가는 실물지표와 다르게 움직였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올해 고점이던 지난 1월 13일 대비 7.07% 하락하는 데 그쳤다. 연 고점 대비 16.21% 하락한 일본 닛케이225지수, 14.18% 떨어진 코스피지수, 13.47% 낮은 미국 S&P500지수보다 빠르게 회복했다. 최설화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은 코로나19에서 가장 먼저 벗어났고, 정부 주도의 강력한 내수 부양책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설명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달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으며 중국과 인도만 전년 대비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달 들어 지난해 체결한 1차 무역합의 이행을 두고 연일 중국을 압박하고 있지만 상하이종합지수는 견고하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로 낮아진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중국을 압박하고 있지만 본격적인 2차 무역전쟁으로 전환할 경우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앞둔 정책 기대와 ‘1분기 저점론’을 확인해줄 4월 경제지표가 증시를 떠받혀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미·중 무역분쟁과 글로벌 경기 침체 등 불확실성을 타개하기 위해 5세대(5G) 이동통신과 인터넷 등 정보기술(IT) 인프라를 중심으로 내수 경기에 적극 투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경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은 1~2년 동안 이어질 경기 불확실성에 대처하기 위해 대외 환경에서 자유로운 내수 시장 확대를 유도할 것”이라며 “내수 성장의 두 날개가 될 도시화 촉진과 인프라 투자 확대 모두 IT업종 수혜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선방한 중국 펀드…투자자 관심은 ↓

중국 증시가 선방하면서 일부 중국 펀드는 20%가 넘는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11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해외 주식형 펀드 지역별 유형 20개 가운데 중화권 펀드와 중국 펀드는 각각 올해 수익률 1위(1.64%)와 3위(-3.38%)를 차지했다.DB자산운용의 ‘DB차이나바이오헬스케어증권자투자신탁’은 올 들어 29.63%의 수익률을 올려 유형 내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이 펀드는 지난 1분기 기준으로 항서제약과 선전마인드레이 등 중국 바이오·제약 및 헬스케어 업종에 전체 자산의 86.54%를 투자하고 있다.

반면 국내 펀드투자자들은 중국 증시의 선방에도 불구하고 펀드에서 돈을 빼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중국 주식형 펀드에서 6818억원이 순유출됐다. 같은 기간 북미 주식형 펀드에는 5804억원이 들어왔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국내 투자자들이 하락폭이 덜한 중국 펀드를 환매하고 급락한 미국 증시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중국 펀드 투자자들은 지난해 세계 증시를 주도한 미국 시장에 탑승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와 함께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돈을 빼 직접 주식에 투자하는 것처럼 중국 펀드에서 자금을 빼 현지 주식을 사는 투자자도 상당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