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호암지 일본인 조합장 비석 현위치 그대로 둔다

시, "원위치 이전 무의미…다른 공덕비 포함 안내판 설치 검토"

충북 충주시가 호암지 수변에서 둑으로 옮겨진 일본인 수리조합장 비석과 이 비석 주변 다른 공덕비를 설명하는 안내판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시는 시민단체 일각의 일본인 수리조합장 비석 원위치 이전 주장과 관련, 비석이 옮겨진 장소 입구에 비문 내용을 토대로 안내판을 설치하는 방안을 호암지 관리 주체인 한국농어촌공사와 협의 중인 것으로 12일 파악됐다.
일본인 수리조합장 비석(사업성공기념비)이 옮겨진 곳에는 일본인 잠수부 위령탑과 1950년대 이후 세워진 2명의 한국인 조합장 공덕·공적비도 있다.

시 관계자는 "비석 원위치는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며 "농어촌공사가 옮겨진 장소에서 다른 공적비와 위령탑을 포함해 안내판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호암지 수변 산책로에는 친일파들이 1922∼1932년 호암지를 조성한 일본인 수리조합장 스즈키 마사이치(鈐木政一)를 칭송하는 비석을 세웠다.

그러나 군량미 수탈을 위해 이 저수지를 축조했고, 11년간 변변한 장비 없이 주민들을 강제 노역시켰다는 것이 정설이다.

1933년에 세워진 이 비석을 없애거나 안내판을 설치해 후세에 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던 배경이다. 문제의 비석은 지난해 9월 초 훼손됐다.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조선인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 강행으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하던 때여서 누군가가 쓰러뜨린 것으로 추정됐다.
당시 시는 비석 처리를 두고 농어촌공사와 협의했고, 농어촌공사가 수습해 이를 지금의 장소로 옮겼다. 일본인 수리조합장 비석 훼손 및 이전 설치는 그동안 일반에 알려지지 않았다.

충북환경운동연대는 지난주 "비석 설명판을 달아야 한다고 반복적으로 요청했으나 아예 치워버렸다.

치욕스러운 역사도 역사인 만큼 후세에 바로 알려 아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문을 내고 비석 원위치 및 안내판 설치를 요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