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 의지마저 없어졌다"…'비경제활동 인구' 83만명 폭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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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에 지난달 취업자 수가 47만6000명 감소했다. 21년 2개월만에 가장 큰 감소폭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도 안하고 일을 구하려는 노력도 안하는 '비경제활동인구'가 급증했다. 4월 비경제활동인구는 83만1000명 늘어 역대 최대폭 증가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구직 의지마저 바닥났다는 얘기다.
문제는 고용 위기가 언제 가라앉을지 가늠조차 어렵다는 점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고용 시장의 어두운 터널이 얼마나 이어질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토로했을 정도다. ◇비경활인구 역대 최대폭 증가
통계청이 13일 발표한 '4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656만2000명으로, 1년 전보다 47만6000명 줄었다. 지난 2월엔 49만2000명 늘었던 취업자는 3월 19만5000명 감소로 돌아섰고, 지난달엔 감소폭이 2배 이상 확대됐다. '고용 쇼크'가 이보다 컸던 때를 찾으려면 외환위기 때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취업자가 65만8000명 증발했던 1999년 2월이다.
취업자가 줄면 실업자가 늘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지난달 실업자 117만200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7만3000명이 되레 줄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고용통계상 실업자는 일은 안하지만 구직 활동을 하는 사람"이라며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미루고 사람들이 감염 우려에 집 밖을 나서기를 꺼리다 보니 구직 활동 자체가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탓에 일도 구직도 안하는 비경제활동인구가 83만1000명 불어났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0년 6월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2009년 3월에 기록했던 최대 증가폭(59만9000명)을 20만명 이상 경신한 것이다.
비경제활동인구 안에서도 '그냥 쉬었다'는 사람은 지난달 240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43만7000명 증가한 것으로, 역시 사상 최대 증가폭이다. 일자리를 찾겠다는 '희망의 끈'마저 놓고 대책 없이 노는 사람이 급증했다는 얘기다.
◇제조업까지 고용 충격 번져 업종별로는 서비스업 고용 상황이 역대 최악으로 치닫는 가운데 제조업·건설업까지 타격이 확대되는 조짐이 보인다.
숙박·음식점업 취업자는 지난달 21만2000명 줄었다. 전달(10만9000명)보다 감소폭이 약 2배 확대됐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외국인 관광객 감소 등 영향으로 풀이된다. 개학 연기와 학원 휴업 등 여파에 교육서비스업 취업자도 13만 감소했다. 숙박·음식점업과 교육서비스업의 취업자 감소폭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4년 이후 가장 컸다.
코로나19의 영향을 덜 받았던 제조업마저 흔들리고 있다. 제조업 취업자는 지난 2월 3만4000명 늘었으나 3월 2만3000명 감소로 돌아섰고 지난달엔 감소폭이 4만4000명까지 커졌다. 통계청 관계자는 "제조업은 수출 의존도가 큰데 수출 부진이 이어지다 보니 고용에도 영향이 미치고 있다"며 "석유제품 제조업과 화장품·자동차 업종 등 고용 상황이 특히 안 좋다"고 말했다. 건설업 취업자도 2월 -1만명 → 3월 -2만3000명 → 4월 -4만4000명 등 감소폭이 커지는 추세다. ◇"최저임금 한시적 인하 등 과감한 대책 필요"
청년과 아르바이트 등 고용 취약계층은 코로나19 충격을 더 크게 받았다. 15~29세 취업자는 지난달 24만5000명 줄었다. 2009년 1월(26만2000명) 이후 가장 크게 줄었다. 청년은 숙박·음식점업, 도소매업 등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업종에 취업자가 많은 탓이다. 30대와 40대도 각각 17만2000명, 19만명 취업자가 줄었다. 60세 이상만 27만4000명 늘었다. 고령층은 정부의 공공일자리 확대 정책 덕분에 고용 충격이 상대적으로 덜했다.
종사자지위별로는 임시·일용직 근로자가 78만2000명 줄어 역대 최대폭 감소했다.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17만9000명)의 타격도 컸다.
문제는 앞으로 고용 상황이 더 나빠질 위험이 크다는 점이다. 이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일시휴직자'다. 취업자로 분류되지만 무급휴직 등으로 일을 쉬는 일시휴직자는 지난달 148만5000명으로, 1년 전보다 113만명 급증했다. 정부가 고용유지지원금 등 지원을 늘린 덕분에 아직 일자리를 잃지는 않았지만 기업 경영난이 심해지면 언제든 실업자로 전락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만약 일시휴직자 가운데 100만명만 실업자가 돼도 실업률은 현재 4.2%에서 7.8%로 치솟는다.
홍 부총리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고용난이 언제 해소될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고백한 배경이 여기 있다. 홍 부총리는 "이번주와 다음주 경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55만개 이상 직접일자리 공급 방안 등을 집중 논의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고용 시장이 악화하는 속도에 비해 정부 대책은 느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가 세금을 들여 직접 지원하겠다는 55만개 공공일자리 사업은 언제 시작될지 기약이 없다. 이 사업은 3차 추가경정예산이 편성돼야 시작할 수 있는데 정부는 다음달 초에 예산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달 22일 "제조업 분야 충격을 줄이기 위해 40조원 규모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설치하겠다"고 밝혔지만 2주가 넘도록 구체적 지원 조건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금재호 한국기술교육대 테크노인력개발전문대학원 교수는 "지금까지 발표한 고용 대책의 실행에 속도를 내는 것은 물론 좀 더 과감한 대책도 강구해야 한다"며 "최저임금의 한시적 인하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민준/강진규 기자 morandol@hankyung.com
문제는 고용 위기가 언제 가라앉을지 가늠조차 어렵다는 점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고용 시장의 어두운 터널이 얼마나 이어질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토로했을 정도다. ◇비경활인구 역대 최대폭 증가
통계청이 13일 발표한 '4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656만2000명으로, 1년 전보다 47만6000명 줄었다. 지난 2월엔 49만2000명 늘었던 취업자는 3월 19만5000명 감소로 돌아섰고, 지난달엔 감소폭이 2배 이상 확대됐다. '고용 쇼크'가 이보다 컸던 때를 찾으려면 외환위기 때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취업자가 65만8000명 증발했던 1999년 2월이다.
취업자가 줄면 실업자가 늘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지난달 실업자 117만200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7만3000명이 되레 줄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고용통계상 실업자는 일은 안하지만 구직 활동을 하는 사람"이라며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미루고 사람들이 감염 우려에 집 밖을 나서기를 꺼리다 보니 구직 활동 자체가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탓에 일도 구직도 안하는 비경제활동인구가 83만1000명 불어났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0년 6월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2009년 3월에 기록했던 최대 증가폭(59만9000명)을 20만명 이상 경신한 것이다.
비경제활동인구 안에서도 '그냥 쉬었다'는 사람은 지난달 240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43만7000명 증가한 것으로, 역시 사상 최대 증가폭이다. 일자리를 찾겠다는 '희망의 끈'마저 놓고 대책 없이 노는 사람이 급증했다는 얘기다.
◇제조업까지 고용 충격 번져 업종별로는 서비스업 고용 상황이 역대 최악으로 치닫는 가운데 제조업·건설업까지 타격이 확대되는 조짐이 보인다.
숙박·음식점업 취업자는 지난달 21만2000명 줄었다. 전달(10만9000명)보다 감소폭이 약 2배 확대됐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외국인 관광객 감소 등 영향으로 풀이된다. 개학 연기와 학원 휴업 등 여파에 교육서비스업 취업자도 13만 감소했다. 숙박·음식점업과 교육서비스업의 취업자 감소폭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4년 이후 가장 컸다.
코로나19의 영향을 덜 받았던 제조업마저 흔들리고 있다. 제조업 취업자는 지난 2월 3만4000명 늘었으나 3월 2만3000명 감소로 돌아섰고 지난달엔 감소폭이 4만4000명까지 커졌다. 통계청 관계자는 "제조업은 수출 의존도가 큰데 수출 부진이 이어지다 보니 고용에도 영향이 미치고 있다"며 "석유제품 제조업과 화장품·자동차 업종 등 고용 상황이 특히 안 좋다"고 말했다. 건설업 취업자도 2월 -1만명 → 3월 -2만3000명 → 4월 -4만4000명 등 감소폭이 커지는 추세다. ◇"최저임금 한시적 인하 등 과감한 대책 필요"
청년과 아르바이트 등 고용 취약계층은 코로나19 충격을 더 크게 받았다. 15~29세 취업자는 지난달 24만5000명 줄었다. 2009년 1월(26만2000명) 이후 가장 크게 줄었다. 청년은 숙박·음식점업, 도소매업 등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업종에 취업자가 많은 탓이다. 30대와 40대도 각각 17만2000명, 19만명 취업자가 줄었다. 60세 이상만 27만4000명 늘었다. 고령층은 정부의 공공일자리 확대 정책 덕분에 고용 충격이 상대적으로 덜했다.
종사자지위별로는 임시·일용직 근로자가 78만2000명 줄어 역대 최대폭 감소했다.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17만9000명)의 타격도 컸다.
문제는 앞으로 고용 상황이 더 나빠질 위험이 크다는 점이다. 이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일시휴직자'다. 취업자로 분류되지만 무급휴직 등으로 일을 쉬는 일시휴직자는 지난달 148만5000명으로, 1년 전보다 113만명 급증했다. 정부가 고용유지지원금 등 지원을 늘린 덕분에 아직 일자리를 잃지는 않았지만 기업 경영난이 심해지면 언제든 실업자로 전락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만약 일시휴직자 가운데 100만명만 실업자가 돼도 실업률은 현재 4.2%에서 7.8%로 치솟는다.
홍 부총리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고용난이 언제 해소될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고백한 배경이 여기 있다. 홍 부총리는 "이번주와 다음주 경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55만개 이상 직접일자리 공급 방안 등을 집중 논의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고용 시장이 악화하는 속도에 비해 정부 대책은 느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가 세금을 들여 직접 지원하겠다는 55만개 공공일자리 사업은 언제 시작될지 기약이 없다. 이 사업은 3차 추가경정예산이 편성돼야 시작할 수 있는데 정부는 다음달 초에 예산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달 22일 "제조업 분야 충격을 줄이기 위해 40조원 규모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설치하겠다"고 밝혔지만 2주가 넘도록 구체적 지원 조건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금재호 한국기술교육대 테크노인력개발전문대학원 교수는 "지금까지 발표한 고용 대책의 실행에 속도를 내는 것은 물론 좀 더 과감한 대책도 강구해야 한다"며 "최저임금의 한시적 인하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민준/강진규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