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형 펀드에서 돈 빠져나가는데…리버스 펀드에는 뭉칫돈

코스피지수가 1900선을 넘어서며 순항하고 있지만 인덱스펀드 시장에서는 증시 하락에 베팅하는 리버스펀드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코스피200 등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담은 ETF펀드에서 한 달 새 3조원이 넘는 돈이 빠져나가는 동안 지수를 거꾸로 따르는 인버스ETF에 투자하는 리버스마켓펀드 대부분은 설정액이 순유입을 기록했다.

1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한 달 간 '삼성KODEX 200선물 인버스2X[주식-파생형]' 펀드에는 6907억원이 들어왔다. 전날 하루에만 500억원이 넘게 유입됐고, 연초 대비로는 설정액이 1조6715억원 불어났다. '미래에셋TIGER 200선물 인버스2X'에도 한 달 새 131억원, '한화ARIRANG 200선물 인버스2X' 역시 28억원 순유입을 기록했다. 이들 펀드는 지수 상승률의 역으로 두 배 수익을 내는 일명 '곱버스' ETF에 투자하고 있다. 주가가 떨어져야 이득을 볼 수 있는 상품이다. 반면 국내 주식형 ETF펀드에선 자금 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1주일 새 6968억원, 한 달 동안엔 3조7718억원이 빠져나갔다. 연초와 비교하면 5조2441억원 순유출됐다. 주식형 공모펀드가 전반적으로 인기가 시들해진 가운데서도 리버스펀드에는 돈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리버스펀드로 자금이 유입되는 것은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시장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코로나19 재확산과 미·중 무역분쟁 재개 우려 등이 맞물려 향후 증시에서 또 한번 급락장이 올 수 있다는 관측이다. ETF 시장에서도 개인투자자들이 인버스 및 '곱버스'(인버스2X) 상품에 쏠린 배경과 일맥상통한다.

다만 최근 국내 증시가 반등하면서 수익률은 나빠지고 있다. 삼성자산운용, KB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등이 운용하는 리버스펀드는 대부분 연초 대비 10% 안팎, 3개월 기준으로는 17~18%에 달하는 수익률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 한 달 기준으로는 -5% 안팎으로 떨어졌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