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범인들 평균나이 21.3세…'젊은 사이버강력범' 횡행

"학폭도 단톡방서 이뤄진 사이버공간에 익숙하고 능란한 세대…사회 공감력은 떨어져"
경찰, 사이버범죄 수사부서 확대·강화…"강력한 처벌 이어져야"

온라인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이뤄진 성 착취물 공유방의 시초격인 'n번방'을 운영한 닉네임 '갓갓'이 경찰에 붙잡히면서 이번 사건의 주범이 모두 검거됐다.사회적 공분을 일으킬 정도로 잔혹한 범죄 행각을 벌인 이들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 사이 앳된 청년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어려서부터 인터넷 공간에 익숙한 세대가 늘어나는 만큼 사이버 범죄도 증가할 것으로 보고 관련 수사부서를 확대·강화하고 있다.

13일 경찰의 신상정보 공개 결정을 통해 공개된 갓갓의 신상은 24살 대학생 문형욱이다.문형욱은 성 착취 영상 공유방을 여러 개 만들었는데, 이를 통틀어 n번방이라고 부른다.

n번방은 텔레그램에서 이뤄진 성범죄 사건을 통칭하기도 한다.

가장 악랄한 방식으로 운영됐다는 '박사방'은 이 연장 선상에서 만들어졌다.박사방을 운영한 아이디 '박사'는 조주빈으로 역시 24살이며 전문대를 졸업했다.

조주빈의 공범 격인 아이디 '부따'와 '이기야'는 각각 강훈(18)과 이원호(19)로 이들은 10대이다.

특히 강군은 미성년자인 10대 피의자로는 처음으로 신상 정보가 공개됐다.
문형욱과 조주빈, 강군, 이원호 등 n번방 일당의 평균나이는 21.3세이다.

또 다른 텔레그램 성 착취물 공유방인 '고담방'을 운영해 문형욱, 조주빈과 함께 3대 주범으로 불리는 아이디 '와치맨' 전모(38) 씨를 포함해도 평균나이는 24.6세에 불과하다.

피해여성을 인격체가 아닌 유희의 도구로 여기며 그들의 삶을 짓밟은 충격적인 범죄 수법에 비춰보면 겉으로 보이는 이들의 모습과 생활은 앳되고 평범해 또 다른 충격으로 다가온다.

문형욱은 경기도 안성의 한 4년제 대학교에 재학 중으로 수업에 결석하는 일이 없어 주변에는 성실한 학생으로 알려졌다.

조주빈은 전문대 재학시절 성적이 우수하고 학보사 활동을 열심히 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대학 도서관이 주최한 교내 독후감 대회에서 1등 상을 받았으며 장애인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다.

강군과 현재 군 복무 중인 이원호 또한 특이점 없이 평범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외관상 특별히 폭력적이지 않고 오히려 긍정적인 평가까지 받았던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의 이들이 그토록 악랄한 사이버 강력범죄를 저지른 데 대해 전문가들은 사이버 기기·공간에 대한 익숙함과 피해자에 대한 공감 능력 결여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한 사이버 수사 담당 경찰관은 "요즘 10대, 20대는 어렸을 때부터 장난감 대신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갖고 놀던 세대여서 인터넷에 익숙하고 매우 잘 다룬다"며 "최근에 붙잡혀온 젊은 사이버 범죄자들을 보면 기본적으로 해킹을 포함해 인터넷을 다루는 자기 실력을 믿고 잡히지 않는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런 인식에 더해 사이버 공간에서 이뤄지는 범죄는 '피가 튀는' 대면 범죄와는 달라서 범죄자들이 죄의식도 덜 느끼는 경향을 보인다"고 전했다.

실제로 문형욱은 지난 1월 텔레그램에서 조주빈과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자신은 추적당하지 않는다며 수사기관과의 싸움에서 자신감을 보였다.

또 문형욱과 조주빈은 30대 이상 세대에는 상대적으로 덜 익숙한 SNS인 텔레그램을 통해 범행했으며 성 착취물 공유방을 팔 때는 추적이 어려운 문화상품권이나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받아 챙겼다.
이들에 앞서 한때 회원 수 100만 명이 훌쩍 넘었던 대규모 음란물 사이트 'AVSNOOP.club'을 운영한 혐의로 지난 2017년 붙잡힌 안모(당시 33) 씨도 19억여원에 달하는 범죄수익 가운데 5억여원을 비트코인으로 받아 챙겼다.

우리 수사기관이 비트코인을 압수한 것은 안 씨 사례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익숙함과 비슷한 맥락에서 피해자에 대한 공감 능력 결여도 젊은 층의 사이버 범죄가 늘어나고 잔혹해지는 원인으로 꼽힌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10대, 20대 중 일부 심한 경우는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것을 편하게 느끼는 경우가 있는데 이렇게 인간관계에 대해 낮은 이해도를 갖게 되면 다른 사람의 감정을 공감하는 능력도 떨어져 사이버공간에서 무감각하게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왕따 같은 학교 폭력조차 단톡방에서 이뤄진 이들 세대에서는 이런 경향이 더 두드러질 수 있다"며 "학교나 가정에서 사회규범 등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고 덧붙였다.

사이버 범죄가 갈수록 늘고 심각해지면서 경찰은 수년 전부터 관련 수사부서를 확대·강화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사이버성폭력수사팀을 전국 지방경찰청에 꾸렸고 이번 n번방 사건 이후에는 사이버 범죄수사부서는 물론 형사와 여성·청소년 수사부서 일부까지 참여하는 디지털성범죄특별수사단을 만들어 관련 수사를 벌이고 있다.

수사 인원도 꾸준히 증가해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의 경우 2018년 5명으로 시작한 사이버성폭력수사팀은 현재 12명으로 늘었다.경찰 관계자는 "수사 인원이 보강돼 늘어나는 사이버 범죄에 대응하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처벌 수위"라며 "강력한 처벌이 뒤따라야 n번방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