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구의 '12년 투자 결실'…한국금융지주, 키아라 헤지펀드 국내 첫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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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금융지주 산하 싱가포르 자산운용사인 키아라어드바이저가 국내 투자자를 대상으로 헤지펀드 판매를 시작한다. 주력 펀드인 ‘키아라 아시아퍼시픽(AP)펀드’가 6년간 시장평균을 웃도는 성과를 내며 펀드운용이 안정궤도에 오르자 외부자금 유치에 나선 것이다. 12년 전 싱가포르에 국내 금융사 최초로 헤지펀드 설립을 주도한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의 뚝심이 빛을 볼 수 있을지에 업계 이목이 쏠린다.
◆주식 롱쇼트로 3년 수익률 26%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아라어드바이저는 키아라AP펀드를 한국시장에 내놓기로 결정하고 조만간 국내 주요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세일즈에 들어갈 예정이다.
키아라어드바이저는 2014년 9월 키아라AP펀드를 설정한 뒤 6년째 운용하고 있다. 키아라 AP펀드는 아시아·태평양지역 소재 상장기업 주식에 투자한다. 매출·이익 증가율이 업종 평균대비 높은데 저평가된 기업주식은 매수(롱)하고, 이익률이 낮은데 고평가된 주식은 공매도(쇼트)하는 ‘롱쇼트 전략’을 구사한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주요국과 동남아시아 지역이 투자 대상이다. 투자국별 비중은 작년 말 기준 한국 42%, 중국 28%, 홍콩·마카오 13%, 대만 9% 등이다.
펀드 운용 성과는 상당히 뛰어난 편이다. 최근 3년간 누적수익률이 25.9%로 같은 기간 벤치마크(비교 대상 지수) 대상인 다른 아시아태평양 지역 롱쇼트 헤지펀드 성과(평균 5.2%)를 크게 웃돌았다. 올 들어선 코로나19 영향에도 불구하고 지난 4월말까지 3.2%의 수익률을 올려 벤치마크(-7.2%) 대비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펀드 순자산가치(운용규모)는 지난 2월말 2억달러(약 2450억원)를 넘어섰다. 설정 이후 누적수익률은 38.9%다. 지수가 빠지는 하락장에서도 안정적인 성과를 낸 점이 인상적이다. 남궁성 키아라어드바이저 대표는 “펀드 설정 직후부터 지금까지 자체 리서치인력의 기초체력(펀더멘털) 분석에 근거해 투자대상 기업을 발굴하는 ‘바텀업’ 투자철학을 고수해왔다”며 “메자닌(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이나 채권을 섞거나 투자지역을 바꾸지 않고 주식 롱쇼트 전략만으로 시황변동과 무관한 절대수익을 추구한 게 좋은 성과를 낸 비결”이라고 말했다.
당초 키아라어드바이저는 이같은 성과(트랙레코드)를 바탕으로 올 초부터 미국·유럽·중동 등 글로벌 기관을 상대로 한 세일즈를 계획하고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 기관 세일즈가 여의치 않자 우선 한국시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직접 청약 뿐 아니라 사모재간접펀드 편입을 통한 판매방식도 검토 중이다. 남궁 대표는 “현재 국내엔 기관이 투자할 만한 아시아주식 롱쇼트형 펀드가 많지 않아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김남구 '헤지펀드 외길' 빛 보나증권업계에서는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이 회장직에 오른 첫 해 키아라AP펀드의 국내 출시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키아라어드바이저는 한국금융그룹이 해외에 설립한 자회사 중 김 회장이 가장 애착을 가진 회사로 꼽힌다.
김 회장은 한국금융지주 사장 시절인 2000년대 중반부터 향후 자산운용시장을 헤지펀드가 주도할 것으로 예상하고 아시아 헤지펀드 중심지인 싱가포르에 헤지펀드 운용사 설립을 추진했다. 2008년 2월 한국금융지주는 미국 헤지펀드운용사인 아틀라스캐피탈과 합작으로 싱가포르에 ‘케이아틀라스(K-Atlas)’를 설립했다. 국내 금융사가 해외에 직접 헤지펀드운용사를 설립한 첫 사례였다.
하지만 그해 닥쳐온 글로벌 금융위기로 케이아틀라스는 대규모 손실을 입었다. 합작사인 아틀라스가 철수를 선언하면서 한국금융지주는 100% 자회사인 키아라어드바이저를 통해 키아라캐피탈 펀드를 운용했다. 이후 싱가포르 헤지펀드 사업은 크고 작은 부침을 겪었다. 한국금융지주와 비슷하게 싱가포르에서 헤지펀드 사업에 뛰어든 다른 금융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현대증권(현 KB증권),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등이 싱가포르에 헤지펀드 운용 현지법인이나 자회사를 설립했지만 높은 문턱에 대부분 사업을 접거나 본사 산하 인하우스 헤지펀드 등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런 고비마다 김 회장은 “헤지펀드 사업은 앞으로 10년은 지켜보자”며 임직원들을 다독였다. 2009년부터 한국투자증권 싱가포르 법인을 총괄해온 남궁 대표를 키아라어드바이저 최고경영자(CEO)로 임명하고, 2014년엔 국민연금과 싱가포르 헤지펀드운용사 등지에서 경력을 쌓은 김성욱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영입하는 등 인적·물적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키아라AP펀드가 안정적인 성과를 내면서 한국금융지주의 헤지펀드 사업은 본 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남궁 대표는 “코로나19 국면이 완회되는 대로 국내에 이어 해외시장을 대상으로도 판매를 개시해 궁극적으로 아시아를 대표하는 헤지펀드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주식 롱쇼트로 3년 수익률 26%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아라어드바이저는 키아라AP펀드를 한국시장에 내놓기로 결정하고 조만간 국내 주요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세일즈에 들어갈 예정이다.
키아라어드바이저는 2014년 9월 키아라AP펀드를 설정한 뒤 6년째 운용하고 있다. 키아라 AP펀드는 아시아·태평양지역 소재 상장기업 주식에 투자한다. 매출·이익 증가율이 업종 평균대비 높은데 저평가된 기업주식은 매수(롱)하고, 이익률이 낮은데 고평가된 주식은 공매도(쇼트)하는 ‘롱쇼트 전략’을 구사한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주요국과 동남아시아 지역이 투자 대상이다. 투자국별 비중은 작년 말 기준 한국 42%, 중국 28%, 홍콩·마카오 13%, 대만 9% 등이다.
펀드 운용 성과는 상당히 뛰어난 편이다. 최근 3년간 누적수익률이 25.9%로 같은 기간 벤치마크(비교 대상 지수) 대상인 다른 아시아태평양 지역 롱쇼트 헤지펀드 성과(평균 5.2%)를 크게 웃돌았다. 올 들어선 코로나19 영향에도 불구하고 지난 4월말까지 3.2%의 수익률을 올려 벤치마크(-7.2%) 대비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펀드 순자산가치(운용규모)는 지난 2월말 2억달러(약 2450억원)를 넘어섰다. 설정 이후 누적수익률은 38.9%다. 지수가 빠지는 하락장에서도 안정적인 성과를 낸 점이 인상적이다. 남궁성 키아라어드바이저 대표는 “펀드 설정 직후부터 지금까지 자체 리서치인력의 기초체력(펀더멘털) 분석에 근거해 투자대상 기업을 발굴하는 ‘바텀업’ 투자철학을 고수해왔다”며 “메자닌(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이나 채권을 섞거나 투자지역을 바꾸지 않고 주식 롱쇼트 전략만으로 시황변동과 무관한 절대수익을 추구한 게 좋은 성과를 낸 비결”이라고 말했다.
당초 키아라어드바이저는 이같은 성과(트랙레코드)를 바탕으로 올 초부터 미국·유럽·중동 등 글로벌 기관을 상대로 한 세일즈를 계획하고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 기관 세일즈가 여의치 않자 우선 한국시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직접 청약 뿐 아니라 사모재간접펀드 편입을 통한 판매방식도 검토 중이다. 남궁 대표는 “현재 국내엔 기관이 투자할 만한 아시아주식 롱쇼트형 펀드가 많지 않아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김남구 '헤지펀드 외길' 빛 보나증권업계에서는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이 회장직에 오른 첫 해 키아라AP펀드의 국내 출시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키아라어드바이저는 한국금융그룹이 해외에 설립한 자회사 중 김 회장이 가장 애착을 가진 회사로 꼽힌다.
김 회장은 한국금융지주 사장 시절인 2000년대 중반부터 향후 자산운용시장을 헤지펀드가 주도할 것으로 예상하고 아시아 헤지펀드 중심지인 싱가포르에 헤지펀드 운용사 설립을 추진했다. 2008년 2월 한국금융지주는 미국 헤지펀드운용사인 아틀라스캐피탈과 합작으로 싱가포르에 ‘케이아틀라스(K-Atlas)’를 설립했다. 국내 금융사가 해외에 직접 헤지펀드운용사를 설립한 첫 사례였다.
하지만 그해 닥쳐온 글로벌 금융위기로 케이아틀라스는 대규모 손실을 입었다. 합작사인 아틀라스가 철수를 선언하면서 한국금융지주는 100% 자회사인 키아라어드바이저를 통해 키아라캐피탈 펀드를 운용했다. 이후 싱가포르 헤지펀드 사업은 크고 작은 부침을 겪었다. 한국금융지주와 비슷하게 싱가포르에서 헤지펀드 사업에 뛰어든 다른 금융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현대증권(현 KB증권),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등이 싱가포르에 헤지펀드 운용 현지법인이나 자회사를 설립했지만 높은 문턱에 대부분 사업을 접거나 본사 산하 인하우스 헤지펀드 등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런 고비마다 김 회장은 “헤지펀드 사업은 앞으로 10년은 지켜보자”며 임직원들을 다독였다. 2009년부터 한국투자증권 싱가포르 법인을 총괄해온 남궁 대표를 키아라어드바이저 최고경영자(CEO)로 임명하고, 2014년엔 국민연금과 싱가포르 헤지펀드운용사 등지에서 경력을 쌓은 김성욱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영입하는 등 인적·물적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키아라AP펀드가 안정적인 성과를 내면서 한국금융지주의 헤지펀드 사업은 본 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남궁 대표는 “코로나19 국면이 완회되는 대로 국내에 이어 해외시장을 대상으로도 판매를 개시해 궁극적으로 아시아를 대표하는 헤지펀드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