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세상은…' 웹세미나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 - 대한민국 다시 뛰자

이헌재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현 여시재 이사장)은 13일 “한국이 디지털 경제로 전환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선도하려면 모든 규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부총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우리 경제에 닥친 위기를 헤쳐나가는 방법으로 정부가 기업들에 적시에(swift), 충분한 양으로(sufficient), 차별 없이 균형 있게(symmetrical) 유동성을 지원해야 한다는 ‘3S’를 제시했다.

이 전 부총리의 이 같은 제언은 한국경제신문사가 이날 ‘코로나 사태 이후 세상이 어떻게 바뀔 것인가’를 주제로 연 웹세미나(webinar)에서 나왔다.
한국경제신문사는 13일 ‘코로나 사태 이후 세상이 어떻게 바뀔 것인가’를 주제로 웹세미나(webinar)를 열었다. 이헌재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여시재 이사장), 김연수 서울대병원장, 김재윤 삼성전자 기획팀장(부사장), 최우정 SSG닷컴 대표가 안현실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의 사회로 화상 토론을 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이 전 부총리는 “코로나19를 계기로 데이터와 디지털 기술을 가진 정부 권력이 계속 커지면 경제 활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 지원을 받은 기업은 해고를 할 수 없도록 명문화하자는 노동계 요구에 대해서는 “금융을 사회적 문제의 해결 수단으로 쓰면 시장 전반의 신뢰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웹세미나엔 이 전 부총리와 김연수 서울대병원장, 김재윤 삼성전자 기획팀장(부사장), 최우정 SSG닷컴 대표가 발표자로 참석했으며, 안현실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의 진행으로 토론을 이어갔다. 발표와 토론은 코로나 이후 ‘언택트(비대면)’ 확산에 맞춰 화상으로 진행됐으며 한경닷컴 홈페이지와 유튜브, 줌(zoom) 등을 통해 생중계됐다.
김 부사장은 기술 혁신을 강조했다. 그는 “1920년대 경제 대공황으로 슈퍼마켓이라는 박리다매 패러다임이 등장한 것처럼 코로나19 사태는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디지털 혁신에 나서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산업구조와 생활상 등 모든 환경이 급변하는데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대책은 기술 혁신”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한국 유통업이 세계 언택트 소비를 이끌기 위해서는 영업시간 제한 등 혁신을 저해하는 낡은 규제를 혁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김 병원장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원격의료를 본격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한국의 의료 및 정보기술(IT) 수준은 세계 최고지만 원격의료는 동남아시아 국가보다도 뒤처져 있다”고 지적했다.
"콜레라 창궐 때 상하수도 탄생…코로나는 새 시대 예방주사"

“기업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4차 산업혁명 시대 대응을 위한 예방주사로 삼아야 합니다.” 삼성의 인공지능(AI) 전략을 총괄하는 김재윤 삼성전자 기획팀장(부사장)은 13일 한국경제신문사가 ‘코로나 사태 이후 세상이 어떻게 바뀔 것인가’를 주제로 개최한 웹세미나(webinar)에서 “코로나19로 단기간에 대규모 비대면산업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웹세미나를 통해 김 팀장을 비롯해 이헌재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김연수 서울대병원장, 최우정 SSG닷컴 대표 등 전문가들이 ‘포스트 코로나’ 해법을 논의했다. 행사는 원격화상회의 ‘줌(ZOOM)’ 등을 이용해 비대면으로 이뤄졌다.
"디지털, 정보화와 차원 다른 개념…無人공장 좋지만 투자비용 커 줌 인·줌 아웃 전략 필요…글로벌 공급망 재정비할 때"
키워드는 ‘디지털’과 ‘비대면’‘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주제로 발표한 김 팀장은 코로나 이후 기업의 생존을 위한 핵심 키워드로 ‘디지털’과 ‘비대면’을 꼽았다. 그는 “유사 이래 집합, 면대면 방식 중심이었던 학교 교육, 스포츠경기, 공연 등이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디지털 방식으로 급격히 전환됐다”며 “이 경험을 통해 기업들은 기술적으로 부족한 점이나 혁신 가능한 부분을 배워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 이후 기업에 필요한 디지털 전환(transformation)이란 디지털 환경에 최적화할 수 있도록 비즈니스 모델을 재정립하는 것”이라며 “단순히 기존 기업활동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하는 ‘정보화’와는 차원이 다른 개념”이라고 진단했다.

김 팀장은 이 같은 디지털 중심 흐름이 코로나 이후 가속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팀장은 “코로나 이후 소비자들의 일상은 반드시 변한다”며 “이미 젊은 층은 디지털 소통에 전혀 부담이 없는 ‘디지털 네이티브’로 탈바꿈하고 있다”고 말했다.“디지털 전환, 원포인트 해법은 없다”

김 팀장은 디지털 전환을 위해서는 냉철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디지털 전환은 기술만의 문제도 아니고 모든 기업에 적용되는 ‘원포인트 해법’도 없다”며 “기존 시스템과 제도, 각종 부작용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컨대 ‘무인공장’은 언뜻 상당히 멋있어 보이지만 투자비용이 크고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리스크가 있다”며 “기업마다 업태, 자원과 역량이 다른 만큼 겉핥기식으로 따라 했다가는 실패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디지털 전환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한 번은 가까이, 한 번은 멀리서 보는 ‘줌 인(zoom in)’ & ‘줌 아웃(zoom out)’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코로나의 세계적인 확산으로 글로벌 공급망(GVC)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라는 진단도 했다. 김 팀장은 “그동안 공급망은 효율 중심으로 유지돼왔지만 코로나 사태, 미·중 무역 갈등 등으로 취약점이 나타났다”며 “급격한 변화는 쉽지 않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재정비할 필요가 높다”고 분석했다. 미국 중국 등이 자국 중심 공급망을 구축하는 흐름에 대해서는 “기술 혁신에 최선을 다하는 게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19세기 콜레라 창궐로 상하수도 인프라와 공중보건 체계가 조성됐고, 1929년 대공황으로 소비여력이 급격히 떨어지자 최초의 슈퍼마켓이 등장하며 박리다매 유통혁신이 이뤄졌다”며 “코로나는 기업에 위기보다는 기회”라고 했다. “코로나는 그간 쉽게 볼 수 없었던 미래의 단면을 단기간에 보여주는 창(窓)”이라는 설명이다.
"온·오프경계 허물어졌는데 의무휴업·영업시간 제한, 온라인에 맞는 제도 개선 시급…기업도 친환경 포장재 신경써야"
“낡은 규제 없애야”

온·오프라인 산업의 경계가 급격히 허물어지는 만큼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e커머스(전자상거래)산업 변화’를 주제로 발표한 최우정 대표는 “코로나 여파로 국내 유통시장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소비 패턴이 급격히 변화했다”며 “올 1분기 전체 소매유통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1.2% 하락한 가운데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7% 급증했다”고 전했다.

그는 “재화의 안정적 공급, 물가 안정화 등 유통기업 본연의 사회적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온라인 시대에 적합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2012년부터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대형마트들은 월 2회 의무휴업, 영업시간 제한(오전 0시~익일 10시) 등 규제 대상이 돼 점포를 활용한 온라인 배송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호소했다.

또 “온라인 쇼핑의 급성장으로 택배 차량 수요가 급증하는데 택배 전용 번호판 규제로 택배 차량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는 화물차 수급 조절을 위해 신규 허가를 제한해왔다. 택배 전용 번호판은 제한 없이 발급해주고 있지만 최대 적재량 1.5t 차량으로 제한하고 있다.

노동 규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판 아마존’으로 불리는 쿠팡은 코로나발 특수에도 시간제 아르바이트 채용만 대거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노동법상 인력 수요에 따라 유연하게 인력을 줄이고 늘리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아무래도 고용 유연성이 갖춰지면 기업은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적응하기 쉽다”며 “현재 제도적으로 묶여 있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유연성이 강해지면 디지털 전환이 수월해질 것”이라고 했다.기업들 역시 변화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최 대표는 “비대면 소비가 늘면 포장재 증가는 필연적인 만큼 기업도 친환경 포장재, 보랭제 도입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비대면 배송 시 개인정보 유출 위험을 막기 위해 정부와 민간기업이 공동연구를 통해 해결책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수영/구은서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