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초 개막 KLPGA대회에 남자 프로들이 뜬 까닭은

2020년 KLPGA 투어 첫 정규대회인 '제24회 KLPGA 챔피언십'이 14일 오전 경기도 양주시 레이크우드CC에서 열렸다. 대회에 출전한 이보미가 1번 홀에서 티샷을 한 후 이동하고 있다. /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가 주무대인 박성현(27)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KLPGA챔피언십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영혼의 단짝'으로도 불리는 캐디 데이비드 존스가 이번 한국행에 함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캐디(데이비드 존스)와 이야기를 나눴는데 현재 있는 아일랜드 상황이 좋지 않은 것 같다는 답이 왔다"며 "선수 생활하는 동안 끝까지 백을 메주겠다는 존스였는데, 이런 사태가 발생해 마음이 아프다고 하더라"라고 했다.

박성현만이 아니다. 14일 경기 양주 레이크우드CC에서 개막한 이번 대회에 대부분의 해외파 선수들이 캐디를 현지에 두고 왔다. 세계랭킹 6위 김세영(27)과 '핫식스' 이정은(24), 김효주(25), 이보미(32)도 새 캐디를 찾아야 했다.급하게 'SOS'를 요청했는데 운 좋게도 베테랑 캐디들이 흔쾌히 도움을 주겠다고 손을 들었다. 박성현의 경우 올해 한국프로골프(KPGA)코리안투어 '루키'로 데뷔 예정인 이유호(26)가 백을 멨다. 그는 시속 120마일이 넘는 스윙스피드로 드라이브 비거리가 320야드를 쉽게 기록하는 '괴물 장타자'. 여자골프를 대표하는 장타자인 박성현과 '코드'가 맞는다. 무명 때부터 같은 아카데미에서 골프를 배워 말을 놓을 정도로 친하다. 이유호는 "(박성현) 누나가 예전보다 훨씬 더 꼼꼼하게 코스를 살핀다"며 "괜히 세계랭킹 1위를 기록했던 게 아닌 것 같다. 이번 기회를 통해 나도 많이 배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세영의 캐디백은 캐디 16년차 윤슬기 씨가 멘다. 윤 씨는 현재 남자 투어에서 뛰고 있는 이승민(23)의 캐디로 일하고 있다. 이승민은 발달장애 3급이라는 핸디캡을 딛고 KPGA 정회원 자격을 획득해 화제를 모은 선수. 김세영은 "베테랑 캐디와 함께해 많은 도움을 얻을 것 같다"며 "꼭 좋은 성적으로 팬들에게 보답하겠다"고 했다.

이정은은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저스틴 로즈(40·잉글랜드), 쩡야니(31·대만) 등을 보좌했던 스타 캐디 제이슨 해밀턴과 잠시 동안 이별했다. 해밀턴의 빈자리는 박제준 캐디가 채운다. 박 씨 역시 국내에서 알아주는 우승 청부사다. 지난해 최혜진(21)과 박민지(22) 등이 그의 옛 동반자들이다. 이정은은 "해밀턴 캐디가 입국하기 어려운 상황이 닥쳤고 갑작스럽게 박제준 캐디에게 도움을 구했는데 흔쾌히 'OK'를 해줘 고마울 따름"이라고 했다.김효주는 나흘간 KPGA 투어프로 출신의 이시훈 씨와 함께 우승을 노린다. 이 씨는 김효주와 남서울CC에서 같이 연습하던 친한 동료였던만큼 '찰떡 호흡'을 기대하고 있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이보미는 KPGA코리안투어 김비오(30)의 캐디를 맡았던 이순석 씨와 호흡을 맞춘다. 이보미는 "KPGA코리안투어 선수의 캐디인만큼 코스매니지먼트에 있어서 배울점이 많을 것 같다"고 했다.

양주=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