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코로나19 계기 발칸에 영향력 확대…진단실험실 지원

베이징게놈연구소, 세르비아에 '훠옌 실험실' 세워
일대일로 프로젝트 이어 코로나19에 의료지원 사업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발칸반도에서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중국은 발칸의 주요 국가인 세르비아에 바이러스 검사 실험실을 세워 코로나19 진단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세르비아는 발칸반도 주요국이자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의 대상 국가다.

14일 영국의 로이터통신과 중국의 신화망 등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 게놈 연구소(BGI)의 지원으로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에 세워진 '훠옌(火眼) 전염원 분자진단 실험실'(훠옌실험실)이 하루 2천건의 코로나19 진단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훠옌실험실은 지난 4월 8일 계약 체결에서 4월 20일 완공되기까지 12일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훠옌실험실의 핵심 장비와 코로나19 진단키트는 모두 중국에서 공수됐다.

세르비아 훠옌실험실의 연구원 40명은 모두 BGI의 훈련 과정을 거쳤다. 세르비아의 훠옌실험실의 연구원들은 코로나19 전염을 막기 위해 연구소 인근 호텔에서 격리 생활을 하고 있다
'훠옌'이란 이름은 중국의 고전소설 서유기에서 따온 것이다.

소설에서 손오공은 인간으로 위장한 요괴를 꿰뚫어 보는 예리한 눈을 갖고 있다.

세르비아의 훠옌실험실 설립을 지원한 BGI는 최첨단 시설과 고급 연구진을 보유한 세계 2위의 유전체 관련 연구소로 꼽힌다. BG1는 코로나19의 첫 발병지인 우한(武漢)을 비롯한 10여개의 중국 도시에 훠옌실험실을 세워 운영한 경험이 있다.

세르비아 훠옌실험실의 제레나 베로빅 코디네이터는 세르비아의 남부 니스에도 지역에도 하루 1천명을 진단할 수 있는 또 다른 실험실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르비아 훠옌실험실은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된 이후에도 세르비아인 보건체제를 지원하기 위해 존속하기로 BGI와 합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베로빅 코디네이터는 "현재는 정보가 금보다 더 가치가 있을 때가 있다"면서 "이런 협력을 통해 양자 모두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BGI는 아랍에미리트와 브루나이에도 훠옌실험실을 세웠다.

앞서 중국은 코로나19가 유럽으로 확산하던 시점인 지난 3월 이미 세르비아에 인공호흡기와 의료용 마스크를 지원했다.

당시 천보(陳波) 세르비아 주재 중국 대사는 양국 관계를 '철의 관계'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중국은 유럽연합(EU) 회원 가입 후보국인 세르비아에 수십억 달러를 빌려줘 철도, 도로, 발전소 건설을 지원하고 있다.

중국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군에 의해 베오그라드 주재 중국대사관이 피폭된지 21년을 맞은 지난 7일 현지에서 추모 행사를 갖기도 했다. 코소보 분쟁이 한창이던 1999년 5월 7일 나토군에 의한 베오그라드 주재 중국 대사관 폭격으로 중국기자 3명과 세르비아인 14명이 사망하고 20명 이상이 다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