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기 前 의장 "與, 독주 경계하고 野는 위기극복 협조를"

국회의장 지낸 정치 원로들의 제언

상호 존중과 관용을 통해
국민들 정치 불신 해소해야
'동물 국회'로 돌아가선 안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같은 국가적 위기에서 여당의 독주가 있어서는 안 됩니다. 여당은 겸손한 자세로 야당을 설득하고, 야당은 위기 극복에 협조해야 합니다.”

김원기 전 국회의장(사진)은 1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사태에서는 여야가 따로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전 의장은 노무현 정부 초반인 17대 국회 전반기(2004~2006년)에 입법부 수장을 지냈다.그는 “21대 국회는 이전과는 다른 국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의장은 “여야가 같이 협력해야 국민들도 동참해 전례 없던 위기 국면을 극복할 수 있다”며 “예전처럼 ‘동물 국회’ ‘식물 국회’라는 말을 듣던 상황이 전개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21대 총선에서의 더불어민주당 압승에 대해서는 “집권 여당이 책임지고 위기를 극복하라는 것이 민심의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순자》에 나오는 ‘군주민수(君舟民水)’라는 사자성어를 언급했다. 김 전 의장은 “임금은 배와 같고, 백성은 배를 띄우는 물과 같다”며 “여당이 항상 겸손한 자세로 민심을 바라보고 정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21대 총선 당선자들을 향해서는 “의원 한 명 한 명이 모두 자신이 헌법기관이라는 자긍심을 갖고 정치를 해 달라”고 주문했다. 김 전 의장은 “국회는 그동안 대화와 타협, 협상의 정치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대권을 차지할 수 있는지만 따지는 정치를 해왔다”며 “상호 존중과 관용을 통해 국민들의 정치 불신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의장은 “국회가 입법부로서 정치의 중심에 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한국은 대통령 권력이 너무 강하다”며 “대통령제라고 하더라도 정치의 본마당은 국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편가르기 정치’는 그만해야 한다”고도 했다. 김 전 의장은 “정치인으로서 가장 중요한 과제로 생각했던 것이 지역주의 정치구도 타파”라며 “사회 전체의 통합을 가로막는 지역주의는 이제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2년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서는 “앞으로 2년 동안 시대정신을 잘 읽어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잘 준비하는 정당이 승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전 의장은 “정치는 생물”이라며 “이번 총선에서는 여당이 승리했지만 2022년까지는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지금 상황만 봐선 안 된다”고 말했다.

글=임도원/사진=김영우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