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전진상에는 유쾌한 언니들이 산다

동북아 국제정치이론·미래세대 행복의 조건

▲ 전진상에는 유쾌한 언니들이 산다 = 김지연 지음.
1975년 서울 금천구 시흥동에 문을 연 이래 45년간 묵묵히 이웃사랑을 실천해온 '전진상 공동체' 구성원들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다. 이 공동체는 "가난한 이들 속으로 들어가라"는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요청에 호응해 벨기에 출신 마리 헬렌(한국명 배현정) 등 국제가톨릭형제회(AFI) 회원 세 명이 시흥동 판자촌에 약국을 열면서 시작됐다.

'전진상'이라는 이름은 '온전한 자아봉헌(全), 참다운 사랑(眞), 끊임없는 기쁨(常)'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간호사·약사·사회복지사인 이들 세 명은 의료보험을 비롯한 사회보장제도가 전무하던 시기에 산동네를 가가호호 방문하며 의료 사회복지의 역사를 개척하고 가정 호스피스의 싹을 틔웠다. 자동차도 다니지 않는 산동네 환자들을 업고 달리는 일은 다반사였다.

그 가운데 하나였던 여자아이는 폐가 고름으로 가득 차 엑스레이 사진이 하얗게 나오는 통에 의사가 혼비백산할 정도였으나 다행히도 의료진의 정성 어린 치료 끝에 건강을 되찾았다.

그 아이는 지금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 살 뿐만 아니라 친자 이외에 다른 아이까지 입양해 키움으로써 자신이 받은 사랑을 되돌려주고 있다. 실수로 양잿물을 마셔 식도가 모두 녹아버린 아이의 수술을 주선해 간신히 살려냈으나 암에 걸린 아이의 아버지가 "어차피 죽을 텐데 자식 살리는 데 방해가 될까 봐" 내색도 하지 않고 있다가 치료 시기를 놓쳐 끝내 세상을 떠나자 전진상 구성원들은 함께 눈물을 삼켜야 했다.

온갖 우여곡절을 거쳐 전진상 공동체는 의원, 복지관, 약국, 호스피스 완화의료센터, 지역아동센터 등 다섯 기관의 연합체로 성장했고 식구들도 창립 멤버 세 명에 세 명이 추가로 합류했다.

평균 나이 71세의 '유쾌한 언니들'은 한 가족을 이뤄 이웃들에게 아름다운 시간을 선물하는 봉사의 삶을 살고 있다. 책 곳곳에 담긴 1970년대 시흥동 풍경 등 배현정 원장의 개인 소장 사진들은 그 자체로 역사적 가치가 있어 보인다.

오르골. 256쪽. 2만원.
▲ 동북아 국제정치이론 = 전재성 지음.
강대국의 국제관계에 근거한 국제정치이론의 한계를 지적하며 동북아의 경험에 기초해 비서구 지역에도 유용하게 적용될 수 있는 국제정치이론을 제시한다.

저자는 동북아시아에 위치한 두 개의 한국, 두 개의 중국, 그리고 일본은 모두 속을 들여다보면 하나같이 '불완전 주권국가'라고 지적한다.

한국은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를 달성하려 하며 중국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외치고 있고 일본은 "일본이 돌아왔다"고 선언하고자 한다.

대만은 자유와 번영의 꿈을 이야기하며 북한은 부강조국 건설을 내세우고 있다.

동북아 국가들이 불완전 주권국가라는 사실에 집중해 역사적 배경과 역내 국가 간 및 역내·역외 국가 간의 관계를 이론적으로 설명하고자 한 이 책은 양자 관계 사례 중 이론적으로 한국에 주는 의미가 큰 사례들을 선별해 경험적 연구를 시도함으로써 기존의 국제정치이론으로는 쉽게 설명되지 않는 현상들의 배경에는 주권게임이 자리하고 있음을 논증한다.

동북아의 주권게임은 역내국가들이 온전한 근대 이행을 완결하지 못하고 불완전 주권국가로 존속하는 가운데 자신의 주권을 완성하고 다른 국가의 제국적 팽창을 막는 체제를 완성하려는 목표하에 역내국가들 상호 간, 그리고 역외국가들과 진행하고 있는 게임을 의미한다.

저자는 "결국 통일된 한국과 통일된 중국, 보통국가화된 일본이 서로 승인과 축복 속에 탄생해야 주관적 불만족이 극복된 근대 이행의 완결이 이뤄질 것이며 그때까지 주권게임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울. 248쪽. 2만9천원.
▲ 미래세대 행복의 조건 = KAIST 미래세대행복위원회 엮음.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이 미래세대를 염려하고 그들의 행복한 삶을 보장하는 여러 가지 노력을 모색하고자 발족한 미래세대행복위원회의 연구 결과를 정리했다.

미래세대는 '아직 태어나지 않았거나 미성년자여서 현세대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는 없지만, 현세대의 결정에는 영향을 받는 세대'를 의미한다.

미래세대는 당장 투표권이 없기 때문에 그들을 대변해주는 이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특히 임기 4년의 국회의원 후보자들에게 미래세대를 위한 장기적인 비전과 공약을 기대하기란 더욱더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석유자원을 활용해 벌어들인 수익으로 미래세대를 위한 국부펀드를 조성한 노르웨이나 핵연료 처분장 보상액 3천억원가량을 미래세대를 위한 기금으로 조성해 현세대가 이를 탕진해버리지 않도록 한 스웨덴과 같이 미래세대를 위해 구체적인 준비를 하는 국가들도 없지 않다.

책은 이 같은 문제의식에 따라 현세대가 미래세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에 관한 다양한 제안들을 담았다.

김경동 서울대 명예교수가 총론 격인 '왜 미래세대의 행복인가'를 썼고 최항섭 국민대 교수와 김희삼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가 각각 '미래세대의 행복과 관계의 미래전망', '미래세대 행복의 공식과 청년세대의 삶'을 집필했다.

이 밖에 김헌식 동아방송예술대 초빙교수, 김성균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이지웅 부경대 교수, 서용석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등 전문가들이 필진으로 참여했다. 크리에이터. 240쪽. 1만5천원.
/연합뉴스